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권하는' 창고형 약국 … 1일 권장량 무용지물
감기약·수면유도제 등도 복약지도·제한없이 판매
정부 법 개정 약물운전 단속 강화 … 사각지대 전락

[충청타임즈] 21일 오전 10시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창고형 약국. 600여㎡(약 200평)크기의 매장 내에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대형 매대마다 감기약에서 영양제, 헬스케어 제품들이 칸칸이 가득 채워져 있다.
제품 가격이 인근 동네약국보다 30~40% 가량 저렴하다. 손님들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듯 카트를 끌고 다니며 내키는 대로 약을 골라 담는다.
진열대 사이 사이로 흰 가운을 입은 5명의 약사가 배치돼 있다. 이들은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꼼꼼한 복약지도를 하느라 분주하다.
한 손님의 카트를 살펴보니 각기 다른 종류의 상비약이 가득했다. 그중 코감기약이 무더기로 섞여있었다. 어림잡아봐도 10개가 넘어 보였다.
코감기, 비염 등에 사용되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약물은 마약류 제조 악용 우려로 1인당 최대 나흘분까지만 판매·구입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침이다. 하지만 이곳에선 다른 세상 얘기다.
실제 기자가 개롤비B노즈 3통, 화콜C노즈 3통 등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함유된 코감기약 두 종류와 타이레놀정 2통을 계산대에 올려 보았다. 하루 권장량 기준 10일치 분량이다.
그러나 계산대 직원은 "봉투 필요하세요"라는 질문 외에 약품을 확인하지 않았다. 옆에서 약사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역시 약품 확인이나 대량 구매에 대한 제지, 복약지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과거 범죄에 악용됐던 수면유도제 성분 `독시라민' 판매 절차도 위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주시 청원구의 한 약국 관계자 A씨는 "오남용 우려가 큰 수면유도제 아졸정 25㎎ 약물을 진열대에 대거 쌓아놓고 판매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위"라며 "두세 알만으로도 이상 행동을 유발할 수 있어 시중 약국은 대량 구매를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환각을 목적으로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OD(OverDose)' 문화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X(옛 트위터) 등에는 "창고형 약국은 눈치 보지 않고 쓸어올 수 있는 성지"라는 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OD하는 걸 알면서도 그냥 주냐"는 질문엔 "창고형이라 쉽게 살 수 있다"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1~2025년) 의약품 중독 환자는 1만5789명에서 1만5894명으로 0.7%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 기간 10대 환자는 1619명에서 2185명으로 35%나 증가했다. 전체 대비 50배 넘는 증가율이다.
특히 이달 2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라 약물 영향으로 정상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등 단속 수위가 대폭 강화됐다.
정부가 법 개정까지 단행하며 `마약 척결'을 위해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창고형 약국은 말 그대로 사각지대다.
충북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은 저가 상비약으로 손님을 끌어 고가의 영양제나 건기식을 사게 만드는 판매 전략을 취한다"며 "정작 가장 중요한 복약지도와 소비자 안전은 뒷전이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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