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 인민폐 물고 다닌다는 곳…봄이면 대만 상인들까지 북적 [서영수의 명산명차]

돈벼락이 쳤다, 10년 동안, 우박 쏟아지듯. 마을 사람 모두가 돈벼락을 맞았다. 입을 귀에 걸고 사는 마헤이짜이麻黑寨는 바다에서 벌어지는 파시처럼 황금어장이 산에서 열린다.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곳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자동차 트렁크에 인민폐를 가득 싣고 다니며 차茶를 구매하려는 중국과 대만의 상인들로 넘쳐난다. 좁은 산악도로는 정체현상으로 번잡해진다. 윈난雲南의 보이차 성지 순례 1번지, 이우고진을 거점으로 더 깊은 산골의 차 산지를 탐방하려는 보이차 애호가는 사시사철 줄이어 찾아온다. 그 발길이 향하는 첫 관문, 마헤이는 돈의 열기 속으로 기꺼이 빠져든다.

향긋한 아로마와 풍미…여성적인 차
마헤이는 가장 이우易武다운 차로 명성을 떨치며 노차의 고향 이우의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다. 신新6대차산을 대표하는 포랑산布朗山차가 패기 충만한 남성이라면 고古6대차산의 기준점이 되는 마헤이 차는 향긋한 아로마와 우아한 풍미를 지닌 매력 넘치는 여성이다. 정제한 설탕이 아닌 천연 꿀이 주는 건강한 단맛과 매끄러운 목 넘김 뒤에 오는 맑고 깨끗한 여운이 하루 종일 맴도는 마헤이 보이차. 그 부드러운 맛의 비결은 차나무 원종과 토양이 빚어낸 자연의 선물이다.


이우고진 북동부 9km에 위치한 마헤이는 고6대차산지 15개 지역에서 채취되는 차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해발고도 656~2,023m로 편차가 큰 고6대차산의 평균 해발고도에 해당하는 1,331m인 마헤이는 압도적인 물량과 균일한 품질로 일찌감치 상업자본이 몰려왔다. 연평균 기온 17℃, 연평균 강수량 1,950mm로 차 재배에 적합한 마헤이의 떼루아에서 양질의 토양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초의 차 백과사전, '다경茶經'을 집필한 루위陸羽는 '최고의 차는 삭은 바위에서 자란다'고 설파했다. 마헤이에는 바위가 오랜 세월 풍화되어 바스러지는 '란석爛石'지대가 많다. 물 빠짐이 좋은 란석이 바로 루위가 언급한 '삭은 바위' 토양이다. 게다가 현지인이 '오색토'라고 부르는 필수 영양분과 미량 원소를 품은 토양이 마헤이 일대에 분포되어 있다. 오색토는 지표면에 보이는 검은 토양 아래에 란석으로 이뤄진 깊은 부식토 층이 있고, 중간에 홍토가 자리하고 맨 밑에 황토가 있는 다층구조로 되어 있다.

미네랄 풍부한 오색토에서 자라
차나무 성장에 최고인 오색토에 뿌리내린 마헤이의 차나무는 고6대차산에서만 서식하는 이우녹아차易武.芽茶 품종이다. 보이차의 유일한 원산지 윈난 차나무의 유전적 고유성이 잘 보존된 3대 원종 중 하나인 이우녹아차는 다른 2종과 달리 고6대차산에서만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은 이우녹아차는 수령 100년을 넘긴 고차수가 3만6,000여 그루 있다. 이우녹아차는 날렵한 타원형 잎 가장자리에 돋은 톱니가 얕고 어린 잎 뒷면에 솜털이 풍부한 중생종이다. 중생종은 싹이 제일 먼저 움트는 조생종과 뒤늦게 발아하는 만생종 사이에 새싹을 수확하는 품종이다.
음陰의 기운을 지닌 마헤이의 고수차는 난초꽃과 리치 향이 어우러진 우아한 풍미를 황후의 아우라에 비견한다. 갓 만든 마헤이의 차는 플레이버Flavour도 훌륭하지만, 숙성 잠재력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세월이 갈수록 맛과 향이 깊어져야 하는 보이차의 본질에 최적화된 이우녹아차의 폴리페놀 함량은 22~24%로 윈난의 다른 차나무 품종과 견주어 딱히 우월하지 않다.

이우녹아차의 특성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찻잎에 함유된 폴리페놀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카테킨Catechins 구성 비율에 있다. 에스테르형Esterified 카테킨이 상대적으로 적어, 쓰고 떫은맛이 미미한 반면 갈산과 결합하지 않는 유리형Non-esterified 카테킨이 많아, 차가 부드럽고 단맛이 두드러진다. 테아닌Theanine이 풍부한 마헤이 보이차는 20회 이상 우려 마셔도 싱거워지지 않는 미덕이 있다.
건륭제 때부터 차 운송 위해 도로 포장
다른 차산에서 흔히 봐왔던 키가 훤칠한 교목喬木고차수가 마헤이에는 별로 없다. 차나무가 위로 높이 자라지 못하도록 주간을 잘라 왜화倭化해 버린 키 작은 고차수가 주류다. 왜화된 교목고차수의 찻잎은 수령이 100년 이상 되었다고 해도 고수차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그래도 밀식 재배해 관목화灌木化된 차나무 잎보다는 여러 배 비싸다. 다른 지역의 고수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마헤이의 고수차는 상인과 소비자 모두 접근 장벽이 낮아 인기가 많다.

