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벌이] 1년에 60일 일하고 직장인 평균 연봉…“하늘 위 농민의 손발”
준비과정 까다롭지만 전망 밝아
살균제·살충제·영양제 같은 액체
공중 분사…농번기때 가장 바빠
비료 살포에 자재 운송까지 척척
수리나 장비개발 분야로도 진출
“최신 장비보다 주민과 관계 중요”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요즘 젊은 세대가 나누는 덕담이다. 이 인사말엔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상향이 담겼다. 노동은 줄고 보상은 넉넉한 삶. 놀랍게도 농촌에도 이런 일자리가 있다. 하늘에서 농민의 손발이 돼주는 드론방제사다. 1년에 60일 남짓 일하고 많게는 직장인 평균 연봉에 맞먹는 수입을 올린다는 말에 당장 사직서를 내고 업무를 배우고 싶을 지경이다. 드론방제사의 세계에 슬며시 입문을 꿈꾸며 찾아갔다. 경남 양산에서 드론으로 방제부터 배송까지 척척 해내는 김대수 알프스무인항공 대표에게로.
‘두두두두두두…!’
새싹 돋은 밭 위로 팔뚝만 한 프로펠러 16개가 굉음을 내며 돌아간다. 가로세로 2m가 넘고 높이가 80㎝에 이르는 대형 드론이 허공에 둥둥 떠 있다. 바람에 살짝 밀리는가 싶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온다. 농업용 방제드론엔 고도와 위치를 유지하는 호버링(정지 비행) 기능이 들어간다. 여기에 장애물 감지와 자율비행 기술까지 갖췄으니 이제 날기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 ‘일당백 하는 장수’와 같다.

“이 장비로 평지 33만578㎡(10만평)를 방제하는 데 4시간도 채 안 걸립니다. 사람 둘이 붙으면 닷새 넘게 걸릴 양이죠.”
6년차 드론방제사 김 대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조종을 시작한다. 액체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며 땅을 고르게 적시다가 인도에 다다르니 분사를 멈춘다. 거대한 비행체가 정밀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다. 그는 “기술이 좋아져 약제를 낭비하지 않는다”며 “그래도 추락 위험은 늘 있어 한순간도 방심하면 안된다”고 했다.

드론방제사는 살균제·살충제·영양제 같은 액체를 공중에서 분사해주는 일을 한다. 드론 덕에 농민이 농약 중독에 빠질 위험도 사라지게 됐다. 일감은 농번기인 7∼8월에 몰린다. 이때는 달마다 20일가량 일하는데 해가 뜨기 전부터 지기 전까지 종일 논밭을 누벼야 한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 서 있으니 체력 소모도 큰 편이다.
그래도 벌이는 섭섭지 않다. 방제 비용은 지역마다 작업 종류마다 다르지만 3.3㎡(1평)당 30∼40원 선이다. 성수기엔 하루 400만원 가까이 손에 쥐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금액이 모조리 수익이 되는 건 아니니 무턱대고 뛰어드는 건 금물! 보조 인건비, 유류비, 드론 수리비, 배터리 교체비가 꽤 많이 나간다.
“매력적인 일이지만 진입장벽이 좀 있어요. 준비할 게 좀 많거든요.”
기자에게 펜이 필요하듯 드론방제사가 꼭 갖춰야 할 것이 드론이다. 그런데 이 가격이 만만치 않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2000만원 정도 한다. 여기에 1개당 300만원 수준의 배터리를 4개 이상 마련해야 한다. 배터리는 한번 충전하면 8∼10분 쓸 수 있어 작업하는 동안 수차례 교체해야 해서다. 프로펠러도 소모품이다. 4개에 100만원쯤이다. 배터리 충전용 발전기나 운반용 트럭까지 포함하면 초기 투자 부담이 상당하다.
갖춰야 할 자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25㎏이 넘는 대형 드론을 조종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급하는 자격증 ‘초경량비행장치(드론)조종자’ 1종을 따야 한다. 자동차 면허 시험처럼 필기·실기 시험을 통과하고, 20시간 비행 경력을 채워야 합격이다. 영리 활동을 하려면 드론 사용사업 등록도 필수다. 동시에 ‘항공방제기술자’ 자격도 필요하다. 농업 계열 전공자거나 식물보호기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항공방제업 신고를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드론방제사 보조로 1년 이상 종사해도 신고 자격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준비 과정은 까다롭지만 전망은 밝다. 김 대표는 “알프스무인항공에선 방제뿐 아니라 파종, 비료 살포, 자재 운송, 양식장 먹이 공급, 촬영 업무까지 전부 드론으로 처리한다”며 “기계를 잘 다룬다면 수리나 장비 개발 분야로도 뻗어나갈 수 있을 만큼 전도유망하다”고 했다. 실제로 알프스무인항공은 트럭 위에 설치할 수 있는 안전한 드론 이착륙장을 개발해 전국에 판매한다.
김 대표는 드론방제사를 꿈꾸는 이에게 선배로서 뜻깊은 한마디를 전했다.

“사실 최신 장비보다 중요한 건 마을주민과 맺는 관계예요. 돈만 벌고 떠날 마음으론 오래 못 갑니다. 기업도 사후관리(AS)를 잘해야 단골이 생기잖아요? 문제가 생기면 다시 찾아가 성심껏 해결하는 태도가 좋은 드론방제사가 되는 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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