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400조 시대, ‘ETF 아버지’의 포트폴리오는?...“반도체 다음엔 빅테크 수익 시작된다”

“ETF는 반도체 칩과 비슷합니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상품이지만 반도체가 TV, 노트북, 핸드폰, 자동차에 들어가 제 기능을 하듯 ETF도 이제 투자자들의 다양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필수 부품 역할이 됐다고 봅니다.”
지난 15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이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월 5일 300조 돌파 이후 약 3개월만에 이뤄낸 쾌거다. 2002년 국내에 ‘KODEX200’을 처음 출시하며 ‘한국 ETF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 “ETF는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라 자산배분의 핵심 도구”라며 향후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년 걸렸던 100조, 3개월만에 달성한 400조
-‘ETF 아버지’로서 400조 달성을 어떻게 보나.
“예상한 것보다 너무 빠른 성장에 놀랐다. 100조 늘리는 데 20년 걸렸던 게, 3개월 만에 300조에서 400조가 됐다. 앞으로도 성장세는 여전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경우 ETF 순자산총액이 전체 상장사 시총의 20%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7%정도다. 국내 자본시장이 지금 세계에서 제일 뜨거운 시장이고, ETF 경쟁도 엄청난 만큼 5~10년 뒤에는 미국에 상응할 정도로 국내 ETF 시장도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TF 시장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뭔가.
“첫 번째는 ETF라는 상품 자체의 구조적 장점이다. 펀드 시절에는 운용사가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내놓고 투자자들에게 사라고 했다면, 요즘에는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는 것이 먼저다. 소비자 중심의 시대에서 펀드보다 덜 경직적인 ETF가 더 잘 따라온 것 같다. 두 번째는 ‘머니 무브’다. 연금에서의 투자 수요와 함께 금융 시장에 묶여있던 돈들이 자본시장으로 들어왔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투자에 대한 수요를 많이 느끼고 효율적인 ETF를 많이 선택했다.”
◇레버리지 중심, 투자 문화는 미성숙
-시장이 단기간에 커지면서 부작용도 있었을 것 같다.
“시장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투자 방식은 여전히 옛날 방식 그대로다. 최근 국내 시장은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이 거래대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노리고 레버리지 상품에 몰리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돈을 벌기 어렵다. 레버리지는 일부 자금으로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할 상품이다.“
-왜 레버리지로 돈을 못 버는가.
“레버리지는 구조적으로 오르내림이 반복되면 계속 까먹는 상품이다. 시장이 10% 빠졌다가 다시 10% 올라 원래 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는 그 사이에서 손실이 누적돼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다. 이런 구간이 반복될수록 손실은 더 커진다. 그래서 방향이 한 번에 쭉 맞으면 수익이 나지만, 실제 시장처럼 변동성이 있는 환경에서는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레버리지는 어쩌다 쓰는 도구이지, 주력 투자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AI 시대, ETF 통해 장기투자해라
-ETF를 어떻게 활용하고 계신가.
“퇴직연금 계좌에서 미래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기술에 여러 ETF로 분산해서 장기 투자하고 있다.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빅테크, 나스닥100이다. 반도체는 또 다시 글로벌 반도체와 국내 반도체 관련 ETF에 각각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는 20년 이상 장기 투자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메모리에 집중된 국내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단기적으로 보고 있다. 나스닥 100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빅테크들이 모인 곳이며, 50년 장기투자해도 좋을 것으로 본다.”
-최근 몇 달간 나스닥을 포함한 미국 증시 상승률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지금 미국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어 당장은 수익이 잘 나오지 않는 구간이다. 대신 그 수익은 전력과 반도체 같은 인프라 기업들이 먼저 벌고 있다. 이 흐름은 2000년대 인터넷 혁신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투자만 하느라 당장은 돈을 못 벌었지만, 버블이 꺼진 뒤 살아남은 플랫폼 기업들이 결국 시장을 주도하며 수익을 냈다. AI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과열이나 중복 투자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큰 기술은 원래 그런 과정을 거친다. 일부 기업은 도태되겠지만, 결국 살아남은 기업들이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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