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단 하나의 교훈, 에너지 자립의 길을 묻다

이오성 기자 2026. 4. 22. 06:5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극적인 전쟁은 우리 앞에 에너지 자립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가보지 않은 길이다. 수송· 발전·석유화학 분야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전환의 흐름과 쟁점을 정리했다.
3월11일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유조선과 화물선들의 모습. ⓒAP Photo

이 또한 지나가리라. 문제는 그다음 우리가 맞이할 세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후 세계는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고, 원유 수급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은 그 충격이 특히 크다. 휘발윳값 급등과 종량제 봉투 수급 불안으로 상징되는 ‘진짜 에너지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1978년 마지막 오일쇼크 이후 거의 반백 년 만의 충격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을 콕 짚었다. 4월2일 ‘이란 분쟁이 한국에 미친 영향: 수치로 보는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전쟁의 비전투국 가운데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라고 지목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산업용 원자재 수급 비중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전쟁은 종종 예기치 않은 변화를 이끌어낸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에서는 ‘에너지 독립’이 화두가 됐다. 가까운 러시아로부터 조달했던 천연가스가 차단되자 가스 수입선을 미국·아프리카·중동 등으로 다변화하고 에너지 절약 대책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리파워EU(REPowerEU)’ 계획을 통해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국내에서는 유럽연합의 과도한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전기료 상승을 유발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그 후에도 유럽연합의 에너지 정책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중동전쟁 이후에도 유럽연합의 에너지 시장은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한국만큼 높지 않고 난방용 가스가 크게 필요치 않은 봄철이라는 요인도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에도 전력 가격이 요동치지 않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 주효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2년을 전후로 유럽연합이 설치한 태양광·풍력 설비 덕분에 약 1000억 유로(약 174조2740억원)를 절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금융기관 라보뱅크(Rabobank)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가 없었다면 현재 유럽연합의 전력 가격은 약 30%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토론회’에서 철도의 화물 수송 분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사IN 이명익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다. 우선 다시 화석연료에 매달리는 길이다. 수입선 다변화와 원유 정제 효율화 등을 통해 유가 충격에 대비하자는 것이 이쪽 주장의 요지다. 전쟁 직전인 지난 1월 말 출간된 〈석유 제국의 미래〉(최지웅, 위즈덤하우스)는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국석유공사에 재직 중인 저자는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은 오판이며, 신기술과 신산업을 떠받치는 에너지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처럼 전쟁이 단기간에 끝났다면 세상은 그대로였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석유 제국의 건재함을 확인하며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르무즈 봉쇄와 원유 생산시설의 파괴로 앞으로 몇 년간 에너지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에너지 전환’ 논의에 불을 붙였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액은 200조원을 넘는데, 이는 한 해 정부 예산 3분의 1에 가까운 돈이다. 이런 해외 의존형 에너지 체질을 ‘자립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최근 에너지 전환론의 핵심 요지다. 4월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 대해 “다른 나라가 다 한 다음에 하면 그때는 이미 뒤처진다. 반 발짝이라도, 3분의 1발짝이라도 빨리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을 향한 움직임은 가시화되고 있다. 어떤 것은 이미 시작했고, 어떤 것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논의의 물꼬를 텄다. 평소라면 보통 시민의 관심 밖이었을 에너지 전환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교통(수송), 발전, 석유화학 분야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전환의 흐름과 쟁점을 정리했다.

■ 사람은 편하게, 자동차는 불편하게

전쟁으로 가장 크게 변화가 감지되는 곳은 교통(수송)이다. 석유화학 분야를 제외하면 화석연료 의존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승용차와 화물차가 핵심이다. 도로 수송으로 인한 석유 소비에서 승용차가 55.7%, 화물차가 28.5%를 차지한다(2024 ‘에너지통계연보’).

승용차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에서 판매된 승용 전기차 수가 크게 늘었다. 4월8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7만232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547대보다 153% 상승했다. 역대 최다 분기 판매량이다. 테슬라 모델 Y 판매량이 1만5325대로 가장 많았고, 기아 EV3와 EV5가 총 1만4138대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5334대가 팔렸다.

