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로봇이 로봇 만든다"로봇 이용한 노동 해방 꿈꾸는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

최연진 2026. 4.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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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랩 창업해 2,300억 원에 매각하고 두 번째 창업
연내 100대 로봇 생산, 로봇이 로봇 만드는 공장 가동 예정

홀리데이로보틱스는 고된 노동에서 해방이란 사명을 갖고 출발한 신생기업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업체는 로봇을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다재다능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이 업체 사무실에서 창업자인 송기영(45) 대표를 만나 숱한 로봇업체들과 견줄 수 있는 이들만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다.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가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개발 중인 '프라이데이'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홀리데이로보틱스 제공

AI에서 평생의 길을 찾다

송 대표는 스타트업 분야에서 잘 알려진 연쇄 창업가다. 그는 2013년 기계학습을 이용해 제조 현장의 불량 검사를 자동화한 스타트업 수아랩을 창업한 뒤 이를 2019년 미국 코그넥스에 1억9,500만 달러(약 2,300억 원)에 매각해 화제가 됐다. 그가 2024년 다시 창업한 회사가 홀리데이로보틱스다.

원래 그의 꿈은 변호사였다. 대일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진학한 그는 3학기를 다닌 뒤 사법고시를 볼 생각으로 휴학했다. 그런데 고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6개월 공부하고 이런 일을 평생 할 생각을 하니 질렸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다시 공부해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들어갔죠. 고교 시절 수학과 물리를 좋아해 이과로 방향을 틀었어요."

대학에서는 부전공으로 선택한 컴퓨터공학을 더 열심히 공부했다.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그는 서울대 실험실 벤처 1호 기업 에스엔유프리시젼에 들어가 기계학습을 처음 접했다. "컴퓨터 시각기술을 이용해 결함을 검사하는 기술을 개발한 업체죠. 여기서 엔디비아의 AI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 '쿠다'를 다루며 인공지능(AI)과 인연을 맺었어요."

그렇게 AI에 빠진 그는 7년간 일한 뒤 대학을 마치고 인텔코리아로 옮겼다. 하지만 얼굴인식 기술 등을 개발하고 싶었는데 성에 차지 않아 그만두고 2013년 수아랩을 창업했다. "당시 국내에 AI업체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AI를 직접 만들려고 창업했죠. 그때 평생 가야 할 길을 AI에서 찾았어요."


"경쟁업체들의 헛발질 반가워"

이미 수아랩 때부터 송 대표는 로봇 개발을 생각했다. "뇌 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갖춘 로봇 개발을 꿈꿨어요. 수아랩에서 로봇의 뇌를 연구했고 현재 회사에서 몸까지 연구하는 셈이죠. 그런 점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창업이 모두 이어져요."

두 번째 창업을 하면서 그는 홀리데이로보틱스와 시지프스로보틱스라는 2개의 이름을 놓고 고민했다. 둘 다 힘들고 위험한 노동에서 사람을 해방시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왕이면 사람들이 더 많은 휴일을 보낼 수 있게 하자는 밝은 의미가 담긴 지금의 사명을 선택했어요."

로봇 이름도 휴일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요일로 정했다. 제조업체들의 공장과 물류창고를 겨냥해 지난해 10월 개발한 첫 번째 로봇은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이라는 뜻의 '프라이데이', 식당 등에서 봉사용으로 일하도록 개발중인 두 번째 로봇은 토요일을 뜻하는 '새터데이', 가정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세 번째 인간형 로봇은 일요일이라는 뜻의 '선데이'로 명명했다.

그가 지향하는 것은 실용적 로봇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에 나온 해외 경쟁업체들의 로봇을 흐뭇한 시선으로 봤다. 그의 눈에는 비실용적인 로봇의 헛발질로 보였기 때문이다. "CES에서 선보인 경쟁업체들의 헛발질이 반가웠어요. 춤추고 무술을 하는 등 로봇으로 이상한 짓들을 하는데, 그런 것으로 부가가치를 만들기 힘들어요. 우리가 실용적인 로봇을 만드는 동안 그들은 계속 그런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는 다섯 손가락을 가진 로봇 손에 집중해서 로봇을 개발한다. 그는 "다섯 손가락의 로봇 손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며 "그래야 로봇 가격을 낮출 수 있어 로봇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홀리데이로보틱스 제공

손을 잘 쓰는 로봇 개발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집중하는 것은 손을 잘 사용하는 로봇이다. "손으로 작업할 때 부가가치가 나와요. 우리는 로봇의 손에 집중해요."

