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뒤틀린 재건축 수주경쟁…뭘 믿어야 하나요?
건설사 간 다툼뿐 아니라 조합-건설사 갈등도
구청 '개입' 정도 역시 지역마다 천차만별
정비업계 "관 교통정리 더 강하게 해줘야"
노후한 건축물을 허물고 아파트 등을 새로 올리는 도시정비사업 일감 규모가 올해만 8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가구 당 100억원 단위의 거래가까지 나오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 재건축 사업지 다수가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요. 고가주택이 즐비한 여의도와 목동에서도 재건축이 본격화하기 때문입니다. 성수동 한강 변에도 재개발이 한창이죠.

각 조합은 건설사 간 경쟁을 유도해 최대한 조합원에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그러나 건설사가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사끼리 말고도, 조합과 갈등이 드러나는 경우까지 드물지 않게 보입니다.
▷관련기사: 재개발·재건축 건설대전…성수 '멈칫', 압여목 '눈치'(3월16일)
"입찰 불법촬영 부적절하지만 조합이 알아서"
강남구청은 지난 20일 압구정5구역(압구정특별계획구역5)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 1장짜리 공문을 보냈습니다. 조합에서 재건축 입찰 관련 서류를 무단으로 촬영한 DL이앤씨의 행위가 입찰 무효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에 대한 회신입니다.
강남구청은 "조합이 DL이앤씨와 현대건설에 통보한 현장 내 촬영 금지라는 조합의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입찰 관련 서류를 무단으로 촬영한 DL이앤씨 관계자의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및 서울시 시공자 선정 관련 기준 등에 따라 입찰 무효 등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입찰 진행 여부 및 DL이앤씨에 대한 조치는 조합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0일 압구정5구역 시공사 입찰 마감 직후 서류 개봉 과정을 DL이앤씨 측 관계자가 펜 모양 카메라를 이용해 무단으로 촬영하는 것이 적발돼 소동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경쟁사인 현대건설은 "공정 경쟁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면서 "클린 수주 활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조합은 강남구청의 유권해석을 기반으로 경쟁입찰이 성사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 과정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조합이 현대건설과 DL이앤씨에 '공정경쟁 확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양 사 모두 이에 응한 상태였고요.

압구정3 확전…"불순한 의도 vs 조합이 입장 막아"
두 건설사의 이런 알력은 인근 압구정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압구정3구역과 5구역은 예정 공사비가 각각 5조5610억원, 1조4960억원인 조 단위 사업장입니다. 건설사의 치열한 다툼은 예고됐었다는 평가입니다.
그러나 지난 20일 압구정3구역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해 개최한 2차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습니다. 현장에는 DL이앤씨 임직원도 있었으나 설명회에는 자리하지 못했습니다. DL이앤씨는 조합이 거부해 참석할 수 없었다고 밝혔고요.
압구정3구역 조합은 현장에서 DL이앤씨에 입찰참여 확약서를 요구했습니다. DL이앤씨는 이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설명회부터 입찰참여 확약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게 DL이앤씨의 입장입니다.
조합은 내달 25일에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를 열 예정입니다. 앞서 진행한 1차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수의계약이 유력합니다.
현대건설 측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향후 시공사 선정 시점까지 조합의 일정에 맞춰 성실히 협의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DL이앤씨는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 입찰을 위해 인근 사업지 동향을 파악하려 (3구역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현장에서 입찰 참여에 대한 확약서를 요구했다는데 현장설명회에 확약서를 쓰고 들어가는 경우가 어딨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합은 "DL이앤씨는 현장설명회장 주변에서 조합원들과 접촉해 입찰 의사가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다 현장설명회 마감 직전 스스로 참가를 포기하고 자진 철수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이번 소란과 자진 철수는 3구역 시공권 확보보다는 5구역에서 경쟁을 벌이는 현대건설의 입찰 과정에 흠집을 내기 위한 전략적 방해 공작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죠.
건설업계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 조합은 최근 전쟁 등 여파로 일정 지연 등에 대해서 민감한 상황인데 경쟁 입찰이 성사하면 시공사 선정까지 일정이 2개월은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던 것 같다"고 말했고요.
시·구청 나서도 건설사-조합 충돌 지속