마헤이의 왜화된 고차수는 교통 요충지로서 최적의 입지에 위치한 마헤이의 빛과 그림자다. 청나라 건륭시대, 보이차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려는 한족이 스핑에서 마헤이로 집단 이주했다. 변변한 도로가 없어 차 유통에 어려움이 많았던 다른 차산과 달리 청석판으로 포장된 넓은 대로가 마을 앞을 지나갔다. 차를 신속하게 운송할 수 있는 도로 덕분에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다.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한족이 주도해 고차수를 왜화시켜 채취 효율을 높였다. 한족은 급경사지마저 개간해 밀식재배 면적을 크게 넓혔다. 마헤이가 물량으로 승부를 보던 빛나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흘러 21세기부터 불어온 고수차 열풍 속에 마헤이의 고수차는 제값을 받기 어려워졌다. 마헤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농약과 비료로 버무린 밀식재배 차밭의 차는 부유한 중국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양보다 질의 시대가 왔다. 마헤이의 왜화된 고차수가 다른 차산의 교목고차수처럼 자라려면 100년도 짧았다. 밀식재배 대신 차나무를 솎아내는 간벌 재배로 마헤이는 돌파구를 마련했다. 내친김에 독성이 강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지양한 친환경 농법을 도입했다. 마헤이가 추구한 생태농업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다. 밀식 재배할 때보다 수확량은 현저히 줄었지만, 수입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밭 차의 가격이 오르며 왜화된 고수차의 가격도 차츰 인정받기 시작했다. 어둠을 헤치고 새로운 태양이 솟았다.

화학비료 안 써, 수요 더 늘어
고6대차산에서 가장 넓은 면적과 최고 생산량을 자랑하는 마헤이의 옛 이름은 다루벤大路邊이었다. 고대 차마고도 시절부터 라오스로 향하는 대로변에 있는 마을이어서 자연스레 부르게 된 이름이었다. 라오스에서 새벽에 출발한 마방이 햇무리 지고 어둠이 내릴 무렵 도착하게 되는 곳이 다루벤이었다. 현지 소수민족은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을 '마마헤이'라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통명사에 가까운 다루벤에서 소수민족의 방언인 '마헤이'로 마을 이름이 정해졌다.

고6대차산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마헤이는 535가구 2,179명 대부분이 차 산업에 종사한다. 한족을 비롯해 타이.족, 야오.족, 이.족 등 8개 소수민족이 어울려 사는 마헤이는 고6대차산에서 빈곤 지수가 제일 낮다. 23년 동안 필자와 알고 지내는 가족은 한족 남편과 이족 부인이 함께 산다. 처음 만났을 때 세발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코흘리개 아들을 키우던 부인은 1인 4역을 했다. 아내, 어머니, 며느리 그리고 남편의 차 농사 도우미 역할을 했었다.
20여 년이 지나는 사이에 그는 1인 8역을 하고 있었다. 장성한 아들이 결혼해, 며느리가 딸을 낳았다. 1인 4역에서 시어머니와 할머니 역할이 자동 추가됐다. 차농 보조역할에서 그는 남편 대신 주역이 되어 생태농업에 앞장섰다. 화학비료는 돈을 주고 사야만 하고 비싸기도 해서 한때 '금비金肥'라고 불렸다. 지금은 그 귀한 금비를 구매할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야 더 좋은 가격에 차를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차나무를 간벌한 덕분에 굳이 수확량에 연연하지 않아도 적정 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밭일을 덜 해도 수입은 더 늘었다.

1인 6역을 넘어 차 제조 전문가와 차 판매상 역할도 잘 해내고 있는 그는 1인 8역을 감당하느라 하루해가 짧다. 자기 밭에서 나온 차만 팔았던 예전과 달리 이웃의 차를 모아 판매하는 중간상이 되어 경제 영역을 넓혔다. 능수능란한 판매 수완은 그에게 '저울의 달인'이란 별칭을 달아 줬다. 수십 년 동안 그가 애용하는 저울은 기다란 저울대에 줄로 매단 저울추로 무게를 다는 고색창연한 귀물이다.
저울추를 한자로 '권權'이라고 하는데 권력의 형평성을 따질 때 흔히 저울추가 언급되는 연유다. 누구에게나 정량을 계량해야 하는 것이 공정한 저울의 역할이지만 그의 저울은 똑같은 중량도 고무줄처럼 자유자재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 덤을 좋아하는 손님에게는 숙달된 저울 조작으로 10% 정도 부풀린 무게를 먼저 보여 주고 인심 쓰듯 10%를 더 얹어 준다. '조삼모사'를 일찍 터득한 그의 철칙은 덜 주지는 않는 것이다. 저울 눈금보다 그를 믿는 것이 상수다. 돈은 정직하다, 나름.

월간산 4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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