그래서 프라이데이 로봇은 발 대신 바퀴가 달려 있다. "처음부터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넘어지지 않도록 바퀴를 달았어요. 생산현장에서 빠르게 이동하며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바퀴가 적합해요. 로봇은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야 상업화가 가능해요."

놀랍게도 이 업체는 로봇 손과 촉각 감지기, 가동 관절 등 중요한 부분을 독자 기술로 직접 개발했다. 특히 액추에이터로 부르는 가동 관절부위를 직접 만드는 것이 눈에 띈다. 많은 로봇업체들이 개발이 어려운 액추에이터를 중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로봇 손은 처음부터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도록 다섯 손가락 형태로 개발됐다. "다른 업체들이 만드는 그리퍼 형태의 로봇 손은 손가락 두 개를 집게처럼 사용해요. 따라서 여러 작업을 하려면 다양한 그리퍼를 만들어 작업별로 갈아 끼워야 해요. 그렇게 되면 비용이 올라가고 효율도 떨어져요.

다섯 손가락을 갖춘 로봇 손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만 만들기 어렵다. "개발이 힘들어도 사람의 손을 닮아야 여러 일을 할 수 있어요. 그래야 로봇 가격을 낮춰 널리 보급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을 이용한 혁신이 가능해요."

전 세계에서 로봇 손을 구동하는 방식은 전기 모터, 와이어, 유압식 등 3가지다. 전 세계 로봇업체의 대부분이 선택한 전기 모터 방식은 손에 작은 모터를 달아 손가락을 움직인다. "전기모터 방식은 만들기 쉽지만 높은 기어비를 가진 미세한 모터가 충격에 약해요."

와이어 방식은 꼭두각시 인형처럼 연결선을 이용해 관절을 움직인다. 테슬라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영국 쉐도우로봇 등이 와이어 방식을 이용한다.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와이어 방식은 내구성이 좋고 작은 힘으로 관절을 가동할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와이어가 느슨해 지면서 동력이 손실돼 제어가 잘 되지 않죠. 따라서 와이어를 일정하게 조정해 주는 장치를 달거나 계속 조여줘야 해요."

두 가지 방식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송 대표는 유압식으로 로봇 손을 만든다. 유압식은 중장비처럼 기름의 압력을 이용해 동력을 관절에 전달한다. 프라이데이 로봇은 가슴에 큰 모터를 장착해 여기서 유압으로 손에 힘을 보낸다. 캐나다의 센추어리AI와 카이스트에서 만든 인간형 로봇 '휴보' 등이 유압식으로 움직인다. "유압식은 손에 액추에이터를 장착하지 않아도 돼 가볍고 내구성 좋게 만들 수 있어요. 다만 기름이 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카이스트에서 유압식을 10년 연구한 전문가를 영입해 대응 방안을 찾았어요."

프라이데이 로봇은 손에 액추에이터 대신 자력을 이용한 마그네틱 감지기를 설치해 사람처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다양한 압력을 느낀다. 그래서 로봇 손바닥이 말랑말랑하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덮었어요. 손이 부드러워야 접촉면이 넓어져 정교하게 잡을 수 있어요. 손이 딱딱하면 접촉면이 좁아 물건을 떨어뜨릴 수 있죠."


