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중대재해 발생현황 전수 분석] 4년간 2천436명 죽었는데 실형은 단 ‘6%’뿐

김미영 기자 2026. 4.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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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현대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현대제철 4년 연속 중대재해 반복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2천436명이다. 하루 평균 1.7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21일 <매일노동뉴스>가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현황(2022년 1월~2025년 12월) 전수를 분석한 결과 사고가 난 사업장은 1천990곳이었고 이 가운데 156곳은 중대재해가 두 차례 이상 반복됐다. 특히 ㈜대우건설·현대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현대제철㈜ 등 5개 기업은 4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단 한 해도 빠짐없이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이 죽음들이 막을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막으려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최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대우건설 15명 숨져

해당 기간 중대재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대우건설이었다. 14건의 사고로 15명이 숨졌다. 연도별로 살펴보니 특정 시기에 사고가 집중됐다기보다 매년 반복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2년 3건(3명), 2023년 2건(2명), 2024년 6건(7명), 2025년 3건(3명)으로 사망사고가 4년 내내 이어졌다. 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 변화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고 유형은 전형적인 재래형 재해다. 구체적으로 보면 추락 4건, 낙하물 피격 3건, 차량·장비 충돌 3건, 붕괴·매몰 1건, 찔림 1건, 익사 1건, 온열질환 1건이다. 2023년에는 25톤 덤프트럭에 신호수가 치여 숨졌고, 2024년에는 댐 잠수 작업 중 밸브가 열리며 수압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락만 해도 개구부 추락, 낙하물방지망 해체 중 추락(18미터), 자재 정리 중 개구부 추락(6미터)으로 유형이 반복됐다. 모두 건설현장에서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위험 요인으로,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아니라 이미 알려진 위험을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락 사고는 안전난간·작업발판·추락방호망·안전대 걸이 설비 같은 기본 조치가 핵심 대책으로 꼽힌다. 같은 유형 사고가 반복됐다면 현장 점검과 작업 통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험의 외주화도 되풀이됐다. 14건 전체에서 숨진 노동자 15명이 100% 하청 소속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 편집 김효정 기자

현대건설·한전 4년간 각각 12명 숨져

대우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은 현대건설㈜과 한국전력공사로 총 12건이 발생해, 12명이 숨졌다. 현대건설 역시 4년 내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됐다. 공공부문에서 가장 많은 중대재해가 발생한 한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해를 제외하고 매년 죽음이 되풀이됐다. 2022년 직접활선공법 금지 이후에도 감전사고가 이어졌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2022년 간접활선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면서 노후한 활선작업 차량이 무리하게 투입되고 관리·감독도 충분하지 않아 장비 결함 등에 따른 사고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인출전력선 상변경 작업 중 유도전류에 감전된 경북 경주 사고(2023년), 전신주 작업 중 활선에 접촉해 감전된 충남 서산 사고(2024년), 철탑 작업 중 감전된 경기 남양주 사고(2024년), 크레인이 전선에 닿아 전주 하단을 잡은 작업자가 감전된 충남 홍성 사고(2024년) 등 매년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이 죽었다.

4위는 △롯데건설㈜로 모두 10건이 발생해 10명이 숨졌다. 대우·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4년 연속 한 해도 빠짐없이 노동자가 죽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 9건(9명) △현대엔지니어링㈜ 8건(11명·4년 연속) △디엘이앤씨㈜ 8건(9명) △한국철도공사 7건(9명) △계룡건설산업㈜ 7건(7명) △㈜한화 6건(6명) △현대제철㈜ 6건(6명·4년 연속) 순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 절반은 건설업에서 일어났다. 전체 사망자 2천436명 가운데 건설업 1천205명(49.5%), 제조업 679명(27.9%), 기타 업종 552명(22.7%) 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를 기준으로 하면 2024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화재·폭발 사고로 23명이 숨진 아리셀이 1위였다. 단일 사고 기준으로는 4년 전체 기간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다. 1심에서는 아리셀 박순관 대표이사와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에게 징역 1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아리셀 중대재해 사건 항소심 선고는 22일 예정돼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15년 유지될지 관심이 쏠린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재판 101건 … 83%는 중소기업

아리셀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이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기준 선고가 완료된 101건 가운데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아리셀 참사를 △한국제강 △삼강에스앤씨 △일광폴리머 △동일스위트 △금릉과동화 등 모두 6건(5.94%)에 불과하다. 나머지 80건(79.2%)은 집행유예였고, 10건(9.9%)은 무죄였다.

기소 자체가 편향적이다. 기소된 사건의 83%가 중소기업이었다. 대우건설·현대건설·롯데건설 등 4년 연속 사망사고를 낸 대형 건설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지난해 9월30일 기준) 첫 대기업 기소로 주목받았던 삼표산업의 정도원 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고, 한화오션 대표도 무죄를 받았다.

2천436명이 죽는 동안 감옥에 간 경영책임자는 극히 일부다. 특히 4년 연속 사망사고를 낸 5개 기업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다. 법이 있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예방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조재민 변호사(조안전법률사무소)는 "대기업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현장소장이나 공장장 등 현장 관리자만 책임을 지고 경영책임자는 기소조차 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수사기관이 엄정한 법 집행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담긴 사회적 요구를 실현하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공공기관도 반복된 죽음한전 12명 사망 1위 … 철도공사 9명 숨지고 산림청 벌목사고로만 5명 목숨 잃어
편집 김효정 기자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반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가 최근 4년간 사망자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철도공사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노동자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었다. 민간기업뿐 아니라 공공영역 역시 산업재해의 예외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보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전력공사가 사망자 12명(12건)으로 가장 많았다. 감전·추락·충돌 사고가 고르게 발생했다. 이어 한국철도공사가 9명(7건)으로 뒤를 이었다. 열차 접촉, 설비 끼임, 추락 등 철도 유지·보수 과정의 사고가 반복됐다. 산림청은 5명(5건), 인천환경공단은 3명(2건)으로 집계됐다. 한국공항㈜, 강화군청, 창원시청, 포항시청도 각각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벌목 작업의 위험성이다. 산림청은 5건 모두 벌목 작업 중 사고로 파악됐다. 포항시청도 벌목 관련 사고가 2건 있었다. 벌목 현장은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고, 경사지·산림 지형에서 중장비와 인력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대표적 고위험 작업으로 꼽힌다. 한전의 삼척 현장 사고처럼 전선에 걸린 나무를 제거하다 노동자가 숨지는 사례도 있었다. 수목 제거 작업이 단순 정비가 아니라 중대재해 위험 업무라는 뜻이다.

환경기초시설과 하수처리장 같은 밀폐공간 위험도 확인됐다. 인천환경공단과 창원시청에서는 질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황화수소 등 유해가스 노출, 산소 부족 같은 위험요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단시간에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은 예산과 조직, 안전 매뉴얼을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감전·추락·벌목·질식 같은 이미 알려진 위험으로 노동자가 반복해 숨졌다는 점에서 문제는 제도 유무가 아니라 현장 집행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영역부터 위험업무 외주화와 형식적 안전관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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