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쿠바, 10년 만에 아바나서 회담…“외교적 합의 가능성 신호”

윤연정 기자 2026. 4. 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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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쿠바에 대한 '에너지 봉쇄'를 통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국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쿠바 간 회담이 지난 10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지휘 아래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렸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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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쿠바 경제 자유낙하”...개혁 압박
쿠바 “중요한 건 에너지 봉쇄 해제”
유럽·중남미 “상호 존중 대화” 촉구
지난 15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시민들이 쿠바 국기가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미국은 쿠바에 에너지 봉쇄를 가하며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양국 고위급 회담이 이달 초 열렸다. EPA 연합뉴스

미국이 쿠바에 대한 ‘에너지 봉쇄’를 통한 압박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국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었다.

20일(현지시각) 로이터·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쿠바 간 회담이 지난 10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지휘 아래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렸다고 확인했다. 다만, 구체적인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미 대표단이 쿠바 경제가 자유 낙하 상태(급격하고 통제 불가능하게 추락)이고,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기 전에 미국이 지원하는 핵심 개혁을 단행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쿠바 쪽에)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성사된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상황에서도 양국이 외교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미국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는 관타나모 미군기지를 제외하면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쿠바 본토에 착륙한 미국 정부 항공기였다고 국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미국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한편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하다면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겠지만, 쿠바 지도부가 행동하지 않을 경우 이 섬이 미국의 주요 국가안보 위협으로 전락하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 쪽은 협상 조건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인터넷 도입 허용, 1959년 혁명 이후 몰수된 미국 개인·기업 자산에 대한 보상, 정치범 석방, 정치적 자유 확대 등을 제시했다고 미 국무부 관계자는 밝혔다.

쿠바 외교부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델 토로 미국 담당 부국장도 이날 관영 매체 ‘그란마’를 통해 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하고, 미국 쪽에서 국무부 차관보급 인사들이, 쿠바 쪽에서는 외무부 차관급들이 대표단으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존중에 기반한” 만남으로 평가하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미 언론 보도와 달리 회담에서 어느 쪽도 시한을 정하거나 위협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쿠바에 대한 에너지 봉쇄를 해제하는 것이 우리 대표단의 최우선 과제였다”며 “이 같은 경제적 강압은 쿠바 국민 전체에 대한 부당한 처벌,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쿠바에 연료를 수출할 권리가 있는 주권 국가들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의 손자인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손자 카스트로는 이달 초 민간 사업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전달하려다 실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한 바 있다. 해당 서한에는 경제 및 투자 협정 제안, 제재 완화 요청과 함께 미국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쿠바의 경고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쿠바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은 쿠바”라고 경고하면서 군사적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어쨌거나 쿠바가 다음”이라며 군사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에 대해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지난 16일 “피할 수 없다면 격퇴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 스페인, 브라질의 좌파 지도자들은 쿠바의 “심각한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진정성 있고 상호 존중하는 대화”를 촉구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20일 미국이 쿠바를 공격할 명백한 근거는 없다며 “방어 능력이 있다고 다른 국가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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