화재 불안, 충전소 부족 등으로 한동안 이어진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진 모양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가 일찍 확정된 데다 석유 가격 급등과 전기차 업체의 할인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다. 정부도 최근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통해 “경찰차, LPG 택시, 렌터카, 법인차 등을 조기에 전기차로 전환해 2030년까지 신차 보급량의 40%를 전기·수소차로 채우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럼에도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자동차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결국 문제는 자동차 이용 자체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다. 승용차 이용의 편리함을 대체할 만큼의 대중교통 시스템 구축이 관건이다. ‘사람은 편하게, 자동차는 불편하게’가 핵심 슬로건이다. 이란 침공 이후 MBC는 유럽 현지 취재를 통해 모든 대중교통이 다 공짜인 룩셈부르크, 도심 주차장 및 도로 폭을 줄여 이를 숲과 놀이터로 바꾼 네덜란드의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집 앞까지 연결되는 교통 편의 구축, 자가용 없는 가구에 대한 이니셔티브 제도, 자전거 인프라 확충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정부의 대전환 계획에는 아직 이런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유류세 인하 등 단기 처방 위주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린피스는 “화석연료를 보조하는 데 쓰이는 재정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데 써야 유가 변동에 대한 수송부문의 취약성을 줄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평시라면 쉽지 않았을 무상교통 논의도 시작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제안한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찬성하며 불을 지폈다.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도전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6~18세 청소년 무상교통 정책을 공약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도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한국판 9유로 티켓’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8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9유로 티켓 영원히’라는 현수막을 든 참가자들이 대중교통 요금을 영구적으로 저렴하게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DPA

9유로 티켓은 2022년 독일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그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정책이다. 한 달 9유로(약 1만7000원)로 전국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중교통 이용 증가로 탄소배출 저감 등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자 2023년 독일 정부는 49유로로 한 달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D) 티켓’을 출시했다.

4월3일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긴급 토론회’에서는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도로 수송 석유 소비에서 28.5%를 차지하는 화물차의 물류 비중을 철도를 통해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도의 에너지 소비는 화물차 대비 4% 정도로 매우 효율적이지만 화물 수송 분담률(t·㎞ 기준)은 3.2%에 불과하다(2023년 기준).

외국의 철도 화물 수송 분담률은 이렇지 않다. 미국 32.6%, 독일 23%, 프랑스 16.1%, 이탈리아 14.8%, 영국 11.2%, 일본 9.5%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김한영 전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2050년까지 분담률을 17%로 끌어올리면 자동차 운행과 환경오염 측면 등에서 연간 사회적 비용 24조 8000억원이 절감된다”라고 추산했다.

이를 위해서는 철도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전국 무역항 31곳과 국가산업단지 47곳 가운데 철도 인입선이 있는 곳은 18곳에 그친다. 철도 화물을 취급하는 역도 2011년 134곳에서 2020년 81곳으로 40% 감소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는 적자와 빚을 줄이기 위해 철도 시설을 줄이고 철도 용지까지 팔고 있다고 김한영 전 이사장은 지적했다.

■ 낮에는 싸게, 저녁에는 비싸게 하면?

전력 분야는 가장 활발하게 에너지 자립 논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연료의 상당 부분은 수입산이다. 2025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원자력(약 31.6%), 가스(약 28.1%), 석탄(약 27.5%), 신재생에너지⸱기타(12.8%) 순이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의 경우 점차 발전 비중이 줄고 있지만 문제는 가스, 즉 LNG(액화천연가스)다.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에 비해 발전량 조절이 용이한 LNG는 화석연료인데도 그 비중이 줄지 않는다. LNG 가격 급등은 전력 요금 상승은 물론 난방용 도시가스 요금 상승으로도 이어진다. 당장은 문제가 없겠지만 겨울철까지 수급 불안과 높은 가격이 이어지면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발전원을 늘리는 것이 근원적 해법이지만 전력공급 규모를 유지하려면 LNG가 필수적이다. 반면 LNG 발전의 규모가 유지되는 한 재생에너지가 새롭게 설 자리가 줄어든다. LNG 발전을 점차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절묘한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 3월16일 당국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2018년부터 시행 중이던 석탄발전소 이용률 상한을 일시적으로 해제한 데 이어 4월6일에는 2040년 이후에도 석탄발전소 일부를 폐지하지 않고 예비전원으로 남겨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LNG 발전을 줄이기 위해 석탄발전을 살리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시민사회에서는 더 실효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가정용 전기요금 개편이다. 핵심은 ‘시간대별’ 전기요금 차등 제도다. 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시간대에 요금을 값싸게 책정해 수요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 산업용 전기요금에 시간대별 차등제를 적용하고 있다.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의 경우 2022년부터 심야 시간(오후 11시30분~오전 5시30분)에는 1kWH당 요금을 6펜스(약 120원)로 크게 인하하는 혁신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소비자용 전기요금 평균가격은 1kWh당 30펜스 정도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혁신요금제 출시 이후 전력피크 시간대 수요가 분산됐을 뿐 아니라 옥토퍼스 에너지의 영국 전력시장 점유율도 급격히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낮에 에어컨 사용이 증가하는 여름철을 제외하면 전력피크 시간대는 대체로 저녁 시간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취사 및 온열 기구를 사용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해가 지면서 줄어든 태양광발전량을 LNG 발전이 충당하게 된다는 점이다. 저녁 시간대 전력 수요를 어떻게 분산하느냐가 LNG 발전을 줄이는 해법인 셈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3월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에는 싸게, 밤에는 비싸게’ 개편했다. 과거 가스 등 화력발전이 주력이던 시절에는 낮에는 비싸게 해서 소비를 억제하고 밤에는 싸게 해서 수요를 분산시키려 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량이 증가하면서 낮 시간대 전기요금이 저렴해지는 새로운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 역시 LNG 발전 비중을 줄이려는 대책과 무관하지 않다.

