[지구의 날] '텀블러' 몇 번 사용해야 적정할까?

최근 지구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텀블러 사용도 일상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반짝 사용하고 그친다면 텀블러 사용의 의미는 없다. 텀블러는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회용컵보다 환경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텀블러의 환경효과는 구매가 아니라 '사용횟수'가 좌우한다.
캐나다 환경연구기관 CIRAIG의 생애주기 평가(LCA)에 따르면 플라스틱(PP) 텀블러는 약 50회 이상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아진다.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이보다 훨씬 높은 약 200~220회 정도는 사용해야 동일한 수준의 환경 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때문이다. 일회용 종이컵은 1개당 약 10~30g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제조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2~3kg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스테인리스 텀블러 하나를 생산할 때 종이컵 약 100~200개 이상을 만드는 것과 유사한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플라스틱(PP) 텀블러 역시 일회용컵보다 초기 배출량이 높다. PP 텀블러는 약 0.2~0.5kg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라 최소 수십 회 이상 사용해야 환경적 이점이 발생한다.
문제는 사용 과정에서도 환경 부담이 계속 발생한다는 점이다. 텀블러를 세척할 때마다 물과 세제가 사용되며, 온수를 사용할 경우 추가적인 에너지 소비가 발생한다. 1회 세척시 약 0.3~1리터의 물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루 2회 세척 기준으로 연간 약 200~700리터 이상의 물이 소비될 수 있다.
온수를 사용할 때는 전기나 가스를 통한 물 가열이 필요해 추가적인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전기온수기를 사용할 경우 물 1리터를 가열하는 데 약 0.05kWh 내외의 전력이 필요하며, 이는 전력 믹스에 따라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진다.
세제 사용도 변수다. 세제 생산과 하수 처리 과정에서도 환경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척 빈도가 높거나 세제 사용량이 많을수록 텀블러의 순 탄소 절감 효과는 줄어든다. 일부 연구에서는 세척 방식에 따라 텀블러의 환경 이점이 최대 20~30%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생산과 사용 전 과정을 고려하면 텀블러의 환경 효과는 단순하지 않다. 특히 충분한 횟수 이상 사용하지 못할 경우, 일회용컵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총 탄소배출량이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현실에서는 이같은 '사용 횟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정판 텀블러와 시즌 굿즈가 확산되면서 텀블러가 실사용보다 소장용으로 소비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를 구매할 경우 문제는 더 커진다. 예를 들어 스테인리스 텀블러 3개를 각각 70회씩 사용하는 경우 총 사용 횟수는 210회지만, 개별 제품 기준으로는 손익분기점인 200회를 채우지 못한다. 이 경우 3개의 텀블러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약 6~9kg 수준의 탄소는 그대로 누적되지만, 절감 효과는 충분히 발생하지 않는다.
또 텀블러 교체주기가 짧을수록 환경 부담은 더 커진다. 업계에서는 위생문제 등을 이유로 약 6개월~1년 주기의 교체를 권장하는데, 이 경우 하루 1회 사용 기준으로 약 180~365회 수준에 그쳐 스테인리스 제품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텀블러 사용의 핵심은 '구매'가 아니라 '지속 사용'에 있다고 강조한다. 환경 분야 연구자는 "텀블러는 수십에서 수백 회 이상 반복 사용해야만 일회용컵보다 환경에 이롭다"며 "여러 개를 사기보다 하나를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탄소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소비의 핵심은 대체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며 "지구의 날 캠페인 역시 소비를 유도하기보다 사용 기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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