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버스 늑장 판결…장애인들 속터진다

광주일보 2026. 4. 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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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17년 소송
8년 만인 2025년 1심 승소 판결
신규 도입 버스 단계적 설치 명령
재판 장기화에 실제 도입된 건 없어
장애인들 시외이동권 불편 여전
21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전남지역 시외이동권 차별구제 소송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장애인 단체가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 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승소했지만<광주일보 4월 21일 6면> 재판 자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제 설치 효과는 하나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1심 재판부터 수년에 걸쳐 판결이 지연되다보니 법원의 판결 지연이 교통 약자의 이동권 불편 해소를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통약자들을 위한 버스 설비 개선을 사업자들에게만 책임지울 수 없다는 점에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 진행과 함께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 마련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지난 2017년 금호고속 등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 소송은 현재 광주고법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재판과 관련,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버스회사에 대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을 명령했다. 소 제기 이후 무려 7년 넘는 법정싸움 끝에 나온 결론이었다.

당시 판결은 신규 도입 버스의 경우 2026년 5%, 2027년 8%, 2028년 15%, 2029년 20%, 2030년 35%, 2032년 50%, 2035년 75%, 2040년에는 전 차량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춰야 한다는 게 골자다.

1심 판결에도, 항소심이 진행되면서 개선 절차는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항소심에 이어 대법원 판단까지 진행될 것을 고려하면 1심 재판부 판결에 따라 2026년 목표인 5%를 달성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장애인 단체 등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1심 판결이 7년 넘게 걸린데다, 항소심도 지난해 2월 소를 제기한 뒤 1년 넘게 단 한 번 공판기일을 연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광주지법의 평균 1심 본안 사건 처리 기간을 훌쩍 넘긴 기간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9월 공개한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광주지법의 지난 2024년 기준 민사본안사건 1심의 평균 처리 기간은 176.1일이다.

또 광주고법의 민사 사건 평균 처리기한은 333.0일로, 항소심도 이미 평균 처리 기한을 넘긴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서울에서 유사한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금호고속과 광주시 등이 제출한 자료가 미흡한 점 등을 이유로 수년 동안 재판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 결과가 다른 운송 사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취약자들의 버스 시설 개선을 위해서는 조속한 재판 진행이 절실한 형편이지만 법원 움직임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사이 대법원에서는 광주지법과 상반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16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김모씨 등 장애인 3명이 금호고속과 명성운수를 상대로 낸 차별구제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해당 재판은 2014년부터 제기됐으며, 1·2심 재판부는 두 버스 업체가 모든 노선에 즉시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2년 ‘원고의 가족 주거지 등이 겹치는 극히 일부 노선에 대해서만 설비를 우선 설치하면 된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의 경우 현재 운행 중인 고속버스 277대 중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버스가 단 한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신고속도 현재 운영 중인 45대 전 차량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되지 않았고, 광우고속 역시 시외버스 22대 전부가 미도입 상태다.

확정 판결을 받더라도 갈수록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운송사업자가 모든 부담을 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대·기아 등 차량 제조사가 휠체어 리프트가 장착된 ‘완성 차량’을 팔지 않고 있는 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일반 고속버스 한 대 가격은 2억 여원 수준이며, 휠체어 리프트 등을 개조 설치하려면 차량 한 대 당 3000만~5000만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정부가 자동차업계, 운송사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인 개선을 추진하도록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단체들도 정부와 지자체 등의 무심함을 지적하고 있다.

판결이 내려지기 앞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리프트 설치 사업 등을 앞장서서 기획하기는커녕, 고속버스 업체들이 책임질 일이라며 관망하고 있는 식이라는 것이다.

이소아 변호사(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는 “정부와 행정, 정치계에서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고, 재판도 이동권 보장을 위한 명확한 결론 없이 늦어지기만 하니 장애인들이 사비를 털어 소모적으로 소송을 연달아 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광주고법 재판부는 대법원의 결정을 떠나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합리적인 판결을 신속하게 내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김혜림 기자 bridg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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