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벤츠와 하이니켈 공급 계약…업계에선 10조원 규모 추정 LG엔솔·삼성SDI, 벤츠에 30조원 이상 수주…글로벌 협력 확대 전고체 배터리 공급 기대감도↑…"논의 중"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삼성SDI까지 벤츠와 수조원대 공급계약을 맺으며 한국 주요 배터리사들이 핵심 협력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전기차 캐즘(단기 수요 둔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저가 공세에 맞서 현지생산과 기술력으로 반등을 꿰할 지 주목된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가 처음으로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벤츠에만 30조원 이상 규모의 수주를 따낸 것으로 확인된다.
전날 삼성SDI는 벤츠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위한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독일 자동차 3사(벤츠, BMW, 아우디)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모두 납품하게 됐다.
정확한 공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삼성SDI는 2028년부터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하이니켈(니켈 비중 80% 이상)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벤츠가 삼성SDI를 택한 데에는 중국산 배터리 비중을 낮출 수 있으면서 '각형' 배터리에 강점을 보유한 회사라는 배경이 있다.
현재 각형 배터리는 중국 기업 CATL의 독주 체제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이 유럽 내 현지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산업가속화법(IAA)을 발표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불리해졌다. 이에 따라 CATL의 생산 비용이 높아질 것을 고려하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 속 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벤츠에 공급할 배터리 역시 해당 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헝가리 공장 가동률은 50% 이하 수준이나, 벤츠와의 협력으로 가동률이 즉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SDI가 공급할 하이니켈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의 주재료인 NCM 중 니켈 함량을 높인 것으로, 주행 거리와 배터리 수명에 강점을 나타낸다.
해당 배터리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A와 GLB, 쿠페인 CLA 등에 탑재될 계획이다.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이번 계약은 특정 모델이 아닌 전체 모델 플랫폼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확보한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배터리 세일즈'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과 지난달 벤츠 경영진을 만나 '배터리 동맹' 구축 방향을 논의했다. 지난달 유럽 출장 당시에는 최주선 삼성SDI 회장도 동행한 바 있다.
앞서 벤츠는 LG에너지솔루션과도 2024년부터 꾸준히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벤츠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누적 수주 규모만 25조원 이상에 달한다.
시장의 시선은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로 향하고 있다.
벤츠는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전고체 배터리 공급도 삼성SDI와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국내 주요 배터리사 중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기가 내년으로 가장 빠르다.
요르그 부르저 벤츠 AG 이사회 멤버 및 세일즈&고객경험 총괄은 삼성SDI의 전고체 도입 여부와 관련해 "삼성SDI를 비롯한 여러 파트너들과 소통하며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벤츠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들렸던 전날에 이어 이날 역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삼성SDI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9.89% 상승한 64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 거래일 대비 10%대 급승세를 보이며, 47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I와 메르세데스-벤츠가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다즈 서울강남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삼성S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