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없으면 장사 못하는데”…상인들 울상
비닐 도소매상점 “공급 막힌 상황”
소상공인단체 “포장재 가격 관리 필요”

21일 오전 창원시 마산 어시장 인근 비닐 도소매상점 매대가 군데군데 비어 있다. 상점 한쪽에 늘 쌓여 있던 검은 비닐봉투 더미는 자취를 감췄다. 주인장은 "까만 봉투가 쌓여 있어야 하는데 공급이 안 돼 비어 있다"며 "전쟁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닐 가게 점주도 "원료가 들어오지 않아 공급이 막힌 상태"라고 상황을 전했다.
어시장 안쪽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제 어묵을 사던 한 시민은 봉투를 받지 않고 포장지째 가방에 넣었다. "지금은 비닐을 아껴야 할 때"라고 했다.
생선을 파는 상인은 하얀 봉투 한 묶음을 뜯으며 "지난번 1500원이던 묶음이 오늘은 2000원으로 계산했다"며 "물기 있는 생선은 보통 봉투를 두 겹 쓰는데, 장바구니 손님이 늘어난 게 그나마 위안이다"고 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전통시장 소상공인 체감은 더 팍팍해졌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동 전쟁 장기화 여파로 지난달 경남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체감지수는 2년 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인들은 고유가와 고물가, 소비 심리 위축을 정통으로 맞고 있다. 여기에다 포장용기 가격 인상 탓에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났다.
실제로 나프타 수급 차질로 비닐 제조업체 도매가는 최근 한 달 사이 30% 이상 상승했다. 함안군의 한 비닐 제조업체는 현재 공장 가동률을 60%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나프타 생산량도 평시보다 약 10% 줄어든 상황"이라며 "이 상태가 이어지면 5~6월에는 생산 중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매용 까만 손잡이 봉투(100장 기준)는 한 달 새 30% 가까이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장재 부담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용기도 원료 가격 상승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상공인단체는 포장재를 사실상 '생활필수품'으로 보고 가격 관리와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나프타 가격 폭등과 이로 말미암은 포장재 대란 우려에 대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포장재를 생활필수품으로 지정해 가격 인상률을 관리하고 나프타 가격과 연동되는 '소상공인 포장재 부담 경감 지원금'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가 급등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 지갑도 빠르게 닫히고 있다. 지난달 경남지역 소비자물가가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전시장에서 만난 직장인은 "기름 값이 올라 점심값이라도 아끼려고 저렴한 곳을 찾아다닌다"며 "고유가피해지원금과 경남도민생활지원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주 관련 정책은 시행된다.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피해를 줄이고자 소득 하위 70% 국민에게 1인당 최대 60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한다.
또 경남도가 지급하는 생활지원금 10만 원도 30일부터 신청해 받을 수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 신용·체크카드 중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신영철 경남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민생지원금으로 내수가 '반짝' 했듯이 이번 고유가피해지원금도 얼어붙은 소비를 살릴 단비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일회성 지원보다는 소상공인 매출 추락을 막을 구조적인 비용 부담 완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유 추가 확보에 힘쓰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오만·카자흐스탄·카타르 4개 국가를 방문한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단이 원유 2억 7300만 배럴과 나프타 210만t을 확보했다. 정부는 나프타 수급을 위해 정유사들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률을 현재 55% 수준에서 70% 수준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