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트럼프 종전협상도 위협…“기본 사실도 신뢰 어려워”

정유경 기자 2026. 4. 21. 18:1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종전 협상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신 건강 치료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둘러싼 ‘오락가락’ 메시지에 미국 언론들이 “기본 사실 발언조차 신뢰하기 어렵다”며 의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소셜미디어 발언이 종전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까지도 미국-이란 양쪽은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발표하며 종전 합의에 다가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이 나오던 17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승리’를 과시하는 글을 올리며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이란의) ‘핵먼지’(농축우라늄을 일컫는 트럼프식 용어)를 넘겨받게 될 것이고 금전적 대가는 없을 것”이라고 썼다. 또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프로그램 “무기한” 중단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시비에스(CBS) 인터뷰에선 테헤란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며 농축 우라늄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고,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선 “아마도 주말에 회담이 열릴 것”이며 “앞으로 하루 이틀 안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즉각 부인했다. 아직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승리’를 선포하자, 이란 내부에서 “미국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강경 기류가 형성됐다. 시엔엔(CNN)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이 아직 동의하지 않은 사안이나 자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는 사안을 기정사실화한 것에 불쾌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2차 종전 협상은 결국 기약 없는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었다. 모하마드 엘마스리 도하대학원 미디어학 교수는 “(이란이 17일)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선언했을 때가 긴장 완화·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한 기회였는데, 트럼프는 승리 선언의 기회로 삼아 이란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걸 미국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며 “정말 큰 오판이었다. 이제 이란이 2차 회담을 위해 파키스탄에 나타날지 아직 100% 확신할 수 없다. 아마 타결은 되겠지만, 협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21일 현재 협상 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고 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낙관론에서 이란 기반시설 폭격 위협에 이르기까지 오락가락 메시지를 쏟아내며 대중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심지어 누가 협상에 나서는지 같은 기본 사실 관계조차 대통령과 행정부 내 관료들의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비시(ABC)·엠에스나우(MSNOW) 기자들과 개별 통화에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보안상의 이유로 협상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같은 날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한 마이크 월츠 주유엔 미 대사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회담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20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밴스 부통령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에 밝혔는데, 그 직후 밴스 부통령의 수행 차량이 백악관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백악관 실무자들은 부랴부랴 밴스 부통령이 아직 워싱턴에 있는 게 맞고, 21일 출발 예정이라고 바로잡았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밝힌 협상 일정도 오락가락했다. 미 폭스비즈니스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는 20일 오전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밤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는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선 21일부터 협상이라고 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혼선을 부추기고 참모진이 수습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엔엔은 “바빠서 실수했다고 하기엔, 이란 전쟁과 관련된 기본 문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한 주 동안 가속화된 패턴”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한 말도 스스로 반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주일 전엔 “중간선거(11월) 때 휘발유·가스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를 수도 있다”고 했는데, 20일 더힐과의 인터뷰에선 트럼프 행정부 내각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휘발유 가격이 당분간 3달러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한 말을 두고 “완전히 틀렸다”고 반박하며 “이 사태가 끝나는 즉시” 휘발유 가격이 떨어질 거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미드나잇 해머 작전(지난해 6월 공습) 때 이란 핵 폐기물 매립지를 완전히 파괴했다”며 지난 6월 이란 핵시설을 완전 파괴했다는 주장을 반복했지만, 2월28일 이란을 공습한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기 직전이었으므로 불가피했다는 모순된 주장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발언은 협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이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폭스 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거나 고의적으로 무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시간에 쫓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한 마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일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것이지만, 나는 전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피에 굶주린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 불평한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