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첫 출근을 앞둔 장한나 사장에게

김경은 기자 2026. 4. 2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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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사장으로 부임하며 새로운 행보를 시작하는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었던 첫 무대를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힌 그는 “이젠 단일한 무대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정상 예술기관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 자리가 갖는 책임의 무게를 깊이 되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News1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44)가 24일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첫 출근을 한다. 1992년 현 사장 체제 도입 이후 첫 여성 사장이자 세계 무대를 누빈 스타 음악인의 전격 귀환이다.

임기를 앞둔 그의 행보는 단호했다. 장한나는 지난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유럽 명문 악단과의 공연 8회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청중과의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마에스트로가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예술의전당 사장’이란 자리에 걸린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15년 전 경기도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그는 “연습만 하면 땀 범벅이 돼서 옷도 물빨래할 수 있는 것만 입는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첼로를 내려놓은 이유를 묻자 “더 넓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더 넓은 음악’의 무대는 이제 서초동 집무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무대 밖 현실은 지휘봉보다 무겁다. 이 자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공공기관장의 자리다. 노조, 인사, 예산 그리고 매서운 국정감사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미 편성된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하고, 공연 하나를 올리는 데 최소 2년의 호흡이 필요하다. 취임 직후 휘두를 수 있는 변화의 채찍은 생각보다 짧을 것이다.

특히 예술의전당이 처한 ‘자생력’의 과제는 가혹하다. 2024년 기준 국고보조금은 전체 예산의 37%(208억원)에 불과하다. 70~80% 지원을 받는 타 국립기관과 달리 예술의전당은 매년 350억원 이상을 대관료와 임대료, 주차 수입과 후원금으로 직접 벌어들여야 한다. 연간 50억원에 달하는 종부세와 재산세까지 떠안은 ‘집주인’의 고충은 예술적 품격보다는 경영의 최전선에 가깝다.

정치권과의 인연을 바라보는 시선도 양면적이다. 정부와의 소통 강화로 예산 확보의 통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스타 이름값을 노린 ‘행정 편의주의’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결국 장한나는 이 인사가 ‘보은’이 아닌 ‘전문성’의 산물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첫 여성 사장으로서 보여줄 리더십도 관전 포인트다. 관료적 조직 문화에 균열을 내는 섬세한 조율사가 될 수 있겠지만, 경직된 행정 문법 안에서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별개다. K컬처 편중 현상 속에서 순수 예술의 보루인 예술의전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 그의 진짜 ‘해석력’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스타 한 명의 등장이 조직을 단숨에 쇄신할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은 개인의 천재성보다 구조의 관성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술가에서 행정가로 과감한 변신을 선택한 그의 결단이 행정의 정체를 흔드는 새로운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장한나가 지휘하게 될 것은 사람과 조직 그리고 쉽게 바뀌지 않는 구조라는 이름의 난해한 현대음악이다. 행정의 언어를 배우되 예술가의 심장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마주한 가장 어려운 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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