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국립경주박물관, 수장고 열어 ‘신라 보물’ 첫 공개…선방사 탑지석 주목
황룡사지 생활유물 93점 공개…전시 공백 메우고 관람 콘텐츠 강화

국립경주박물관이 그동안 수장고에 보관해 온 미공개 소장품들을 대거 꺼내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9세기 신라 불교 신앙의 결정체인 '선방사 탑지석'이 최초로 공개되고, 신라 최대 사찰 황룡사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대거 보강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미술관 상설전시실의 소장품 일부를 교체하고, 연구와 보존 과정을 거친 소장품을 새롭게 공개하는 등 전시 개편을 단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학술적 성과는 금석문 자료로만 알려져 왔던 '선방사 탑지석'의 최초 공개다. 1926년 경주 배동에서 발견된 이 탑지석은 경주 남산 선방곡에 위치했던 선방사의 탑 안에 봉안됐던 기록이다.
장방형 석재 네 면에 새겨진 60자의 명문에는 '건부 6년(879년, 헌강왕 5)'이라는 정확한 시기와 함께 사리 23과, 금·은 공양물 봉안 내역, 불사에 참여한 승려 명단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9세기 후반 신라의 사리장엄 의례와 조탑 신앙을 이해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료"라고 평가했다.
불교사원실 내 황룡사지 전시 구역도 풍성해졌다. 황룡사 건물 터와 회랑 터 등에서 출토된 불교 공예품과 사찰 생활용구 93점이 새롭게 배치됐다. 이 유물들은 기존 학술보고서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알려졌으나, 상설전시 공간에서 일반 관람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신라 최대 사찰이었던 황룡사의 구체적인 운영 모습과 당시 승려들의 일상적인 면모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편은 오는 5월 프랑스 파리 기메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최되는 '신라 특별전'과 6월 '황룡사지 발굴 50주년 기념 특별전'에 주요 상설 전시품들이 출품되는 것에 맞춰 기획됐다. 박물관 측은 주요 유물의 국외 출장 및 특별전 이동에 따른 전시 공백을 보완하는 동시에, 수장고 속 소장품의 순환 전시를 통해 전시의 질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이 밖에도 야외 전시장에 있던 나한상을 불교조각실 내부로 이전해 감상의 몰입도를 높였으며, 석장사 터에서 출토된 '탑 불상무늬 벽돌'도 오랜만에 다시 공개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앞으로도 새롭게 발굴되거나 연구 성과가 축적된 신라 문화유산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상설전시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신라 문화의 깊이와 가치를 관람객들에게 보다 충실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