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손에서 급성장한 애플, 기술 수장에 AI 혁신 맡긴다
후임엔 하드웨어 개발 이끈 존 터너스

2011년 취임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9월 물러난다. 차기 CEO엔 하드웨어 전문가로 평가받는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지명됐다. 15년 만의 CEO 교체는 리더 한 명이 바뀌는 것을 넘어 애플이 팀 쿡의 ‘공급망 중심 관리’ 시대에서 존 터너스의 ‘AI 중심 제품 혁신’ 시대로 전환을 의미한다. 외신들은 “팀 쿡이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만들었다면 터너스는 애플이 가장 똑똑한 기기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점을 세계에 다시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다. 자체 AI 모델 개발의 한계를 인정하며 외부 AI에 손을 내미는 굴욕을 겪으며 혁신의 아이콘 신화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취임하게 될 신임 CEO는 첫날부터 AI라는 가장 뜨거운 전쟁터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터너스가 ‘AI판 아이폰 혁신’을 통해 AI 격차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AI 담는 ‘그릇’ 준비하는 애플
팀 쿡에게 바통을 이어받는 터너스 신임 CEO는 작년 중순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되던 유력 후계자였다.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2001년 애플에 입사한 하드웨어 전문가다.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같은 애플 기기 개발 전반을 이끌었고, 인텔에서 공급받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애플 실리콘 전환’의 주역이다. 올해 51세인 그는 앞으로 10년 넘게 일관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년 경력의 내부 출신이자 차분한 리더십, 강한 기술 역량을 가진 인물”이라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상징적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터너스의 CEO 취임을 ‘애플의 승부수’로 본다. 이렇다 할 AI 모델이나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 경쟁사에 뒤처진 애플이 AI나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닌 하드웨어 전문가를 새 수장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테크 업계에선 독자 AI를 개발하는 데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첨단 AI를 제대로 담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AI 디바이스 시장 선두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또 아이폰 이후 애플을 책임질 차세대 폼팩터(기기의 표준적 형태) 개발도 신임 CEO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다. 디판잔 채터지 포레스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터너스가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점은 애플이 아이폰 같은 디바이스를 AI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규정하고, 물리적 제품 차별화로 승부를 보겠다는 신호”라고 했다. 애플 전문 기자인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터너스 임명에 가장 큰 반대 논리는 애플에 더 판을 흔들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점”이라며 “터너스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시장에 내놓거나 회사를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 이끌 수 있을지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확장의 시대 연 팀 쿡
팀 쿡 CEO가 물러나는 건 15년 만이다. 쿡 CEO는 1998년 애플에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으로 합류한 뒤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거쳐 2011년 스티브 잡스에 이어 CEO가 됐다. 그는 9월 1일 CEO에서 퇴임하지만,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다. 그는 “애플의 CEO로 일하도록 신뢰를 받은 것은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일이었다”고 했다.
팀 쿡 CEO는 ‘혁신의 시대’를 열었던 스티브 잡스를 이어 애플을 책임지며 상대적으로 박한 평가를 받았다. 잡스가 마치 발명가처럼 아이팟(2001년)·아이폰(2007년) 등 세상에 없던 혁신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충격을 줬지만, 쿡 CEO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쿡 CEO는 잡스가 쌓아올린 애플이라는 성(城)의 울타리를 높이고, 내부 생태계를 탄탄히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혁신 대신 수익성을 높인 ‘확장의 시대’를 연 것이다.
공급망·운영 전문가인 쿡 CEO는 재임 기간 애플 시가총액을 약 3500억달러에서 4조달러 수준으로 11배 키워냈다. 연간 매출은 2011년 1080억달러에서 작년 4160억달러로 거의 4배가 됐다. 특히 스마트워치(애플워치), 무선 이어폰(에어팟) 등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이고 이 기기와 아이폰, 아이패드가 끊김 없이 연결되는 애플 생태계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터통신은 “공급망의 천재”라고 했다.
하지만 쿡 CEO는 최근 치열하게 펼쳐지는 AI 경쟁에서 한계를 보였다. 오픈AI와 구글, 앤스로픽이 경쟁적으로 첨단 AI를 내놓을 때 애플은 조용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1년 정도 더 재임할 것으로 봤던 쿡이 AI 전략 대전환기에 떠나는 것은 놀랍다”며 “투자자들은 이번 결정을 엇갈린 시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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