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 국민의힘 덮친 ‘탈장동혁’ 바람…거대 광역단체장 후보 중심 ‘각자도생’ 가속화

이영란 기자 2026. 4.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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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오 시장은 6·3지방선거를 겨냥해 탈장동혁 선거운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 측 제공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을 우회하려는 이른바 '탈(脫)장동혁' 선거운동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공천 후폭풍과 '절윤(절연 윤석열)' 행보 논란, 그리고 장 대표의 무리한 미국 방문 일정 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가운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필두로 한 유력 후보들이 중앙당과 거리를 둔 '독자 선대위' 구성을 공식화하며 '각자도생'에 나선 형국이다.

◆오세훈 '연두색 넥타이'…서울시장 자체 선대위 발족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탈장동혁 행보를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곳은 서울이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오세훈 시장은 최근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대신 연두색 넥타이나 녹색 재킷을 착용하며 시각적인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당 색깔보다는 '오세훈'이라는 개인 브랜드와 중도 확장성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19일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중도 확장형 자체 선대위' 구성을 본격화했다. 특히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가 제안한 '중앙당 주도 혁신선대위' 조기 출범에 대해 시점을 늦춰달라고 요구하며, 사실상 지도부의 조기 개입을 차단했다. 그는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도부 역할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현장의 목소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장동혁 패싱' 부산…"한동훈 마케팅은 유효"

부산권 선거 분위기 역시 탈장동혁 기류가 거세지는 분위기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권역 및지역별 선거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보수층을 바닥부터 결집시키는 '독자 선대위'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박 시장 측은 장 대표가 언급한 '서울과 부산의 승리가 나의 정치생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에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는 명분 아래 당 지도부의 방문이 이어지면, 오히려 민주당 전재수 후보와의 격전에서 중도 표심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부산지역 후보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와 각을 세우고 쫓겨난 한동훈 전 대표의 지원을 바라는 이른바 '한동훈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선거홍보물에 한 전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 배치하는 등 부산의 두터운 팬덤과 중도 소구력을 가진 한 전 대표를 활용한 선거에 나서고 있다는 것.

특히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의 후보들은 민주당 후보들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장 대표의 '보수 선명성'보다는 한 전 대표가 보여줬던 '중도 실용주의' 이미지가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장 대표 리더십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특히 장 대표의 미국행 논란 등으로 실망한 유권자들을 달래기 위해서는 많은 후보들이 한 전 대표와의 정서적 연합을 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구·경북 'TK 공동 선대위'…지도부 후광효과 기대 접고

당 지도부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 후보들 간의 '전략적 연대'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는 지난 14일 대구와 경북이 하나로 뭉치는 '대구·경북(TK) 공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의원은 다음날 자신의 SNS를 통해 즉각 호응했다. 추 의원은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보수의 뿌리이자 중심"이라며 "이제 대구와 경북이 손을 굳게 잡고, 경제 재건으로 보수의 신뢰를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공개적인 쓴소리에 약한 추 의원 스타일로는 이례적으로 장동혁 대표를 질타하는 언급도 나왔다. 추 의원은 21일 논란이 된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의 미국 국회의사당 앞 사진에 대해 "지금 현장에서 뛰는 후보들은 한 표가 절박해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뛰고 있다"며 "지도부의 활동이 대외적으로 어떻게 비칠지, 특히 고생하는 후보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조금 더 세심하고 정무적인 배려가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지사 '쓴소리' 예고…지방 순회 최고위 '가시방석'

장동혁 대표가 지방 일정의 일환으로 낙점한 강원도 역시 분위기는 차갑다. 장 대표는 다음 주 강원도를 방문해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선거 지원에 나설 예정이지만, 김진태 강원도지사 후보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그래도 대표로 모셨는데, 오지 마라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면서도, "만나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도록 쓴소리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원도 역시 중앙당의 하향식 지원보다는 지역 현안 중심의 독자 행보를 걷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예정됐던 경기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는 "선거판을 박살 내놓고 무슨 면목으로 오느냐"는 지역 당원들의 거센 반발로 파행을 겪었다. 특히 지난 6일 인천 현장 최고위에서는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이 장 대표의 면전에서 "수도권은 빙하기 그 자체"라며 "우리 당이 후보들에게 힘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짐이 되고 있는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도부의 2선 후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장 대표가 "귀한 시간을 당내 이야기로 보내는 것은 아깝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비공개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송언석 임기만료 전 새 원내사령탑 선출 주장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는 6월15일 송언석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 전인 5월 중 조기에 원내대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예상되는 장 대표의 퇴진과 당의 혼란을 선제적으로 방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원내대표 조기 선출론과 관련,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는다"며 사실상 조기 퇴진 및 선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결정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 기사화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소극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역 후보들의 독자 선대위 구성 움직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며, '탈장동혁 분위기'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브리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의 '후보자 중심' 지역선대위 구성에 대해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에서 뛰고 있는 후보자들이 중심이 되고,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선거"라며 "중앙당은 각 지역의 특수성과 후보들의 전략을 존중하며, 그들이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빛날 수 있게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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