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그 집 안에 아이가 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남편이 내일 출근해야 해서요.", "아이를 등원해야 해서요." 분명히 폭력이 있었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내보내기를 주저한다.
가정폭력을 반복적으로 목격하며 자란 아이가 성장 후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폭력은 그 집안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의 삶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가정폭력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피해자에게서 비슷한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내일 출근해야 해서요.", "아이를 등원해야 해서요." 분명히 폭력이 있었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를 내보내기를 주저한다. 창원·김해 외곽 공장단지 인근에서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새벽에 신고가 들어오는 일이 잦고, 진영 등 외국인 주민이 많은 지역에는 언어 장벽 때문에 오래 참다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가통계포털(KOSIS) 자료를 보면 경남에서 112에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는 2021년 1만 850건에서 2024년 1만 3376건으로 4년간 23.3% 증가했다. 하루 평균 36건, 40분마다 한 건꼴이다. 참다가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장의 감각이 숫자로도 확인된다.
같은 해 경남의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2695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았다.
현장에서 자주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집안에 있는 아이다. 직접 맞지 않았더라도, 그 자리를 함께 견딘 아이는 모든 것을 보고 들었다.
가정폭력을 반복적으로 목격하며 자란 아이가 성장 후 또 다른 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폭력은 그 집안에서 끝나지 않고, 아이의 삶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가정폭력 현장에 노출되는 것은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2024년 경남 아동학대 신고 2695건 가운데 아이 본인이 직접 신고한 경우가 826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모 신고 792건이 뒤를 이었다.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아동학대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고, 위험 징후가 확인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연계와 긴급분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하루 36건씩 신고가 들어오는 현실에서 그 연결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장의 책임이다.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는 별개 사건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어난다. 신고 한 통이 가족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폭력을 멈추고 그 안의 아이를 지키는 시작이다.
이웃에서 반복되는 다툼 소리가 들리거나 이유 없이 위축된 아이가 보인다면 주저하지 말고 112에 신고해 주시길 바란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40분마다 한 번씩 신고 전화가 울린다.
/김경아(김해서부경찰서 율하파출소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