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무서워 전기차 샀다… 등록 대수 100만대 돌파

강지수 2026. 4. 21. 18: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보다 석 달 빨라... "30만대 찍을 것"
보조금·가격 경쟁이 불씨, 초고유가로 기름
올해 신차 구매한 5명 중 1명, 전기차 선택
"국비로 선지급" 보조금 공백 최소화 방침
앞으로 관건은 급속충전기 확대 등 인프라
19일 서울 한 건물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뉴스1

국내 전기차 '100만 대 시대'가 열렸다. 올해 들어 불과 4개월 반 만에 등록 전기차 수가 10만 대를 넘기면서 역대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다. 정부 보조금 확대와 제조사 간 가격 경쟁이 전기차 수요의 불씨를 댕겼고 중동발 초고유가 불안이 기름을 부었다. 정체기를 빠져나와 본격적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증가세를 유지하려면 급속 충전기 확충 등 이용 환경 개선이 과제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1일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이달 15일 기준 1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기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9년 만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3년부터 2년 연속 판매량이 줄어드는 등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었다. 전체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2023년 9.2%, 2024년 8.9%로 10%를 밑돌았다. 그러다 지난해 13.0%로 회복 기미를 보였고 올해는 20.1%를 기록하며 정체기 극복 초입에 들어섰다.

전기차 역사를 다시 쓴 건 올해 들어 판매 실적이 크게 뛴 덕이다. 4월 셋째 주(14일) 국내 연간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가 10만 대를 찍었고 이달 17일 기준으로는 6,939대가 새로 등록됐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셋째 주(17일)까지 2만3,406대가 늘어났다. 정부의 전기차 연간 10만 대 보급목표는 2024년의 경우 9월 둘째 주가 돼서야 달성됐고 지난해는 7월 둘째 주에 도달했는데 올해는 그보다도 석 달 빨라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신규 등록 전기차 역사도 올해 새로 쓰일 전망이다. 지난해 신규 등록 전기차는 총 22만919대로 사상 처음 한해 20만 대를 넘었고 재작년에는 총 14만6,902대였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신규 전기차가 30만 대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실적 호조는 가격 인하와 정부 지원이 밑바탕이 됐고 기름값 폭등이 결정적 한 방이 됐다. 기후부는 △제조사 간 가격 할인 경쟁과 다양한 신차 출시 △정부의 내연차 전환지원금 등 전기차 보조금 확대 및 보급사업 조기 추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고유가 흐름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화재 위험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인식 덕도 있어 보인다"며 "가장 큰 영향은 호르무즈해협 사태로 인한 유류값 폭등"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수요까지 덩달아 커진 게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한 건물의 전기차 충전소에서 이용자가 차량에 충전기를 연결하고 있다. 뉴스1

당장 과제는 보조금 곳간을 다시 채우는 일이다. 이미 수요가 공급을 웃돌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 1차 물량이 조기 소진되며 신청이 중단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의 2차 공고를 앞당기고, 지방비 편성이 지연되는 곳엔 국비를 선지급해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추가 수요 대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보조금 물량도 확대해 올해 총 지원 규모는 승용 28만 대, 승합 3,800대, 화물 4만5,000대로 늘었다. 김 교수는 다만 "6월 지방선거가 변수"라며 "(지자체의) 수장이 바뀌면 예산 편성을 다시 해야 하는데 중앙정부에 빚을 지는 결정을 주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장기적으론 완전 대중화를 위한 여정이 남았다. 인프라 개선이 최대 과제다. 김 교수는 "캐즘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3년은 남았다"며 "전기차도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똑같은 시기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은 마중물일 뿐 무엇보다 시급한 건 급속 충전기다.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50만 대 수준인데 이 중 14만 대 정도뿐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쓰는 50~350㎾ 용량의 급속 충전기는 30분~1시간이면 완충할 수 있지만 수전(전기를 끌어오는 시설) 부담이 크고 설치비도 비싸 공동주택 주차장엔 전무하다. 정부도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충전시설 체계를 손볼 방침이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