로봇용 AI도 자체 개발

로봇 손과 더불어 이 업체의 또다른 경쟁력은 직접 개발한 로봇용 AI다. "많은 로봇업체들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쿠다와 엔비디아의 물리적(피지컬)AI '그루트', 모의실험용 소프트웨어 '아이작 심' 등을 이용하면서 엔비디아 생태계에 종속돼요. 엔비디아의 범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로봇을 바로 가동할 수 있지만 작업장마다 환경이 다르면 작업 효율이 떨어져요. 그러다 보니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종하거나 특정 작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 가르쳐야 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 대표는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벗어난 독자적인 로봇용 피지컬AI를 개발했다. 특징은 로봇이 일하게 될 작업장 환경을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로봇이 가상으로 작업을 하며 학습을 한다. "가상 환경에서 강화학습을 한 로봇은 실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가상 환경에서 사람이 상자를 집어 올리는 동작을 소프트웨어로 만든 로봇이 따라하면서 AI가 학습을 해요. 이렇게 학습한 AI가 로봇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하죠."

송 대표는 거대언어모델(LLM)과 피지컬 AI를 모두 활용한다. 그는 논리적(로지컬)AI인 LLM을 대뇌, 피지컬 AI를 소뇌에 비유했다. "대뇌와 소뇌로 나뉜 사람의 뇌처럼 로봇도 분업화된 AI가 필요해요. 사람이 로봇에 명령을 내리면 로지컬AI인 LLM이 이해해 작업을 지시하고, 이를 피지컬AI가 이어 받아 로봇의 동작을 결정해요. 따라서 로지컬AI와 피지컬AI를 적절하게 결합해야죠. 기존에 나와 있는 LLM을 가져다 써도 충분해요."

송기영 홀리데이로보틱스 대표의 목표는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로봇업체로 회사를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올해 미국에 연구소를 만들고 일본, 독일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홀리데이로보틱스 제공

"로봇이 로봇을 만든다" 세계 톱10 로봇업체 겨냥

프라이데이 로봇은 막바지 개발 단계다. 송 대표는 7월 상용화를 목표로 서울 성수동에 로봇 공장을 만들고 있다. "올해 100대의 로봇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입니다. 하반기에 경기도에도 로봇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따로 마련할 예정이에요. 내년에 1,000대의 로봇을 만들어 팔아야죠."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만든 로봇 가운데 일부는 자체 로봇 생산에 투입된다. 즉 로봇이 로봇을 만들게 된다. "올해 만드는 로봇 100대 가운데 50대를 내부 연구 및 로봇 생산에 사용해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 나머지 50대는 유통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 대학 실험실 등에 들어가요. 10군데 업체와 판매 논의 중이며 일부 업체는 결정됐으나 비밀협약 때문에 공개할 수 없어요."

로봇 가격은 아직 미정이나 1억 원대를 고려 중이다. "1억 원대 중후반(1억5,000만 원 이상)을 생각 중이에요. 1억 원대 중반이면 중국 로봇들과 겨뤄 가격 경쟁력이 있어요. 내년에 1억 원대 초반까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죠."

그는 중국산 로봇 가격이 실제로 싸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 중국 로봇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가격이 1만6,000달러(약 2,400만 원)로 나와 있는데 로봇 손 가격이 제외돼 있어요. 로봇 손을 끼우거나 AI 학습 가능한 로봇을 택하면 1억 원대로 뛰죠. 중국산 로봇이 싸다고 알려져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낮은 가격은 일종의 부동산 허위매물 같은 겁니다."

매출은 아직 개발 단계여서 없다. "올해가 매출 원년이 될 겁니다." 투자는 종자돈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벤처스, 스프링캠프, 현대차 제로원 등에서 175억 원을 받았다. "상반기 중 1,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으려고 해요. 투자를 받으면 현재 35명의 인력을 100명까지 늘려야죠."

송 대표는 우선 프라이데이 로봇 판매에 집중하고 2년 뒤 식당, 병원 등에서 일하는 새터데이 로봇을, 5년 뒤인 2031년에 가정용 선데이 로봇을 내놓을 계획이다. "간병처럼 사람이 하기 힘들고 어려운 일을 로봇으로 처리해야죠."

궁극적으로 그는 전 세계 10위 안에 드는 로봇업체로 회사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2, 3년 내 전 세계 로봇업체가 15개 정도로 정리될 겁니다. 그 중에 우리도 살아남아 세계 10위 안에 들어야죠. 이렇게 되면 조 단위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실증 사업을 하면서 가능성을 봤어요. 이를 위해 곧 미국에 연구소를 가동하고 2년 내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등에 진출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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