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두의 창업, 국가 경쟁력을 재설계하는 출발점
최근 ‘모두의 창업’이 중요한 정책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고 정책 리더십이 직접 창업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가 어젠다로 끌어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축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창업이 더 이상 일부 혁신가나 특정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정부는 창업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예비창업부터 재도전 창업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창업을 단순히 기업 수를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인재를 육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그 방향성은 매우 적절하다.
이러한 정책적 흐름은 시대적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많은 일이 자동화되고 표준화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정의하고, 그 해법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차원의 논의에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2026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제시한 미래 핵심 역량을 보면 분석적 사고, 창의적 사고, 회복 탄력성과 유연성, 동기부여와 자기 인식, 호기심과 평생학습이 강조된다. 이 다섯 가지 역량은 단순한 직무 능력을 넘어,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창업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창업은 문제를 정의하고 분석하는 과정이자,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요구한다. 실패와 불확실성을 반복 경험하며 회복 탄력성을 체득하고, 외부 지시가 아닌 내적 동기를 기반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또한 끊임없는 학습과 탐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창업은 미래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 역량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역량이 오늘날 기업들이 구성원에게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역량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창업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역량은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형성하는 보다 더 지속적인 자산이다. 창업에 성공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가 된다. 설령 창업 이후 취업을 선택하더라도, 그 경험은 조직 내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며, 기존 방식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혁신 역량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창업 경험은 개인의 경력을 넘어, 조직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바로 이 관점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 정책은 단순한 창업 장려를 넘어선다. 이는 창업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성장 경로’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특히 창업 실패를 ‘도전의 경력’으로 인정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정책적 설계는, 창업을 결과 중심이 아닌 ‘학습과 역량 축적의 과정’으로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이다.
더 나아가, 이 정책은 국가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창업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고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메커니즘 중 하나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창업에 참여할수록, 시장은 더 많은 실험과 학습을 통해 진화하게 된다.
창업은 기업을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다시 조직과 산업,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만든다. ‘모두의 창업’이 단순한 정책 구호를 넘어 국민 누구나 도전과 학습을 경험하는 사회적 기반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단지 창업이 많은 나라를 넘어 성장과 혁신이 일상화된 진정한 국가적 성장을 목도할 것이다.

최병철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벤처창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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