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원' 공공 독서실 인기에… 민간 스터디카페 '눈물의 줄폐업'

권정현 2026. 4. 2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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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학교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인 20일 서울 마포구 공공 학습공간 '마포나루 스페이스'는 문제집과 교과서를 펼쳐 든 학생들로 붐볐다.

최근 몇 년간 자치구가 직접 운영하는 학습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공공과 민간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22년부터 마포구 성산동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해 온 장모(60)씨는 2024년 말 정기 이용권 환불 요구가 갑작스럽게 잇따라 당혹스러워하던 중 인근에 마포 스페이스가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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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 미만 1일 500원… '민간 10분의 1'
일대 스터디카페 '소상공인 죽이기' 반발
폐업 매장 속출… "민간 상권 잠식 안 돼"
20일 서울 마포구 공공 학습공간 '마포나루 스페이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권정현 기자

각급 학교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인 20일 서울 마포구 공공 학습공간 '마포나루 스페이스'는 문제집과 교과서를 펼쳐 든 학생들로 붐볐다. 오후 9시가 됐는데도 전체 114석 가운데 빈자리는 단 3석뿐. 대학생 이모(22)씨는 "카페는 시끄럽고 스터디카페는 매일 가지 않는 이상 가성비가 좋지 않은데, 여기는 가격도 매우 저렴하고 시설도 쾌적해 시험 때마다 찾는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도보로 약 5분 떨어진 민간 스터디카페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70석 중 27석이 비어 비교적 한산했다. 업주 조모(63)씨는 "2년 전 마포나루 스페이스가 들어선 후 매출이 급감했다"며 "월 순수익이 800만 원대라고 해서 이곳을 인수했지만 요즘엔 아예 수익이 없는 달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조씨는 결국 폐업을 결심하고 지난달 부동산에 매장을 내놨다.

최근 몇 년간 자치구가 직접 운영하는 학습공간이 속속 들어서면서 공공과 민간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저렴하고 편리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만족스러워하는 반면,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락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사실상 수요층이 같다 보니 상생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 복지와 소상공인 보호 중 무엇이 우선하는 가치인가도 논쟁거리다.

20일 서울 마포구 공공 학습공간 '마포나루 스페이스'로 한 이용객이 들어가고 있다. 권정현 기자

현재 마포구는 연남·합정·공덕동 등에서 마포 스페이스 9곳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까지 2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용료는 25세 미만이 하루 500원, 25세 이상이 5,000원으로, 월정액 요금 15만~20만 원인 민간 스터디카페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마포구 관계자는 "교육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취지에서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마포 스페이스 이용객 수는 15만8,772명에 달한다. 그중 25세 미만이 13만 5,351명으로 약 85%를 차지했다. 고등학생 신모(18)군은 "민간 스터디카페를 다니다 부모님 권유로 옮긴 지 1년 됐다"며 "저렴한 이용료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만족도도 높다. 지난해 하반기 1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시설 만족도가 93%, 지속 이용 의향이 96.5%였다. 서대문구 주민 김규원(24)씨는 "집과 거리가 있지만 가격 부담이 적고, 시간제한 없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어 편하다"고 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소재 스터디카페에 잔여석이 27석 남아 있다는 안내 화면. 권정현 기자

문제는 공공 학습공간이 지역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부터 마포구 성산동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해 온 장모(60)씨는 2024년 말 정기 이용권 환불 요구가 갑작스럽게 잇따라 당혹스러워하던 중 인근에 마포 스페이스가 개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이후 손님이 점점 줄어들더니 매출이 반 토막이 나 결국 지난해 7월 폐업했다. 장씨는 "지금까지 대출금을 갚고 있다"며 "세금을 내는 구민으로서 내 세금으로 내 가게를 망하게 만든 셈"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주도하던 영역에 공공 서비스가 진출할 때는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소상공인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공이 민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결국 소상공인 폐업으로 이어지고, 지역 경제 전반이 위축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며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 세금을 이중으로 투입하기보다, 기존 업체에 대한 지원이나 주민 대상 쿠폰 지급, 민간 위탁 등 상생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전예현 기자 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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