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세청의 ‘비밀 주의’

이연우 기자 2026. 4.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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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대한민국 '4대 권력기관'을 꼽으라면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세청이 당연하게 거론됐다.

세월이 흘러 권력기관의 지형도는 변했지만 납세의 의무가 존재하는 한 국세청이 가진 위상은 공고하다.

최근 국세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보공개청구 결과다.

권력기관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진정한 '국민의 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국세청은 정보의 문을 지금보다 훨씬 넓게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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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우 경제부 차장
이연우 경제부 차장


한때 대한민국 ‘4대 권력기관’을 꼽으라면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과 함께 국세청이 당연하게 거론됐다.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만큼 돈의 흐름을 쥐고 흔드는 세무당국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의미였다. 세월이 흘러 권력기관의 지형도는 변했지만 납세의 의무가 존재하는 한 국세청이 가진 위상은 공고하다.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지방세, 관세청이 징수하는 관세를 제외하고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거의 모든 내국세는 국세청의 손을 거친다. 때로는 탈세를 뿌리 뽑아 국가 재정을 확충하고, 때로는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군림한다. 이토록 강한 기관이 정작 자신들의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시선에는 인색한 것 같아 아쉽다.

최근 국세청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보공개청구 결과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국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별 세액공제 결정액’은 국세기본법 비밀 유지 규정에 의한 비공개, ‘해외 자회사와의 내부거래 비율이 50% 이상인 기업 집단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정보 부존재.

물론 개별 납세 정보는 민감한 내용이고 납세자의 비밀 보호도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 항목 9개 중 명쾌한 답변을 받은 게 단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실망 이상의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의 모든 실핏줄을 들여다보지만 공개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공개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 국세청 특유의 폐쇄성 때문일까, 무기력함 때문일까.

특히 최근까지만 해도 역대급 ‘세수 펑크’로 국가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며 시끄럽지 않았나. 서민은 고물가와 고금리에 허덕이면서도 유리지갑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어떤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지, 해외로 수익을 돌리는 기업들이 적정한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통계조차 꽁꽁 숨기다니 조세 정의가 대체 어디 있나.

권력기관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진정한 ‘국민의 기관’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국세청은 정보의 문을 지금보다 훨씬 넓게 열어야 한다. 국가 재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은 비밀주의라는 장벽 뒤가 아니라 당당하게 공개하고 평가받는 투명한 행정에서 나와야 한다. 권력이 강할수록 그 책임과 감시의 무게 또한 무거워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국세청도 당연히 알지 않나.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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