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짐 켈러 올라탄 RISC-V 실전 돌입
환상 깨고 실전 투입된 시장
벤처 실패 딛고 대기업 흡수
미중 갈등에 개방형 기술 뜬다
AI 자동차서 틈새 공략 본격화

사실 사람들은 안다. 다 뜯어진 벽지가 더덕 더덕 붙은 20년 된 청국장 집 요리가 미슐랭 3스타 셰프 뺨을 거뜬히 친다는 것을 말이다. 한 번은 서울 시내에서 분자 요리와 한식 결합이라는 파격적인 혁신을 부르짖는 청년 사장을 만난 적이 있다. 전통적인 찌개 국물 적폐를 청산하고 친환경 식물성 폼(Foam)을 도입하겠다며 기가 막힌 사업 계획서를 보여줬다. 결과는 어땠을까. 6개월 뒤 식당엔 파리만 날렸다. 인스타그램에 '감성 맛집' 반짝 흥행만 살짝 맛 봤던 청년 사장은 파산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그다음이었다. 옆 청국장집 사장님이 청년의 망한 가게에 있던 최신식 주방 집기를 헐값에 인수하더니 불과 2주 만에 든든한 순대국밥집을 뚝딱 차려 대박을 냈다.
사업 계획서 환상이 깨진 자리 진짜들이 남다
과거 RISC-V가 처음 등장했을 때 시장은 청년 사장의 화려한 사업 계획서를 본 것처럼 맹렬히 흥분했다. 암(Arm) 독재를 끝낼 대항마 개방형 아키텍처 혁명 같은 거창한 수식어가 쏟아졌다. 트랜서핑 관점으로 보면 전형적인 잉여포텐셜 극치였다. 칩은 아직 구워지지도 않았는데 입으로만 미래 승자를 상상하며 거대한 펜듈럼을 키워댄 것이다.
트랜서핑에서 현실은 과장된 중요성을 결코 견디지 못한다. 시장 냉혹한 균형력은 선언 이념을 먹고 자라던 펜듈럼 목을 치고 이제는 양산·고객·매출·소프트웨어 호환성이라는 피도 눈물도 없는 계산기 위에서만 작동하는 새로운 펜듈럼을 세웠다.
RISC-V 벤처들이 줄도산한다고 이 시장이 망한 걸까. 대기업과 베테랑들이 벤타나(Ventana) 리보스(Rivos) 같은 스타트업을 군침 흘리며 인수하거나 인재를 쏙쏙 빼가는 현상을 보라. 그들이 종이 쪼가리 설계도나 특허를 사는 줄 아는가.
그들은 수많은 실패 테이프아웃(Tape-out) 고객한테 욕먹어가며 쌓은 삽질 시간을 통째로 들이마시는 거다. 트랜서핑은 개별 주체가 사라져도 에너지 정보 흐름은 다른 경로로 이동한다고 본다. 벤처 하나가 무너져도 그들이 축적한 검증 문화 생존 근육은 그대로 다른 회사 현실 층위로 이식된다. 결국 인수합병(M&A)은 수년 치 시행착오를 한방에 당겨 사는 시간 밀매다. 폐업한 스타트업은 패자가 아니라 시장에 귀중한 파동을 남긴 훌륭한 비료다.
강자 욕심이 만든 빈틈 그리고 지정학 미친 파도
누가 살아남을까. 이미 형성된 거대한 파도에 얄밉게 올라타는 외부 의도를 획득한 자가 승리한다.
재미있는 건 기존 제왕 암의 헛발질(혹은 과욕)이다. 암이 설계도(IP) 장사만 하다가 직접 반도체 생산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하니 기존 고객들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제까지 부품 대주던 형이 이제 내 밥그릇을 뺏겠다고 나선 격이다. 강자가 위로 올라가며 욕심을 부릴수록 아래쪽엔 텅 빈 공백이 생긴다. 그 틈새가 바로 RISC-V 새로운 진입로다. 호랑이가 살찌면 여우에게도 콩고물이 떨어지는 법이다. 상대가 강해질수록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역설이 작동한다.
여기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지정학이라는 파도까지 밀려왔다. 미중 갈등 수출 규제가 터지면서 반도체 시장 핵심 질문은 누가 빠른가에서 누가 통제권을 쥐고 있는가로 바뀌었다. 이 지점에서 RISC-V 개방성은 정치적 면죄부 상징이 됐다. 트랜서핑 식으로 말해 이전엔 보이지도 않던 현실선 하나가 국가 간 힘겨루기 덕분에 갑자기 대통로로 열린 셈이다.
똘똘한 자들 각개전투 AI부터 자동차까지
RISC-V는 영리하다. 무식하게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먹겠다고 덤비지 않는다. 처음부터 왕좌를 노리는 기술은 대개 잉여포텐셜에 깔려 죽는다.
△AI 전장 게릴라: 연산 패턴이 미친 듯이 바뀌는 인공지능(AI) 시장은 고정된 질서가 없다. 덩치 큰 질서에 맞추느니 작업량에 맞춰 아키텍처를 요리조리 바꾸는 RISC-V가 가장 강력한 공명을 일으킨다.
△임베디드 조용한 학살자: 웨어러블 센서 등 상대적으로 제약 조건이 명확한 밑바닥 시장부터 싹쓸이 중이다. 안데스(Andes) 기반 시스템온칩(SoC)이 이미 190억개 이상 출하됐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대량 확산 징검다리를 다 건넜다는 뜻이다.
△자동차 시장 모범생: 가장 보수적인 자동차 시장에서는 혁신 운운하는 입방정을 떨지 않는다. 개방성이라는 자유의 언어를 거두고 인증 안전이라는 철저한 규율 문법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뚫고 들어가는 중이다.
혁명은 끝났다 이제는 실전이다
RVA23 같은 벡터 확장 표준화는 혼돈을 돈으로 바꿔주는 톨게이트다. 컴파일러 운영체제 개발자 커뮤니티라는 든든한 뒷배가 없으면 기술은 고아에 불과하다. 표준에 올라탄 생태계 파동만이 기업 현실선을 단단하게 고정해 준다.
우리가 x86과 암을 대체한다며 거드름 피우던 혁명가들은 다 죽었다. 고객 흐름에 맞춰 칩을 찍어내고 남의 실패를 자산으로 들이마시며 조용히 소프트웨어 생태계 파동을 흡수하는 실전형 영업사원들만이 살아남았다.
가능성 공간은 넓지만 시장은 늘 실행된 가능성만 현실로 허락한다. 누가 더 멋진 청사진(사업 계획서)을 그리느냐의 백일장은 진작에 끝났다. 누가 먼저 더 오래 더 독하게 시장에 칩을 밀어 넣느냐다. 혁명가 베레모를 벗어 던지고 영업사원 넥타이를 조여 맨 RISC-V 피비린내 나는 생존 게임은 이제 막 2라운드 공을 울렸다.
☞짐 켈러= 애플 AMD 인텔 테슬라 등에서 핵심 칩 설계를 주도한 미국의 전설적인 반도체 공학자다.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RISC-V 생태계 진영을 이끌고 있다.
☞RISC-V= 축소 명령어 집합 컴퓨터 기반 개방형 반도체 설계 아키텍처다. 누구나 무료로 설계도를 활용해 칩을 만들 수 있어 특정 기업 종속을 피하려는 업계 주목을 받는다.
☞리얼리티 트랜서핑= 러시아 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창안한 개념으로 현실을 통제하고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는 방법을 다룬다. 과도한 욕망을 버리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올라타는 것을 강조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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