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뚫고 수주 행진…2차전지도 상승랠리

배성수 2026. 4. 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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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관련주 일제히 급등
고유가에 전기차 수요 회복 조짐
기술력 앞세워 中 저가공세 대응
삼성SDI 주가, 하루새 20% 뛰고
LG엔솔·SK이노, 11%·4% 올라

국내 2차전지 관련주가 21일 일제히 급등했다. 삼성SDI가 전날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 수조원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그간 중국산 배터리업계에 밀린 K배터리의 약진이 예상되자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시대에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국내 배터리업계가 비교우위를 지닌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주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 삼성SDI, 52주 신고가 기록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는 전날보다 19.89% 오른 6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64만8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11.42% 상승해 47만8000원에, SK온 지분 10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은 3.65% 오른 13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I, SK온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각각 5.00%, 5.21% 상승했다.

삼성SDI는 전날 벤츠와 처음으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28년부터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하이니켈(니켈 비중 80% 이상)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업체 중 유일하게 프리미엄 수입차의 상징인 독일 자동차 3사(벤츠, BMW, 아우디)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업체가 됐다. 2024년부터 벤츠 전동화 전략에 올라탄 LG에너지솔루션이 벤츠에 납품하는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부터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등을 포함해 25조원 규모에 달한다.

배터리업계에선 벤츠가 중국 업체가 주를 이룬 각형 배터리 공급처를 삼성SDI로 확대한 것을 긍정적인 소식으로 해석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배터리와 전기차 등 전략 산업의 유럽 내 생산을 유도하는 유럽 산업가속화법(IAA)을 시행했다. 이는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와 외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한 불이익 등의 규제를 둬 중국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된다. 삼성SDI와 SK온은 각각 헝가리에,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으로 유럽 현지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 “K배터리, 하반기 실적 개선”

그동안 국내 배터리업계는 저렴한 보급형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에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보다 3.3%포인트 하락한 15.4%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CATL, BYD, CALB, 고션, EVE 등 중국 상위 5개 배터리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68%에 달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올 1분기 일제히 영업적자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 매출 6조5500억원,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인공지능(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와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SDI와 SK온의 영업손실이 각각 2581억원, 1605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집중하는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 수요가 급감한 것이 실적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유가 영향까지 더해져 이르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럽에선 전기차 수요가 양호한 데다 판매량까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픽AI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 삼성SDI는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국내 배터리업계의 또 다른 먹거리인 ESS 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중동 사태로 에너지 안보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전력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ESS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응하고 데이터센터 부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장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ESS가 필수”라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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