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정 부장검사의 여조부 검사실] AI로 진화하는 디지털성범죄, 딥페이크 아동성착취물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까지 Grok하는 AI
일론 머스크는 X의 생성형 인공지능 AI 이름을 Grok이라고 정했다. Grok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1961년 SF소설 '낯선 땅의 이방인(Stranger in a strange land)'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화성에서 자라 지구로 온 주인공이 사용하는 단어인 'Grok'은 '심층적이고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X의 AI Grok이 디지털 성범죄까지 이해하고 공감한 사건이 있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2026년 3월 16일자 '더 가디언(the Guardians)'지에 따르면, 미국에서 세 명의 10대 소녀가 X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누군가가 Grok을 이용하여 자신들을 포함한 여학생들의 딥페이크 CSAM(Child Sexual Abuse Material, 아동 성착취물)를 제작해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뉴스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소위 '지인능욕(지인의 얼굴을 이용해 만든 성적 이미지 합성물)'이라는 이름으로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 사진이 무분별하게 제작되고 전파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16일 성평등가족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지난 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는 1만 637명에 이르고, 그 중 10대가 28.5%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피해 유형 중 합성·편집의 경우 10대 피해자가 46.3%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플랫폼 이용 빈도가 높은 연령대인 아동·청소년의 사진을 이용한 '지인' 딥페이크 성범죄가 만연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아동·청소년 딥페이크 사진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인가
얼굴 사진을 이용해 만든 합성 나체사진과 같은 딥페이크 제작행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의 허위영상물 편집죄로 처벌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얼굴 사진을 이용한 경우에도 위 성폭력처벌법 규정이 적용되는 것에는 의문이 없다.
다만, 아동·청소년의 얼굴을 합성해 나체사진을 제작한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행위로 처벌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해석상 논란이 있다. 이와 같은 논의의 배경에는 성폭력처벌법상 허위영상물 편집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반면,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그 법정형이 매우 중하므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청소년을 두텁게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하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 실제로 등장하는 영상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실제로는 성인이지만 외관상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보이거나 애니메이션처럼 창작된 아동·청소년의 이미지가 사용된 경우에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포섭될 수 있다.
한편, 아동·청소년의 얼굴 사진을 이용한 합성 나체사진은, 실제로 존재하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 아님은 명확하나,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경우'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대법원은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2024도17801 판결은, 청소년인 피고인이 16세인 여자 후배의 얼굴 사진을 성인 여성의 나체 사진과 합성한 사건에서 허위영상물 편집죄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에 대하여는 무죄로 판단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합성사진은 창작자가 만든 '이미지'일 뿐 실제 아동이 등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 아동의 얼굴 사진만을 가지고 만든 합성사진은 아동·청소년이 실제 등장하는 성착취물로 볼 수 없고, 피해 아동의 얼굴 사진 자체는 비교적 어려 보이지만, 합성사진 등이 나타내고 있는 인물의 외모나 신체발육 상태, 인물의 실제 나이나 신원, 합성 사진 등의 출처나 제작 경위, 합성사진의 배경과 상황 설정 등 합성사진 등에서 주어진 여러 정보 등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 외관상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정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의 높은 법정형 때문에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하려는 판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위와 같은 판례의 취지에 따라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의 얼굴 부분을 불상의 성인 여성의 몸과 합성한 제작물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로 포섭되기 어렵고, 따라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가 아닌 허위영상물 편집죄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이 기술에 뒤처지지 않도록 작동하려면
아동·청소년의 얼굴을 이용하는 딥페이크 제작물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와는 달리 보다 엄중하게 취급할 필요가 있다.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딥페이크 제작 역시 성착취 또는 성학대 행위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더욱 두텁게 보호할 필요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하는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2026년 2월 발의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의 처벌 대상에 '아동·청소년 등이 등장하는 영상물' 외에도 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해 '아동·청소년의 얼굴·신체 등을 합성·조작하여 만든 성적 이미지 표현물(성적 디지털 위조물)'을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얼굴 사진을 이용하는 AI 딥페이크 제작물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불문하고 '성적 디지털 위조물'에 해당할 수 있고, 이를 제작하는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에 대하여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한 하한을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는 법정형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죄는 피해자의 동의와 무관하게 성립하는 죄이고 배포할 목적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유포할 목적을 가지고 지인능욕방을 개설해 조직적으로 아동·청소년 딥페이크를 제작하는 사건에 대하여는 엄중한 법정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러나, 비밀로 간직하기로 하고 서로의 동의를 얻어 나체합성사진을 만드는 경우,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애니메이션 인물을 이용한 성적 표현물을 창작하는 행위 등에 대하여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 구분 없이 모두 살인죄와 같은 하한형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형벌 비례성의 측면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과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 처벌 규정의 보호법익과 형벌의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이어서 현저히 형벌 체계상의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헌법재판소 2015. 6. 25. 2013헌가17결정 등 참조).
AI 기술은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지만, 범죄의 문턱까지도 낮추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법이 기술의 발전 속도에 뒤처지지 않고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법집행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사건별로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실체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범죄를 처벌하는 법은 실질적으로 규범력을 가지고 작동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수정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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