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외치며 LNG 확대...기후주간서 드러난 한국의 모순

전 세계 기후 대응 논의가 이뤄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주간'이 전남 여수에서 열렸다. 하지만 행사장에서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국제 논의 흐름과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화석연료 중심 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개최 도시인 여수에서 대규모 가스 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주간은 오는 11월 열릴 제31차 당사국총회(COP31)의 논의 방향을 그리는 자리다. 198개 당사국과 1천 명 이상의 전 세계 이해관계자가 참여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여수에서 '2026년 기후변화주간'이 개최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기후변화주간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이 더 이상 특정 국가나 일부 전문가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기업의 혁신, 국제사회의 연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수에서 이런 행사가 열리는 것은 한국의 기후 대응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계기로 평가된다.
"탈탄소 아닌 '화석연료 갈아타기'"...시민사회 비판
<뉴스펭귄>은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여수를 방문해 행사장 곳곳을 취재했다. 현장에서는 "우리나라 기후 정책이 국제 흐름 및 탄소중립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제기된 지적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정부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탈석탄 시점을 미루고, 석탄발전 21기를 '안보·비상 전원'으로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는 화력발전의 장기적 존속 가능성을 열어두는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두번째는 석탄을 재생에너지가 아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하려는 흐름에 대한 지적이다. LNG는 생산·운송·저장 과정에서 메탄이 누출되면 단기간에 강한 온난화 효과를 낸다. 이산화탄소보다 약 80배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전국 탈화석연료 네트워크 '화석연료를넘어서'는 21일 여수 엑스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석탄을 LNG로 전환하는 정책이 '탈탄소 전환'이 아니라 '화석연료 갈아타기'라고 비판했다.
"탈화석연료 로드맵 마련해야"
최근 중동 전쟁 등 불안한 국제정세로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고, 이에 따라 에너지를 '안보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화석 연료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도 관찰된다. 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탈화석연료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슬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의 '전환비용 최소화'는 에너지 전환 자체를 줄이겠다는 기만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보를 이유로 화석연료 의존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2040년 이전 조기 폐쇄를 포함한 탈화석연료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LNG 인프라 확대는 지역을 가스 중심 구조로 고착화시키고 탄소잠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두고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진영 경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LNG 설비는 55% 늘지만 발전량은 52.9% 줄어든다"며 LNG 발전소 건설 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탈탄소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여수...대규모 LNG 6기 건설?
행사 개최지인 여수를 둘러싼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여수에서는 현재 약 2600MW 규모의 LNG 발전소 6기가 건설 중이다. 신호남 LNG 등 여수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전라남도의 전력자급률은 이미 약 200% 수준이다. 이에 지역 수요를 크게 웃도는 과잉 공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 산업전환 도시를 지향하면서도 실제로는 재생에너지가 아닌 또 다른 화석연료로 전환하는 모양새라는 비판이다.
앞서 20일 개막식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재생에너지와 수소 기반 산업으로 전환해 전남이 글로벌 탈탄소 중심지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정한수 여수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UNFCCC 기후주간 개최지가 여수로 결정된 것은 한국 기후 정책의 실효성을 전 세계에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정작 여수에서는 대규모 LNG 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열린 글로벌 라운드테이블(한국의 탈석탄 경로 점검과 이행 과제 검토)에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탈석탄 정책이 방향성은 제시됐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 구조 등에 가로막혀 이행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탈탄소 연구기관(IRID)의 하르다나 디나링 다나스트리 정책 담당자는 자국 사례를 들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탈석탄이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등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을 짚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석탄발전 조기 폐쇄와 6GW 규모의 신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렇게 석탄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는 전환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송용현 사단법인 넥스트 부대표는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중 석탄발전 출력 상한을 기존 80%에서 100%로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올해 폐쇄 예정이던 3기(태안 2호기·하동 1호기·보령 5호기, 총 1.5GW)의 폐지를 유보하는 상황을 비판했다.
정기춘 화석연료를넘어서(KBF) 캠페이너는 "정부가 2040년 탈석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지난해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했지만, OECD 국가 기준인 2030년 퇴출 목표와는 간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한 탈석탄을 위해서는 석탄발전을 LNG로 전환하는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계획된 신규 LNG 28기는 또 다른 화석연료 의존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암모니아 혼소 실증이 추진 중인 삼척그린파워 역시 석탄발전 수명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준영 전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산업 수요를 결합한 '지산지소' 구조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남 분산에너지 특화지역과 솔라시도(전남 해남·영암 일대에 조성 중인 에너지·데이터 기반 산업단지) 개발 등을 사례로 언급하면서 지산지소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탈화석연료 전환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한국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구조를 이유로 화석연료 의존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있다. 기후주간이 열린 여수에서조차 LNG 발전 확대가 이어지는 현실은 한국 에너지 전환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시선도 있다.
결국 관건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명확한 탈화석연료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전환이 'LNG 중심 구조'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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