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도 먹지 말라? 인도 선거판에 뜬 ‘생선’···힌두 채식 관습 정치 공방으로

최경윤 기자 2026. 4.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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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벵골 주도 콜카타의 한 시장에서 지역 주민이 즐겨 먹는 힐사 생선 경매가 진행 중이다. AFP연합뉴스

인도 서벵골 주의회 선거에서 생선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생선이 단순한 식자재를 넘어 문화적 가치를 갖는 서벵골 지역에서 채식주의 관습을 강조해온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할 경우 생선 소비가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현지시간) BBC와 인도방송 NDTV에 따르면 서벵골 주의회 선거를 앞두고 집권 트리나물회의(TMC)와 BJP 후보들은 유세 현장에서 생선 모양 현수막과 팻말을 비롯해 살아있는 생선까지 동원하고 있다. 서벵골 주의회 선거는 오는 23일과 29일 열린다.

TMC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모디 총리의 BJP가 선거에서 이길 경우 생선 소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BJP는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비채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인도 국민의 약 3분의 1만 채식을 하지만 전국 28개주 중 20여개 주에서 소고기 도축 및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BJP가 집권하고 있는 비하르·우타르프라데시·라자스탄주 등지에서는 생선 소비도 제한되거나 금지됐다.

서벵골 의회 선거에 출마한 샤르다왓 무케르지 후보가 물고기를 들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인도 언론인 프리야 싱 엑스 갈무리

마마타 바네르지 서벵골 주지사는 “BJP는 여러분이 생선을 먹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BJP가 벵골인의 삶의 방식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서벵골 주도 콜카타 남부 톨리건지에 출마한 TMC 후보 아룹 비스와스는 ‘생선과 빵을 먹는 벵골인들’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생선을 직접 손에 들고 유세에 나섰다.

반면 BJP는 집권해도 생선 소비를 제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럭푸르에 출마한 BJP 후보 쿠스타브 바그치는 “밤낮으로 생선 먹고 BJP에도 투표하라”며 TMC 후보들처럼 생선을 들고 유권자의 집을 직접 찾고 있다. BJP 서벵골 주대표 사미크 바타차리아는 개표일인 5월 4일 당원들과 생선을 나눠 먹겠다고 공언했다.

생선은 서벵골 특유의 식문화에서 핵심적인 요소다.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생선은 이 지역 축제와 결혼식에 빠지지 않는다.

인도 출신 작가 사만스 수브라마니안은 저서 <물고기를 따라서>에서 “벵골 요리가 윔블던(테니스 대회)이라면 힐사는 언제나 센터코트에서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벵골 사람들이 즐겨 먹는 힐사 생선의 뼈를 능숙하게 발라 먹는 행위를 소속감을 확인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설명했다. 힐사는 콜카타를 연고로 한 이스트벵골FC 팬을 상징하기도 한다.

생선은 벵골 지역이 서벵골(힌두교·인도)과 동벵골(이슬람교·방글라데시)로 분할된 역사와 귀한 생선 품종을 구매할 여력에서 드러나는 계층 구조 등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BBC는 전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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