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지고 데이터센터 뜬다… 지금 주목할 ‘코어’ 자산 3가지
[해외 부동산]

과거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등장한 부동산 트렌드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까지 대체로 10년 안팎의 시차가 존재했다. 정보 전달의 간극과 사회·문화 제도, 금융 환경의 차이로 국내 시장에 흡수되기까지 어느 정도 완충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5년 <해외 부동산 투자 & 개발 바이블>을 출간하며 틈새 상품으로 제시했던 세 가지 유형(대중교통 중심 개발·학생주택·셀프스토리지)은 당시만 해도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을 보완하는 대안적 투자처에 가까웠다. 국내에서는 단어의 개념조차 생소한 시장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할까. 과거 ‘틈새(niche)’로 분류되던 부동산 유형들이 이제는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핵심(core)’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틈새 시장은 본질적으로 아직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그 수요의 구조적 성장성이 확인되는 순간, 해당 자산은 더 이상 보완재가 아닌 주력 투자 대상으로 격상된다.
과거 투자자들은 오피스나 리테일이 고평가될 때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틈새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켰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상황이 달라졌다. 이전에 틈새 상품에 속하던 유형들이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전략적 핵심 자산으로 비중이 확대되며 글로벌 자본의 주요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해외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 가지 부동산 유형을 살펴본다. 특히 개인의 직접투자보다는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를 중심으로 한 해외 간접투자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집중되는 자산군에 주목해보려 한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역시 이러한 부동산 유형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글로벌 리츠나 부동산 ETF 투자 전략을 보다 입체적으로 세울 수 있길 바란다.
실제로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지난 10년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코어 펀드 내 자산 비중의 변화를 살펴보면,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인 물류창고나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구조적 수요에 기반한 자산군의 존재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전 글에서 다룬 셀프스토리지와 시니어 하우징을 비롯해 헬스케어 인프라 성격의 ‘메디컬 오피스’,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교육 인프라 기반의 ‘학생주택(student housing)’은 더 이상 대안적 틈새 상품이 아니다.

시장에서는 흔히 “자본의 이동을 보면 방향이 보인다”고 말한다. 이미 자본은 변화를 감지했고, 부동산 시장의 중심축은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읽어내는 투자자만이 향후 10년의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부동산 산업의 구조적 재편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데이터센터다. 한국에서 데이터센터는 건축법상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되지만, 미국에서는 주마다 용도 분류의 개념이 다르며, 일반적으로 물류창고와 같은 산업용 부동산(industrial) 범주에 포함된다.
최근 미국 리츠 시장의 자금 흐름과 데이터센터의 시장 보고서는 공통된 메시지를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틈새 대체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하나의 독립된 부동산 섹터를 넘어, 디지털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AI) 투자 테마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미국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 데이터센터는 리츠 펀드 내에서 벤치마크 지수 대비 34% 초과 비중으로 편입됐다. 이는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강한 확신을 보여준다. 섹터별 비중을 보면 헬스케어(18.9%), 통신시설(14.1%), 주거(13.4%)에 이어 데이터센터가 12.5%로 네 번째를 차지했다. 이는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보다 높은 비중으로, 데이터센터가 더 이상 보완적 틈새 상품이 아닌 핵심 투자 대상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시사한다.
시장의 지표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CBRE의 2025년 하반기 북미 데이터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공실률은 1.4%까지 하락하며 사실상 완전 임대 상태를 보였다.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임차 수요가 이를 상회하고 있으며, 2025년 평균 임대료는 연간 6.5%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수요 확대의 배경에는 디지털 경제로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클라우드 전환, 기업 데이터 관리, 에지(edge) 컴퓨팅의 확산, 생성형 AI의 급속한 성장 등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데이터 처리 공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수요가 한 방향으로만 집중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을 위한 대규모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증가하는 동시에, 에지 컴퓨팅의 확산으로 도심 내 소규모 에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으로 대형화 혹은 소형화 등의 단일한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데이터센터 시장은 ‘초개인화’와 ‘분산화’라는 메가 트렌드를 반영하며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낙관론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빠른 만큼 설비의 노후화 위험이 존재하며, 전력과 수자원 인프라 확보의 문제도 투자 리스크로 지적된다.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가격 조정의 가능성 역시 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는 단기적 유행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 장기적인 성장성이 기대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2. 메디컬 오피스: 고령화가 만드는 확실한 수요

