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위험한 꿈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2026. 4. 2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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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한경DB


올 4월 이재명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고 그 핵심 기조인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을 선언했습니다. 부동산과 금융은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인위적인 분리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생각은 없는 듯합니다. 무주택자는 정부의 규제로 집을 살 수도 없는데 전·월세시장 불안은 시시각각 서민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은 왜 이런 문제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요.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아파트 담보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가 만기가 돌아올 경우, 원칙적으로 연장을 금지하고 상환을 유도합니다(세입자가 있는 경우 등 예외 인정).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매우 낮은 수준(1.5% 등)으로 억제해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조입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점진적인 대출 규제 강화를 예고했습니다.

현대 경제에서 부동산과 금융을 나누는 것은 실효성 논란이 큽니다. 부동산은 단순히 ‘거주 공간’이 아니라 가계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금융 자산의 성격을 지닙니다. 대출(레버리지) 없이 집을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주택담보대출은 은행 관점에서 가장 안전한 담보 자산입니다. 이를 인위적으로 끊으면 금융 시장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부동산과 금융을 절연하기 위해 대출을 급격히 조이면, 매물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가 굳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대출 규제는 결국 자산이 부족한 서민과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금융 지원이 끊긴 시장에서는 거래 자체가 실종돼 이사, 인테리어 등 연관 산업까지 침체될 우려가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건설 및 부동산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말 기준 13.5% 정도라고 합니다. 건설·부동산 산업은 한국 GDP의 약 7분의 1을 지탱하는 거대한 축이지만, 최근에는 공급 절벽과 투자 위축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심각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1금융권 대출을 막으면 수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2, 제3금융권이나 사채, 혹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등 규제가 느슨한 곳으로 옮겨갑니다. 이는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초래해 오히려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이 부동산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부는 대출을 막아 투기 수요를 억제하면 집값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집값 상승의 핵심 원인이 '공급 부족'에 있다면, 대출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히려 건설 자금 조달까지 어려워져 장기적인 주택 공급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강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지만, 서울 등 선호 지역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막지 못한 선례가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정부의 의도는 '빚내서 집 사는 관행'을 깨고 가계부채 위험을 관리하겠다는 것이지만, 금융과 부동산의 유기적 관계를 무시한 기계적 절연은 시장의 왜곡과 실수요자의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금융 규제라는 '채찍'뿐만 아니라, 충분한 주택 공급과 조세 제도의 합리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금융과의 단절이 아닌, '건전한 금융 결합'을 어떻게 유도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과 금융의 인위적 단절이 아닌, '건전한 결합'을 유도하는 것은 자산 시장의 안정과 서민의 주거 사다리 복원을 위해 매우 정교한 설계가 필요한 과제입니다. 단순히 대출을 막는 정책에서 벗어나, 리스크를 분산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자금이 흐르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이 대규모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구조입니다. 이를 금융 상품을 통한 공동 투자 구조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사는 대신, 부동산 투자 회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임대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는 부동산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고 가계 부채 의존도를 낮춥니다. 처음부터 집값을 다 치르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나 공공과 지분을 나누어 가진 뒤 살면서 서서히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도 바람직합니다. 이는 초기 대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지분적립형주택, 수익공유형주택 등 다양한 주택 보유 형태가 나올 수 있지만 초기 매입자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일괄적인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절연' 정책보다는, 차주의 상환 능력과 주택의 용도에 따른 세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나 무주택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하되, 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유도해 금리 변동 리스크를 금융기관이 분담하도록 해야 합니다. 다주택자나 단기 시세 차익 목적의 대출에는 징벌적 금리나 엄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금융 자원이 생산적인 곳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부동산과 금융의 건전한 결합은 '빚내서 집 사라'는 방임도, '대출은 절대 안 된다'는 절연도 아닙니다. 적정한 레버리지를 통해 중산층의 자산 형성을 돕되, 그 대출이 가계와 은행 시스템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되지 않도록 상환 능력 내에서의 금융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결국 부동산 정책은 금융 정책뿐만 아니라 복지, 조세 정책과 맞물려 돌아가야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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