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크로닌의 미이라-실종됐다 ‘괴물’로 돌아온 소녀에게 무슨 일이[시네프리뷰]

2026. 4. 2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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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목: 리 크로닌의 미이라(Lee Cronin’s The Mummy)

제작연도: 2026

제작국: 아일랜드, 미국

상영시간: 134분

장르: 공포

감독: 리 크로닌

출연: 잭 레이너, 라이아 코스타, 메이 칼라마위, 나탈리 그레이스, 베로니카 팔콘

개봉: 2026년 4월 22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흑백TV 시절 미국 코믹호러 드라마에 등장하던 ‘미라’는 하나같이 통통했다. 미라의 공포를 처음으로 화면으로 옮긴 유니버설 픽처스의 <미이라(The Mummy)>(칼 프런드 감독·1932)부터 그랬다. 진짜 사람이 붕대를 친친 감고 어슬렁어슬렁 연기했기 때문이다. 실제 고대 이집트 무덤에서 발견된 미라는 그렇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당연하다. 방부 처리를 했더라도 수천년이 지났기 때문에 미라는 해풍에 말린 황태처럼 빼빼 말라비틀어지게 마련이다. 유니버설 픽처스의 고전 호러를 리부트한 스티븐 소머즈 감독의 동명 영화(1999)에 등장하는 미라는 보다 ‘진짜’에 가까웠다. 더 이상 사람이 붕대를 감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오리지널 미라 이야기

<리 크로닌의 미이라>는 ‘그’ 미라 이야기가 아니다. 미라, 하면 떠오르는 고대 이집트 신관(신을 모시는 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그 대신 고대 이집트에서 사라진 악신(惡神)을 숭배하는 가족이 나온다. 이 악신은 가능한 한 젊은 육체를 숙주 삼아 관 속에서 수천년을 버텨왔다. 크레딧에 주술사(The Magician)라고만 표기된 레일라 카릴의 엄마가 이 악마숭배교의 교주다. 마치 백설 공주 이야기에 등장한 마녀처럼 딸 레일라의 친구였던 이집트 주재 방송국 기자의 어린 딸 케이티에게 접근해 독이 든 사과가 아닌 천도복숭아를 건넨다. 한 입 베어 물고 정신을 잃고 쓰러진 케이티는 납치된다. 납치당한 딸이 어떤 의식을 통해 악신에 빙의됐는지는 8년 후 땅속에 숨겨뒀던 비디오테이프를 꺼내 재생하면서 밝혀진다.

아버지 찰리와 엄마 라리사는 납치돼 실종된 딸에 대한 회한과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날 받은 전화 한통. 이집트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했는데, 잔해 속에 멀쩡하게 서 있는 관 속에서 미라처럼 변한 딸 케이티가 발견된다. 처음엔 사체인 줄 알았지만, 케이티의 숨은 붙어 있다. 8년이 지나 10대의 신체로 성장했지만 걸을 수도 없고, 손발톱은 있는 대로 자라 있다. 일단 휠체어에 태워 집으로 데려왔지만, 신경안정제를 맞지 않으면 짐승처럼 날뛴다. 찰리 부부와 장모가 수발을 들지만 쉽지 않다. 엄마 라리사가 손톱깎이로 발톱을 깎는 순간, 말라비틀어진 피부가 같이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간 피부에서 발견되는 검은 먹으로 쓴 주문. 도대체 케이티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관객 반응 치밀하게 계산한 연출

영화 제목에 달린 ‘리 크로닌’은 다름 아닌 이 영화의 감독이자 각본가다. 필모그래피를 봐도 연출한 장편영화가 <홀 인 더 그라운드>(2019)와 <이블 데드 라이즈>(2023) 2편뿐이다. 무슨 작가주의를 말할 만한 경력은 아직 쌓여 있지 않다. 그런데도 리 크로닌 감독 작품이라는 걸 강조한 건 이 영화가 그 자체가 서브장르화된 ‘미라 영화’의 전통과 다른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그만큼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관객들이 어떤 대목에서 끔찍함을 체험하고, 어떤 대목에서 생명 보존-기피 반응을 일으키는지 원초적인 공포본능을 잘 이해한 연출이다. 영화사 측에서는 <컨저링>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과 호러명가 ‘블룸하우스’가 이 영화를 제작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제임스 완 영화의 특기인 공포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음향 연출도 수준급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까지 다 보고 일어나 극장 문밖으로 나서니 영화사 직원이 ‘혹시 이 영화의 연출 수위가 너무 세다고 생각하진 않는지’ 물었다. 그게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랬던가. 장르를 넘어서 요즘 만들어지는 영화들의 고어 장면 표현 수위는 이미 선을 넘은 지 오래다. 소위 ‘내장으로 줄넘기하는’ 피 칠갑 영화들의 전통을 보면 의외로 코믹한 요소가 군데군데 박혀 있다. 이 영화도 그 전통을 잇고 있다.

SNS 시대 아역 배우의 삶
/에밀리 미셸 인스타그램

SNS 시대의 영화 보기가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정보가 넘친다는 점이다. 하지만 영화 개봉 전인 데다 엠바고까지 걸려 있어 <리 크로닌의 미이라>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외국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에서 리 크로닌 연출작을 찾아봐도 이 영화는 개봉 예정작으로 분류돼 있을 뿐 간단한 시놉시스 이외에 공개된 정보는 없다. 그래도 정보가 넘친다. 다르게 접근할 루트가 여럿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8년 동안 실종된 소녀’ 케이티 역의 아역배우가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캐나다 출신으로 2016년생, 올해 열 살인 에밀리 미셸인데 벌써 13편을 소화했고, 이 영화를 포함해 앞으로 개봉할 영화 5편에 출연했다. 이 소녀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면 아직 정식개봉은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 프로모션 관련 사진과 영상, 학교생활이나 음식 사진, 영화 촬영장이나 또래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 줄줄이 나온다. 눈에 띈 건 공포영화 분장을 하고 찍은 사진이다(이 영화와 관련된 분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의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령에 들린 소녀’ 역을 맡았던 린다 블레어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배역이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독 역시 나이 어린 소녀에게 맡긴 배역이 과도하지 않았냐는 비난에 시달렸다. 영화 <주디>(2019)에서 묘사된 <오즈의 마법사>를 찍을 당시 열세 살 소녀였던 주디 갈런드에게 약물 강제 투여 등 가해졌던 끔찍한 폭력은 오랫동안 쉬쉬하며 감춰졌던 할리우드의 흑역사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런 악습은 근절됐다. SNS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명랑한 모습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변치 않길.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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