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억 팔면 '업계 2위'…피자의 추락엔 날개가 없다

김아름 2026. 4.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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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피자업계 1위 도미노…매출 2000억대
2위권 파파존스·피자헛은 1000억 미만
치킨은 3사가 5000억대 이상 매출 기록
그래픽=비즈워치

한때 치킨, 짜장면과 함께 배달음식의 대명사로 불렸던 피자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라이벌' 치킨과의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사실상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높은 가격과 하향평준화된 품질에 토종 브랜드 미스터피자의 몰락 등이 겹쳐지며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피자? 라이벌 아닙니다"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피자와 치킨은 배달 시장에서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특히 배달음식을 즐기는 젊은 층의 선호도가 압도적이었다. 피자를 시키느냐 치킨을 시키느냐는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 최대 고민 중 하나였다. 이 때문에 '피자나라 치킨공주'처럼 피자와 치킨을 세트 메뉴로 함께 운영하는 브랜드도 많았다. 

지금은 그 누구도 피자와 치킨을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는다.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 브랜드인 bhc의 매출은 6147억원이었다. 2위 제너시스BBQ는 5278억원, 3위 교촌에프앤비는 5174억원이었다. 3사의 매출 합만 1조6000억원을 웃돈다. 

도미노·파파존스·피자헛 피자 브랜드 매출 추이 비교/그래픽=비즈워치

반면 피자업계의 실적은 초라하다. 업계 1위이자 글로벌 피자 1위 브랜드인 도미노피자가 지난해 매출 2109억원으로 국내에서도 1위를 지켰다. 치킨 1위 bhc의 3분의 1 수준이다. 2위부터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 파파존스가 806억원의 매출로 2위로 올라섰고 피자헛은 매출이 700억원대로 감소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피자업계 1~3위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3600억원 안팎으로 bhc 매출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상위권 브랜드를 제외한 중소 브랜드 간의 격차도 크다. 치킨업계에서 '빅 3' 다음으로 평가받는 굽네치킨은 연매출 2000억원 안팎을 올린다. 푸라닭치킨 등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인 브랜드도 다수다. 반면 피자업계의 경우 상위권 브랜드로 평가되는 반올림피자가 500억원대, 청년피자가 300억원대에 그친다.

피자의 미래

피자가 대표 배달 음식의 지위를 잃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치킨에 비해 낯선 '외국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없어졌다는 점이 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피자헛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피자는 '미국 음식'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피자 프랜차이즈가 늘고 외식이 보편화되며 피자에 대한 환상이 사라졌다.

2010년대 들어서는 외식 시장에서 도우가 두껍고 토핑이 많은 미국식 피자 대신 얇은 도우에 간단한 토핑이 주가 되는 '원조' 이탈리아식 피자가 인기를 끈 것도 쇠퇴에 한 몫을 했다. 미국식 피자 수요가 이탈리아식 피자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식 피자는 화덕에서 구워 바로 먹어야 맛있는 만큼 배달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배달 피자 수요는 감소했다.

치킨에 비해 높은 가격대도 허들이 됐다. 치킨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지만 양은 치킨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피자는 늘 '가성비'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주요 피자 브랜드들이 정가를 높인 후 40~50%대 할인 공세에 나서는 식으로 실제 판매가를 낮췄는데, 이런 마케팅도 피자 수요 감소를 부추겼다. 

여기에 대형마트들이 1만원 안팎의 '마트 피자'를 선보이며 상당 수요가 마트 피자로 넘어갔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으로 대표되는 마트 치킨이 보편화된 이후에도 치킨 프랜차이즈의 경쟁력이 줄지 않은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후 식품 제조사들의 냉동 피자도 1만원대 저가 시장을 공략했다. 그만큼 프랜차이즈 피자의 품질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2022년 롯데마트가 선보인 '반값피자'/사진=롯데쇼핑

대형 토종 브랜드의 몰락도 이유다. 국내에서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토종 브랜드의 활약이 중요하다. 토종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치킨은 물론 버거업계에서도 롯데리아와 맘스터치 등 토종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시장 확대에 앞서고 있다. 

반면 피자의 경우 2000년대 피자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던 미스터피자의 몰락 이후 도미노피자, 파파존스피자, 피자헛 등 해외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세계에 2만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도미노피자의 국내 매장 수는 채 400개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 본사 입장에서는 파이가 크지 않은 국내 시장에 집중할 이유가 없다. 

다만 주요 치킨 브랜드들이 수차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치킨 한 마리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게 됐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피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피자 업계의 실적 개선은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단 경쟁 업종의 가격 인상 등 외부 요인이 겹쳐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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