■ 전쟁 속 친환경 비닐봉투의 재발견

4월7일 오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작은 기업을 찾았다. ‘더데이원랩’이라는 스타트업이다. 직원 18명의 이 스타트업은 최근 ‘비닐봉투 품귀 현상’ 속에서 단연 주목받고 있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납사(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리타치’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리타치는 나프타로 만드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다. 중동전쟁 이후 납품 의뢰가 늘기 시작하더니 최근 매출이 3배, 납품 상담은 10배가량 늘었다.

중동전쟁 이후 종량제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사업 실적이 급상승한 요인은 가격경쟁력이다. 전쟁 이후 HDP의 가격이 ㎏당 1500원대에서 2500원 이상으로 치솟으며 자연스럽게 리타치의 가격 우위가 생겼다. 이전의 주요 납품처는 SK하이닉스 등 친환경을 표방하면서 가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 전쟁 이후에는 편의점 및 배달용 비닐봉투로 생산이 가능한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비닐봉투가 더 싸졌기 때문이다.

비닐봉투의 경우 별도의 신규 설비 없이도 기존 나프타 기반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얼마든지 생산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당장이라도 시장에서 상용화할 수 있다. 현재 더데이원랩이 공급 가능한 리타치 물량은 400t, 비닐봉투로 치면 3000만 장 분량이다. 앞으로 수요가 늘더라도 원료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더데이원랩이 생산하는 대체 플라스틱은 옥수수 전분이 주원료다. 자연 기반 원료인 데다 생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는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에 걸쳐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을 극적으로 줄였다. 친환경 특허도 획득했다. 이주봉 더데이원랩 대표는 “자연에서 만들어져 자연으로 돌아가는 플라스틱”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플라스틱이 대체 가능한 품목은 비닐봉투만이 아니다. 종이 등 친환경 물질로 대체하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빨대, 농촌 폐기물로 골칫덩이가 되어가는 농업용 멀칭 비닐, 음식물 쓰레기 봉투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주봉 대표는 특히 음식물 쓰레기 봉투의 대체제임을 강조했다. 현재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다수 음식물 쓰레기 봉투는 뜻밖에 생분해성이 아니다. 분리배출 후 음식물 재활용 작업장에서 비닐봉투를 일일이 분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눈에 잘 띄게끔 현행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형광색이 첨가됐다. 특히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어려운 만큼 생분해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주봉 더데이원랩 대표가 나프타 대체 물질로 만드는 친환경 비닐봉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흥구

대체 플라스틱의 한계도 있다. 천연 원료의 특성상 물병처럼 투명할 필요가 있는 것, 전자레인지에서도 사용 가능한 것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 역시 기술개발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런 화석연료 대체 물질이 나프타 기반 산업의 체질을 당장 바꾸리라고 보는 건 무리다. 그러나 석유화학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주봉 대표는 “한동안 친환경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번 전쟁 이후 친환경 기술이 공급망 불안도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점이 중요하다. 공공기관에서 대체 플라스틱을 일정 분량 의무 사용하게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쟁 이후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배출 후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 의무화 등을 통해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최종안 도출을 목표로 협상이 이루어지는 유엔 산하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목표 역시 생산량 자체의 감축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반대로 협상은 난항을 겪는 중이다.

4월8일 국회에서 열린 ‘나프타 위기 속 드러난 한계,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보완 방향’ 정책토론회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국내 정책이 일회용품 관리와 재활용 중심에 머물러 있다”라며 △일회용품 금지구역 확대 △다회용기 의무 할인제 △플라스틱 제품 수리권 보장 등 강력한 수요관리 정책을 제안했다.

중동전쟁 이후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에너지 안보’ 개념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그 길은 멀고 복잡하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난다 해도 전력망 건설이 뒷받침되고, 시민들이 전기요금 개편을 포함한 ‘불편한 에너지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산업구조 개편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 등 풀어야 할 난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석유 제국의 미래〉에서 저자는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왜 석유와 가스 소비는 감소하지 않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소비 증가 추세를 억제하고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교한 에너지 전략과 사회적 공감대다. ‘가보지 않은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