올해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던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성수4지구)도 시공사 선정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 충돌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곳은 압구정5의 사례와 달리 구와 시에서 행정지도까지 나섰지만 양 측의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비즈人워치]"한강 펼쳐진 성수4…과한 대안설계 불필요"(2월4일)▷관련기사: 시작부터 '진흙탕'?…성수지구 첫 재개발사업에 무슨 일이(2월15일)
성수4지구 조합은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고 올해 2월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습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응찰했으나 조합에서는 대우건설이 일부 서류를 빠뜨렸다며 롯데건설의 입찰만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대우건설은 강하게 반발했고 조합이 입찰 자체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울시가 나서 두 건설사가 모두 개별 홍보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으며 이는 시의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교통정리에 나섰습니다.
조합은 이달 9일 다시 현장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했고요. 그러나 이번에도 대우건설과 조합이 충돌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조합이 새로 바꿔 제시한 입찰 조건이 경쟁사에만 유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보다 낮은 금리 제안을 금지한 것을 두고서입니다. 앞서 1차 입찰 과정에서 자사가 내건 조건 중 하나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가산금리 -0.5%'를 겨냥한 조건 변경이란 겁니다. 아울러 '서울 시내 하이엔드(고급) 1000가구 이상 준공 실적' 제출을 요구한 것도 경쟁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봤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입찰 무효 이후 재입찰 공고가 났는데 여러 조건이 새롭게 추가돼 당황스럽고 불공정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입찰 참여를 여전히 검토 중이나 회사에 독소인 조항은 없는지, 법률적으로도 문제 있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하이엔드 실적 제출은 입찰 조건이 아니고 과거 실적이 있다면 소개를 해달라는 차원이며, 입찰 자격 박탈이 되는 조건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과열·혼탁의 끝은?
성수4 조합이 은행보다 낮은 금리 제안을 금지한 것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132조)에 맞춘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정비사업 계약 체결에서 시공과 관련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불법인지에는 논란 소지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사업비 조달 과정에서 가산 금리를 마이너스로 제시하는 행위 등은 시공과 무관한 무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실제로 이런 부분들이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문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비업계에서도 해당 법 규정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사업비 조달금리를 얼마로 제시했느냐가 위법인지 아닌지는 법조계에 물을 때마다 의견이 갈린다"면서 "확실하게 불법이라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니 조합도 막는 경우가 잘 없고 관할 구청의 개입의 정도도 다르다. 명확한 기준을 갖고 교통정리를 강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수조원의 재건축 일감이 쏟아지는 시장입니다. 당장 목동신시가지 재건축과 여의도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도 시공사 선정에 잇따라 나설 전망입니다. 서울시는 원활한 정비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분야 전문가와 변호사 등을 파견하는 코디네이터 제도를 운용 중입니다.
하지만 과열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명확한 경쟁 기준이 서 있지 않다 보니 이런 혼란이 옵니다. 건설사와 조합의 정비사업 관련 법을 놓고 벌이는 충돌은 행정력의 소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조합원의 피해, 해당 구역과 인근 지역 주택 매매·임대차 시장의 혼란 등으로 번질 것 수 있다는 점, 정부도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지수 (jisoo2393@bizwatch.co.kr)
김준희 (kju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딜 워치]"27억이 658억으로"...성호전자의 기막힌 메자닌 활용법
- 삼성전자, 5년만 특별배당…개미에 2조 풀었다
- [르포]월세 165만원에도 완판됐다는 홍대 뒤 원룸 가보니…
- 방산 교통정리 나선 현대차그룹…두 가지 효과 노렸다
- '홈플 익스프레스' 인수 추진…메가커피, 재무 부담 견딜까
- 한화솔루션, 올 영업이익 8829억 전망...이자 부담 덜까
- 코스닥 승강제 전 마지막 '코스닥150' 정기변경, 누가 들어오나
- 삼성전자·SK하이닉스 TSMC보다 저평가…시총 합산 3300조원 예상
- 오름테라퓨틱, BMS 기술이전 신약 임상 규모 확대…"순항 신호"
- 실적 발표 앞둔 SK하이닉스…AI 훈풍에 증권가 "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