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형’ 트럼프, ‘인고형’ 이란…손잡기엔 너무 다른 ‘협상 DNA’
오바마 정부 핵합의도 2년 걸려…트럼프식 ‘속전속결’ 어려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전속결식 강압 외교와 이란의 인내형 협상 방식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국의 극명하게 다른 ‘협상 DNA’가 종전 협상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강압 외교의 달인으로 여기지만, 전쟁 발발 후 이란을 상대로 한 지난 6주간의 협상에서 전혀 다른 상대를 만났다”고 분석했다. 강압 외교는 군사적 위협 등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상대를 신속하게 굴복시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저항 자체를 국가적 자존심으로 여기는 이란에는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간극은 최근 며칠 사이 잘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 “핵먼지까지 넘기기로 했다”고 공언했지만, 이란 당국자들은 SNS를 통해 즉각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허풍으로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는 트럼프식 화법이 이란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이끌었던 로버트 맬리는 “트럼프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며, 이란 지도부는 완고하고 집요하다. 트럼프는 즉각적 결과를 요구하지만, 이란은 장기전을 펼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는 화려한 성과를 원하지만, 이란은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집착한다”며 “트럼프는 힘으로 복종을 이끌 수 있다고 믿지만, 이란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고통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약 2년에 걸쳐 진행된 당시 핵협상은 비공개 접촉에서 시작해 수십 차례 회의를 거친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 최종 합의문이 160쪽이 넘고, 이란의 핵 활동 제한, 제재 완화 속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의무 등을 규정한 기술 부속서만 5개에 달한다. 거의 모든 조항이 논쟁거리였고, 한 쟁점이 해결될 즈음이면 이란 협상단은 새로운 요구를 들고나왔다. 당시 미국 협상대표였던 웬디 셔먼은 “호텔에서 겨우 기본 틀에 합의했는데, 며칠 후 최고지도자가 나와 전혀 다른 조건을 요구했다”고 회고했다.
이란의 불신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에도 협상 도중 군사공격을 했다. “한 대통령과 합의해봤자 다음 대통령이 뒤집으면 그만”이라는 냉소가 이란 협상팀에 있다고 NYT는 전했다.
협상팀 구성에도 차이가 뚜렷하다. 당시 국무부 정무차관이었던 셔먼은 협상에 대규모 전문가 집단을 대동했다. 중앙정보국(CIA)의 이란 담당 최고 전문가가 협상장 안팎에 배치됐고, 핵무기 전문가인 에너지부 장관도 함께했다. 이란 측이 내놓은 제안은 곧바로 미국 핵 연구소로 보내져 정밀 검토됐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 협상팀은 소수 측근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는 뉴욕 부동산 거래에서 협상을 배운 인물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란과 맺을 합의는 JCPOA보다 훨씬 우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스로 협상 성패의 기준을 세워놓은 셈이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고위 지도자들이 공습으로 숨진 뒤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직을 승계하면서 체제는 유지됐다. 이란으로선 미국이 원하는 인물로 교체되지 않은 것 자체가 이미 전략적 승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시간은 이란 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체제가 건재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 보든 칼리지의 살라르 모한데시 교수는 알자지라에 “이슬람 공화국의 근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새 지도부는 체제에 충성하는 인물들로 오히려 이전 지도자들보다 더 강경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트럼프의 ‘정권 교체 성공’ 발언은 실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승리를 주장하려는 수사적 전략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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