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엑스레이] [117] 고향 잃은 마산 아재

마산 출신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부산 출신 아니에요? 맞다. 부산 출신이다. 그리고 마산 출신이다. 마산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냈다. 부산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둘 다 고향이다. 이중국적, 아니 이중 고향자다.
고향은 태어난 곳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음속 간직한 그리운 곳도 고향이다. 부산도 마산도 다 고향이라 부를 수 있다. 마산은 창원에 통합되지 않았냐고? 마산 사람에게 묻는 순간 호통을 들을 것이다. KBO 역사상 최강 전투력을 가진 마산 아재들 속을 건드리면 곤란하다.
소셜미디어에 옛 마산 사진을 올렸다. 1976년, 내가 태어난 해 사진이다. “북한 아닌가요?”라는 Z세대 댓글이 달렸다. 내 딴에는 아름다운 옛 사진이라고 올렸다. Z세대에게는 사진에 묻은 가난만 보인 모양이다. 다시 보니 그렇다. ‘유신으로 전진하라’는 문구가 적힌 건물은 딱 평양스럽다.
사진을 찍은 시기 한국 1인당 GDP를 찾아봤다. 825달러다. 같은 시기 북한 추정치는 777달러다. 1970년대 중반은 남한 1인당 GDP가 북한을 갓 넘어선 시기다. 나는 북한보다 겨우 잘살게 된 시기에 태어난 세대다.
한국 세대 갈등은 전례 없이 빠르게 성장한 국가라 발생하는 것일지 모른다. 각 세대가 태어난 국가의 상이 다 다르다. 60대 이상은 방글라데시와 소득이 비슷한 후진국에서 태어났다. 내 세대는 필리핀, 페루 같은 저소득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났다. Z세대는 처음 선진국 문턱에서 태어난 세대다. 세대 통합이 잘될 리가 없다.
‘너희는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모른다’와 ‘너희는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모른다’가 부딪친다. 이건 가치관의 충돌이 아니다. 환율 다른 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며 같은 화폐를 쓰다 생긴 오해에 가깝다. 정치적 통합이라는 문구로 대충 해결될 일은 아니다. 2010년 마산, 진해, 창원은 정치적으로 묶였다. 대충 묶였다. 사람은 묶이지 않았다. 창원은 세 도시의 기억을 억지로 이어 놓은 프랑켄슈타인이 됐다. 마산 아재는 고향만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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