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 죽음 뒤 CU ‘5단계 하도급’…“하청 방패 삼아 교섭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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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씨유(CU) 화물노동자 사망을 부른 극한 노사 갈등의 원인으로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지목되고 있다. 씨유는 편의점 운영 전반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다단계 위탁 계약을 ‘방패막이’ 삼아 배송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는 등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씨유와 화물연대 말을 종합하면, 편의점 씨유는 ‘비지에프(BGF)리테일→비지에프로지스→지역 물류센터→하청 운송사→배송노동자’로 이어지는 다섯 단계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비지에프리테일은 가장 윗단에서 편의점 운영을 맡고, 물류 자회사인 비지에프로지스는 전국 37곳의 물류센터(창고)와 위탁계약을 통해 배송 관리를 한다. 편의점까지 각종 물품을 옮기는 배송노동자는 지역 물류센터의 재하청을 받은 운송사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는 ‘노무제공자’(특수고용노동자)다.
화물연대와 씨유지회는 복잡한 다단계 구조로 사용자성을 감추고 있지만, 비지에프리테일과 비지에프로지스가 배송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씨유지회는 “온도 관리, 점포별 배송 시간 등 본사가 결정한 지침을 맞추기 위해 하루 2회전을 기본으로 하루 13~14시간, 월평균 25~26일을 일한다”며 “배송 이외에도 물품 분류 작업이나 매대 진열 등 ‘공짜 노동’에까지 시달렸다”고 밝혔다.

씨유 배송노동자인 ㄱ(49)씨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운송사 사람하고는 계약서 쓸 때만 봤다. 그 이후 ‘단톡방’(단체 대화방)에선 (씨유를 운영하는) 비지에프로지스 관계자가 우리에게 업무 지시를 한다”고 증언했다. ㄱ씨는 “겨울철 호빵 기계부터 특별 프로모션(홍보) 상품까지 각종 배송 지침은 (비지에프리테일) 본사에서 결정해 내려온다”며 “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대화에는 나서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실제 한겨레가 입수한 물류센터 현장 사진을 봐도 원청 쪽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지역 물류센터 내 폐회로텔레비전(CCTV) 안내판에는 비지에프로지스 이름으로 ‘모든 작업영상이 기록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센터에는 배송노동자들의 이름 옆에 근태 사항과 관련해 ‘주의’, ‘경고’가 표시돼 있는데, 비지에프로지스 등의 배송 지침에 근거한 것이다.
다단계 하도급의 맨 끝단에 있는 배송노동자들의 처우는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형태라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씨유 배송노동자들의 월 매출은 340만~360만원 정도지만 차량 할부금, 유류비, 차량 유지·관리 비용, 지입료(하청 운수회사 수수료) 등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실수령액이 턱없이 적다. 아프거나 차량 고장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할 때는 용차(대체 차량)를 부르는 비용(50만~60만원)도 배송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씨유는 급성장 중이다. 편의점 점포 수가 2021년 1만5855개에서 지난해 1만8711개로 증가하는 등 편의점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참다못한 씨유 배송노동자들은 4년 전인 2022년 노조를 만들어 원청인 비지에프리테일과 비지에프로지스를 상대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섭을 요청했지만 “지역 물류센터, 운송사와 협의하라”며 번번이 거부당했다. 이번에도 지난 1월부터 일곱차례나 교섭 요구서를 보냈지만 원청은 무시했고, 노조는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원청은 대화 대신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했다. 지난 20일 씨유 진주물류센터에서 ‘대체 차량’을 놓고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배송노동자 서아무개씨가 숨지는 참변까지 발생한 것이다.
노동계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강남구 비지에프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만나서 교섭하고 대화하자고 요구한 게 죽어야 할 이유냐”며 “정부와 비지에프리테일에 죽음의 책임을 묻고 화물노동자들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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