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회사 이름도 뺏어가"…AI 스타트업, 상표 분쟁에 흔들

이수영 기자 2026. 4. 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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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MTN·인공지능법학회 좌담회
AI 경쟁, 기술 넘어 상표 분쟁으로
"시장지배력 남용, 입법 보완 필요"
머니투데이방송 MTN과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21일 서울 여의대로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AI 스타트업의 혁신과 미래를 위한 법·제도 개선 관련 좌담회' 전경. (왼쪽부터)김형민 인공지능산업협회 이사, 송상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지원단장,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 권창환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한국정보법학회 회장), 서정근 머니투데이방송 정보과학부장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이 기술과 데이터, 저작권을 넘어 상표와 브랜드로까지 번지고 있다. 회사 이름과 서비스명까지 분쟁 대상이 되면서 자본과 법무 역량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산업 생태계를 살리려면 개발 지원 못지않게 브랜드와 지식재산권을 지킬 보호 장치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머니투데이방송 MTN과 한국인공지능법학회가 서울 여의대로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AI 스타트업의 혁신과 미래를 위한 법·제도 개선 관련 좌담회'에서 김형민 한국인공지능산업협회 이사는 AI 스타트업이 겪는 지식재산권 문제를 언급하며 상표 이슈를 새 화두로 꺼냈다.

AI 시대 데이터 규제와 저작권 논란 못지않게 회사 이름이나 서비스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와는 또 다른 양상이다. 과거 대기업이 영세 스타트업에 투자를 목적으로 접근해 기술만 빼돌리는 사례가 빈번해 사회적 논란이 인 바 있다. AI 시대에는 더 나아가 상표와 특허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형민 인공지능산업협회 이사가 21일 서울 여의대로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AI 스타트업의 혁신과 미래를 위한 법/제도 개선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 이사는 "AI 스타트업이 새롭게 준비하고 출시하려고 하는 서비스, 심지어 회사 이름까지도 분쟁 대상이 되고 있다"며, "스타트업이 먼저 상표권을 확보했더라도 더 큰 기업이 유사한 이름으로 시장에 들어와 소송까지 이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회사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상표를 등록했다는 이유로 대기업으로부터 소송이 들어왔을 때 소규모 스타트업이 법적으로 싸울 수 있는 여력이 있을까 싶다"며 "스타트업을 새로운 AI 산업의 주체로 키워야 할 시점에 오히려 시장 진입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서비스를 낸 건 스타트업 쪽인데 대기업이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로 밀어 붙여 주도권을 거머쥐는 적반하장인 상황이다. 스타트업이 공들여 만든 브랜드가 시장에서 막 인지도를 얻기 시작할 때 더 큰 기업이 같은 이름 또는 유사한 이름으로 들어오면 소비자 인식까지 뒤바뀔 수 있다.

김 이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약할 수 밖에 없다. AI 시대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이 먼저 이름을 만들고 서비스를 내놔도 브랜드 파워가 약한 탓에 나중에 시장에 들어온 대기업 쪽이 오히려 원조처럼 보일 수 있다"라며 "오히려 그 서비스를 접한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이 그 서비스를 도용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대로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AI 스타트업의 혁신과 미래를 위한 법/제도 개선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 공감하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서 남용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새로운 양상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정작 기술은 스타트업이 개발했는데 특허나 지식재산권은 다른 주체가 선점해버리면 현장에서는 큰 불일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를 입법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보다 법적 방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환경에 대해서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법적 보호 장치가 보완돼야 기술 개발도 이어질 수 있는데,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지식재산권 등록이나 권리 보호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공백을 어떻게 지원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