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2026 칸 영화제 미리보기
해마다 5월이면 프랑스에서 열리는 칸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인증한 ‘A리스트’에 포함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필름 페스티벌이다.
우리에게는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전도연 배우가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시’로 각본상, 그리고 2019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 이후로도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2022년 감독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박찬욱 봉준호의 공통적인 페르소나 배우라고 할 수 있는 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 영화들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을 자주 찾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또 이렇게 큰 상을 받는 동안 세계적으로 소위 ‘한국 영화 르네상스’가 지속되고 있다.
다음 달 12일부터 열리는 올해의 칸영화제는 이제 79번째다. 올해 조금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칸영화제에서 3회의 본상을 수상한 바 있는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칸느박’이라는 별명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세계 각국의 영화 21편이 선정됐다.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 선정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역대 칸영화제에서 수상했거나, 선정 경험이 있는 감독을 우대하고, ‘주목할만한 시선’에 선정됐던 감독이 훗날 경쟁 부문으로 선정되는 식이다.
이번 칸의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다. ‘비터 크리스마스’로 초청된 이 스페인의 거장은 벌써 일곱 번째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하고 있다. 2017년에는 심사위원장으로도 참여했다. 똑같이 일곱 번째 경쟁 부문에 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상자 속의 양’이라는 작품을 선보인다.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는, 부산국제영화제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역시 황금종려상 수상 경력 감독인 크리스티안 문지우는 ‘피오르’라는 작품으로 칸을 찾는다. 이 감독은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칸에 등장한 이후 각본상 감독상을 연이어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 관객들과 만났던 감독들도 보인다. 먼저 이란 출신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를 들 수 있다. 이란을 떠나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이 연출자는 2003년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사막의 춤’을 소개한 이래 ‘지난 날’ ‘세일즈맨’ ‘누구나 아는 비밀’ ‘히어로’에 이르는 다섯 편을 선보인 바 있다. 칸영화제에서도 ‘어떤 영웅’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어, 칸과 부산국제영화제의 공통적인 프랜차이즈 감독으로 칭할 수 있다. 그 외에도 현재 한국 시네필 사이에서 인기가 아이돌 스타급인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가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라는 신작으로 초청된다. 일본과 프랑스 합작인 이 영화는 하마구치 감독의 첫 번째 프랑스어 영화이다.
아시아 감독의 영화가 다섯 편, 단 한 편의 미국 영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15편이 모두 유럽 영화일 정도로 유럽 영화가 강세인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호프’도 주목받고 있다. 데뷔작 ‘추격자’로 미드나잇 스크리닝, ‘황해’로 주목할 만한 시선, ‘곡성’으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좀 세속적으로 표현하자면 ‘승진’을 하던 중의 낭보다. 500억 원이라는 소문의 엄청난 제작비, 황정민 조인성 김호연을 비롯한 한국의 스타 배우들과 알리시아 비칸테르, 마이클 패스벤더 등의 월드 스타들이 함께 한다는 화제성을 넘어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의 심사위원장이었던 나홍진 감독이 경쟁 부문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감독이었던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가게 되면서, 우리 영화제 손님들이 자리를 바꿔 앉는다는 농담도 할 수 있게 됐다. 최강의 영화광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안목으로 어떤 작품들이 수상권에 들어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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