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학여행(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은 계속돼야 한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비단 과거의 회상만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학교 중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곳은 절반 수준인 5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히 행정적 번거로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숙박형 체험학습의 위축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이자 성장 기회의 박탈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단 과거의 회상만을 위한 변명이 아니다. 누구나 학창 시절의 꽃이라 불리는 수학여행과 수련회가 학교 현장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학교 중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곳은 절반 수준인 5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치기 소풍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모든 체험학습을 중단한 학교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야 할 교육 활동이 이토록 위축된 배경에는 교사들이 짊어져야 할 '고위험·고부담'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히 행정적 번거로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약 90%에 달하는 교사들이 사고 발생 시 본인이 짊어질 형사책임에 대해 극심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는 교육 현장의 열정만으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심리적 압박이다.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적 보호망 없이 교사 개인의 과실로 치부돼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교사들에게 능동적인 체험 학습 추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교사의 의견과 동의가 체험학습 실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 속에서, 이러한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교육 활동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교육 당국은 이 문제를 단순히 학교급별 자율 결정의 영역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육 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제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면책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교사가 안전 규정을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할 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킨다. 안전조치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사고 발생 시 학교와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더구나 지금처럼 비대해진 행정 업무의 간소화도 시급하다. 교사들은 숙박 시설 예약부터 안전 점검, 각종 서류 작업에 이르기까지 과도한 행정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교육 본연의 역할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해야 할 교사의 에너지가 행정 처리에 매몰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교육 당국은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해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안전한 체험 활동이 가능하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숙박형 체험학습의 위축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이자 성장 기회의 박탈이다. 교실 밖 세상과 마주하며 협력과 배려를 배우는 과정은 교과서 지식만큼이나 중요하다. 교사들이 공포와 부담감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학생들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수학여행은 머지않아 빛바랜 사진 속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교사의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교육 공동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체험 학습의 기틀을 다시 세워야 한다.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