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볼모된 텃밭 "후보도, 공약도 모른채 경선 끝났다"

최류빈 2026. 4.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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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의 심장 광주·전남, 박탈당한 선거권
3월말 방문 광주 말바우시장, 충장·금남로 등 다시 가보니
“민주당 경선 끝났나요?…시민들, 통합시장 선거 금시 초문
“기자양반 또 왔어?”…21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한달여 만에 다시 만난 김향임(74·여) 담양상회 대표는 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과정에서 어떤 후보가 선출되고 떨어졌는지, 공약은 무엇인지 여전히 ‘금시 초문’이라고 말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아무리 당원 중심의 선거라 하더라도, 일반 유권자들 역시 통합특별시의 소중한 주권자 아닙니까?”

21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에게서는 오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했다. 광주에서 양동시장에 이어 규모를 갖춘 재래시장답게 선거 때마다 ‘민심 바로미터’로 불리던 곳. 그만큼 민주당 경선을 숱하게 겪어온 상인들이지만 이번 통합특별시장 경선을 두고는 혀를 차는 모습이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한다는 내용조차 따라가기 버거운데 통합특별시장 선거마저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치렀다는 게 상인들의 일관된 불만이다.

야채류를 파는 박성숙(40·여) 씨는 통합특별시장 이야기가 나오자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는 “광주와 전남이 합쳐진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들었는데, 후보를 알기는커녕 제대로 된 공약을 접해본 적도 없다”며 “얼굴이라도 알아야 판단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급하게 진행되는 통합 논의 속에서 시민의 알 권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불만이 읽혔다.
말바우시장 장보고싶은축산 인근 청과점에서 야채류를 파는 박성숙(40·여) 씨 역시 같은 날 다시 만났지만 “아직도 통합특별시장 선거나 후보별 공약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며 손사레를 쳤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김향임(74·여) 담양상회 대표 또한 수십년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의 숱한 유세전을 봐왔음에도 이번처럼 ‘깜깜이 선거’는 처음이라고 했다.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김 대표는 “광주와 전남을 합친다는 얘기는 계속 줄곧 들었지만 누가 각 정당별 후보로 선출됐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건지 토론회를 진행했어도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특별시장은 모르겠고 광주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것인가라는 불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인도 “주요 공약들이 시민에게 전달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존재하는 데, 공약이 알려지기도 전에 민주당 경선이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 사정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정치 고관여층’에서도 민주당 통합특별시장 경선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달에 이어 말바우시장에서 다시 만난 박중규(70) 삼성당한약방 대표는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의존도가 너무 높아, 선거 피로도가 극심하다”며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선거 열기가 확산되지 않아 못내 아쉽다”고 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이곳에서 한약재를 판매하는 박중규(70) 삼성당 한약방 대표 역시 이번 민주당 경선을 두고 “피로감이 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의존도와 당원 투표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선거 시스템이 관심을 끌기보다 반감만 키웠다는 거다.

박 씨는 여러 차례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지만 “흐름(여론)에 편승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선거 자체가 광주와 전남이 통합해 처음으로 치러지는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체감할 수준으로 확산되지는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광주를 대표하는 상권인 충장로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읽혔다. 이번 민주당 경선을 두고 ‘공허한 경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시민 입장에서 체감되는 것도,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충장로에서 만난 한 자영업자는 “유튜브 숏츠나 SNS에서 후보들끼리 서로 공격하는 장면만 영상 클립(특정 구간만 잘라낸 짧은 장면)으로 몇 번 봤다”며 “정작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통합 이후 구상이 뭔지는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네거티브만 부각되고 정책은 남지 않은 선거라는 느낌이 강하다. 민주당 위세가 강한 지역이어서 그런지 그냥 선거를 치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충장로 군밤장수 이영환(45) 씨는 “선거 분위기 자체가 워낙 조용해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흥행에 실패한 경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충장로에서 군밤을 판매하는 이영환(45) 씨 역시 “선거 분위기 자체가 워낙 조용해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경선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젊은층 무관심은 더 뚜렷했다.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만난 사회과학대 학생 김중헌(20) 씨는 “정당제가 특정 공당의 이해관계를 중심에 두고 운영해야 한다는 건 기본 원칙이지만, 통합특별시라는 특수 상황에서조차 해당 원리원칙만을 과도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이)정치에 관심이 있는 편이어서 관련 기사를 몇 번 찾아보고 정보를 얻는 편이만, 학교 동기들은 통합특별시장 후보나 공약도 제대로 나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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