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팬톤 부사장 로리 프레스먼 “평화와 연대·안정감 담은 ‘클라우드 댄서’, 지금 이 시점 더 의미 있어”
그녀는 팬톤의 대표적인 컬러 전문가로, ‘팬톤 올해의 컬러(Pantone Color of the Year)’ 선정과 함께 글로벌 컬러 트렌드, 브랜드 컬러 전략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 기반을 둔 디자인 고객들을 만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의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 매우 진취적인 이 디자인 시장 전반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Q.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열린 ‘팬톤 올해의 컬러 2026’ 행사에서 ‘클라우드 댄서’를 소개하며 “지금은 채우기보다 비워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쟁과 AI 등 국제 정세와 사회 변화 속도가 가팔라진 지금, 이 색깔이 지닌 의미가 더욱 남다를 것 같은데요.
팬톤 ‘올해의 컬러’는 디자인의 모든 영역을 가로질러 나타나는 색입니다. 저희 역시 지금 이 순간에는 차분함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온함과 연결을 갈망하는 세상에서, 저희가 선정한 ‘클라우드 댄서’는 고요함, 가벼움,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드러냅니다. 이 색은 유해함과 과잉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표현하며, 만족과 조화에 대한 바람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Q. 혹자는 팬톤을 ‘컬러계의 애플’로 부르기도 합니다. 애플이 전 세계의 기술과 혁신을 이끄는 것처럼 팬톤이 색과 디자인을 이끈다고 보는 것인데, 팬톤이 왜 전 세계의 색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보시나요?
팬톤은 1963년 설립 이래 색의 비즈니스에 집중해왔습니다. 이는 영감 단계에서 고객이 적절한 색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부터, 디자인 과정 전반, 그리고 실제 물성 세계에서 그 색을 구현하고 실현하는 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Q. 팬톤 ‘올해의 색’ 선정은 전문가들이 참여하며 엄격히 비공개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종종 ‘바티칸 회의만큼이나 비밀스럽다’고 불립니다. 보통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되나요?
올해의 색은 신중한 검토와 트렌드 분석이 수반된 것으로, 팬톤 색채 연구소의 글로벌 팀이 연중 내내 수행하는 거시적 차원의 컬러 트렌드 예측과 리서치의 집약된 결과입니다. 저희의 컬러 트렌드 예측 제품에 포함되는 색상들에도 반영되죠.

물론,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이 느끼고 바라는 바에 대해서도 늘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색의 감성적 측면은 저희의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희는 특정 시점의 글로벌 문화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가장 잘 반영하는 색 또는 색상군을 선택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색과 맥락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색 계열이나 개별 색상이 어떤 시점에 부각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로 어떤 색의 인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상징합니다. ‘올해의 컬러’의 경우 색상의 이름도 함께 고려합니다. 이름 역시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의 비바 마젠타(PANTONE 18-1750 Viva Magenta)는 채도가 높은 색이었지만, 2024년의 피치 퍼즈(PANTONE 13-1023 Peach Fuzz)와 2025년의 모카 무스(PANTONE 17-1230 Mocha Mousse)는 빛을 머금은 듯한, 거의 화이트가 섞인 피치와 브라운 계열이었습니다.
2026년 우리가 선정 과정에 들어갔을 때 시대정신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색은 2023년 비바 마젠타 이후 계속 관찰해온 흐름, 즉 ‘리셋’과 ‘변화’를 향한 욕구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상상력과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비바 마젠타’는 현 상태를 바꿀 용기, 자신의 이상과 본질에 충실할 용기, 더 깊은 의미를 담아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용기,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두려움 없이 받아들일 용기를 의미했습니다.

일상의 매 순간을 음미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통해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고자 했던 ‘모카 무스’는 인간관계, 일,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포함한 삶의 모든 측면에서 조화와 균형을 상징합니다.

“Cloud Dancer는 구름 위를 바라보듯 새로운 시각에서 사고하고, 다양한 접근 방식에 마음을 열도록 이끕니다. 이 색은 균형 있고, 친절하며, 진정으로 인간적인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모든 새로운 시작과 하얀 백지처럼, 미래가 우리 모두의 것이며,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은지에 대해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부드럽고 의도적으로 채워나가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로리 프레스먼
“클라우드 댄서, 단순 흰색 아닌 연결성 지녀”
선정 과정에서는 어려움보단,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팬톤 ‘올해의 컬러’는 디자인 전반에서 포착되는 색이며, 거시적 수준의 트렌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모두가 색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때로는 지역별 해석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과정은 디자인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매우 순수하며 개인적 편향에 의해 좌우되지 않습니다.
선택에 따른 도전 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물론 저희도 알고 있었습니다.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이처럼 밝은 색을 선정했기 때문이죠. 일부 사람들이 저희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번 색을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요.

Q. 클라우드 댄서는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는 ‘포용성(Inclusivity)’을 담고 있다고 밝히셨지만 말로 표현하기엔 힘이 듭니다. ‘밝은 흰색’이라고 보면 되나요?
‘밝은 흰색’이 아닌, 자연스러운 화이트 톤으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저희는 밝거나 광학적으로 표백된 화이트를 선택하지 않기 위해 매우 의도적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런 흰색은 차갑고 고립된 느낌을 주며, 사람들이 지금 갈망하고 있는 것과는 정확히 반대이기 때문이죠.

Q. ‘색채’는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첫 번째 정서적 경험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소비하는 ‘가치 소비’, 또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것에 소비하는 ‘기분 소비’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네, 저희도 오늘날의 컬러는 가치 소비뿐만 아니라 무드(기분) 소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컬러는 매우 강한 감성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입는 옷이나 집과 사무 공간에서 우리를 둘러싸는 색을 통해 자기 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제품 라인에 어떤 색을 도입할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며, 고객과 공명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컬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팬톤 색채 연구소는 1999년, 전 세계 디자인 커뮤니티와 컬러 애호가들이 색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팬톤 ‘올해의 컬러 교육 프로그램’을 처음 만들었습니다. 저희는 문화와 색의 관계에 주목하고자 했으며, 글로벌 문화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색이라는 언어를 통해 표현되고 반영되는지를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지난 27년간 전 세계의 디자이너와 컬러 애호가들이 이 색에 관한 대화에 참여하고, 각자의 이야기를 색으로 풀어내며, 각자의 커뮤니티 안에서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장을 제공해왔다는 점에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흐름을 오랫동안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PANTONE, 팬톤 공식 홈페이지 및 뉴스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6호(26.04.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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