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템이 곧 투자”…중고거래 열풍 이유 있었다

손유지 2026. 4.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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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순환경제]
중고 소비, 할인 넘어 취향·가치 표현으로 확장
고물가·팬데믹 겹치며 중고 시장 급성장
리셀·득템 열풍…투자와 놀이 경계 흐려진 거래
친환경 소비로 진화…리커머스 시장 과제는 여전

[지데일리] 거리와 온라인에서 ‘새것’보다 ‘중고’가 더 ‘힙’한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의류, 가구를 고를 때도 누군가의 손을 한 번 거친 ‘세컨핸드’를 선택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는 저렴한 소비를 넘어,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하나의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중고 거래가 ‘힙한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세컨핸드는 단순 절약을 넘어 취향과 가치 표현 수단으로 확장됐다. 고물가와 친환경 인식이 맞물리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픽사베이


이 같은 변화는 팬데믹 이후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맞닿아 있다. 과거 ‘새 제품 선호’에서 벗어나 합리성과 효용,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고,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겹치며 중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약 4조 원에서 2024년 30~35조 원 규모로 확대됐으며, 2025년에는 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소매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흐름은 같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컨핸드 의류 시장이 일반 패션 시장보다 약 3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약 36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저렴한 소비’를 넘어, 희귀 아이템을 찾는 ‘취향 소비’가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MZ세대에게 중고 상품은 더 이상 ‘헌 물건’이 아니다. 한정판 스니커즈, 빈티지 의류, 단종된 브랜드 제품 등은 오히려 새로운 가치와 개성을 지닌 아이템으로 인식된다. 이들은 중고 플랫폼에서 원하는 물건을 ‘득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며, 거래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문화도 함께 형성하고 있다.

중고 거래는 재테크 수단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일부 한정판 제품이나 인기 브랜드 상품은 오히려 중고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특히 스니커즈, 명품 가방, 빈티지 의류 등은 희소성과 상태에 따라 가격이 급변하며, 사고파는 행위가 투자이자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환경적 가치와도 맞물린다. 20·30대는 ESG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세대로, 중고 거래를 ‘가장 쉬운 친환경 실천’으로 받아들인다. 새 제품 생산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탄소 배출과 자원 낭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소비자는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한 제품을 경험할 수 있고, 개인 판매자나 소규모 사업자는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다만 가격 과열, 위조 상품, 환불 분쟁 등 부작용도 늘고 있어 플랫폼의 관리 강화와 함께 소비자의 ‘리커머스 리터러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처럼 세컨핸드 트렌드는 단순 중고 거래를 넘어 새로운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합리성, 취향,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선택으로서 중고 거래는 앞으로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향후 시장은 규모 확대를 넘어 플랫폼 신뢰도, 소비자 교육, 윤리적 기준을 포함한 ‘가치 중심 리커머스’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