지금의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디지털 경제와 고령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고령화로 대표되는 시니어 하우징이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한 부동산 유형이라면, 메디컬 오피스(Medical Outpatient Building·MOB)는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의 변화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의료비 지출의 증가, 바이오 기술의 혁신적 발전은 진료의 중심을 병원 내 입원 치료에서 외래 중심 진료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 외부에 위치한 진료 거점 역할을 하는 메디컬 오피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 인력의 부족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더해지면서, AI 기술을 활용한 진료 방식의 확산으로, 메디컬 오피스에서의 클리닉 중심의 진료가 확대되고 있다.
앞서 미국리츠협회 자료에서 헬스케어 리츠가 가장 높은 비중(18.9%)을 차지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다. 메디컬 오피스는 시니어 하우징, 요양시설, 라이프 사이언스 시설과 함께 헬스케어 리츠에 포함되는 핵심 자산군이다.
특히 전통적인 오피스 부동산이 재택근무의 확산으로 구조적 도전에 직면하면서, 오피스의 대체 상품으로 메디컬 오피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디컬 오피스는 리테일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낮고, 일반 오피스보다 수요의 안정성이 높으며, 호텔 대비 변동성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대형 병원 인프라와 인구 기반이 갖춰진 지역이라면,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무엇보다 장기 임대 계약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해 임대료 상승 조항이 포함된 경우가 많아 리스크 대비 성장성이 높다. 또한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이지 않아, 비교적 중소형 규모의 자본으로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메디컬 오피스는 고령화 트렌드에 맞춘 폭발적인 ‘고성장’ 테마 상품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한 ‘안정성’에 기반한 투자 자산으로 평가된다.
3. 학생주택: 교육 수요가 지탱하는 임대 시장

전 세계 어느 대학도 기숙사만으로 학생들의 주거 수요를 100%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대학 기숙사의 수용 규모는 전체 학생 수의 20% 내외에 그친다. 이러한 구조적인 공급 부족은 자연스럽게 대학 캠퍼스 인근을 중심으로 학생 전용 임대주택 시장을 형성시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학생의 46%가 영어권 국가인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4개국에 집중돼 있다. 특히 OECD 전체 유학생 약 502만 명 가운데 약 95만7000명(약 19%)이 미국에서 재학 중으로,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고등교육 유학생 유치국이다. 또한 전체 유학생 중 약 58%가 아시아 출신으로, 한국은 OECD 평균 대비 해외 유학 비율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이는 글로벌 상위권 대학이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교육에 대한 학부모(특히 아시아권)의 투자 의지는 경기 사이클에 크게 흔들리지 않으며, 교육 산업은 경기 불황에도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학생주택은 단순한 대학가 원룸을 넘어 전문 임대 자산으로 발전했다. 학생주택은 대학 캠퍼스 인근에 위치하며,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학기 기반의 수요 구조와 룸메이트 중심의 임대 방식, 커뮤니티 시설을 강조하는 운영 모델을 특징으로 한다.
일반 임대주택이 세대(unit)를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반면, 학생주택은 침대(bed) 단위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면적 대비 높은 임대료 구조로 수익성도 매력적이다.
한국의 대학가 원룸이나 공공형 기숙사가 낮은 임대료 중심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영국의 학생주택은 특정 수요층(학생)을 겨냥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식돼 왔다. 주방을 공유하는 코리빙 주거 방식부터 최고급 1인실까지 다양한 주거 유형이 존재하며, 점차 고급화되는 추세다. 특히 학생들 간의 친목 교류를 위한 라운지, 스터디룸, 피트니스 공간, 세탁실 등 차별적인 커뮤니티 시설로 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특징이다. 이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학생 생활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 중심의 캠퍼스 도시는 경기침체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인구 유입이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요로 변동성이 적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연기금이나 보험사처럼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관 자금이 학생주택을 장기 보유 자산으로 편입하며 투자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학기나 학년 단위로 임대 계약이 이루어지는 만큼 계약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대학의 순위와 브랜드, 캠퍼스 접근성의 입지 여건에 따라 수요가 좌우된다. 또한 전문 운영사의 관리 역량이 수익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투자 결정 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모든 변화는 단순한 투자 선호도의 전환이 아니다. 경제 구조와 인구구조, 기술 변화가 맞물리며 해외 부동산 시장의 본질적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동산은 이제 디지털 전환, 고령화와 헬스케어, 교육이라는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필수 서비스를 담는 플랫폼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지금 무엇이 ‘핵심’ 자산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될 전환점에 서 있다.
유현선 로완 대표·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