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시 형사책임"… 전국 초중고 절반이 수학여행 안가는 이유
1년간 수학여행 간 학교는 53.4%뿐
교사 90% "사고 시 형사 책임에 부담"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지난 1년간 수행한 전국의 초·중·고교가 10곳 중 5곳뿐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강원도 2박 3일 일정에 6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책정해 논란을 야기한 중학교의 소식이 알려진 와중에 공개된 소식인 터라 더 눈길을 끈다.
2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분회장(단위 학교 대표 조합원)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숙박형 체험학습을 운영한 학교의 비율은 53.4%에 그쳤다. '당일치기 체험학습만 실시했다'는 응답은 25.9%, '교내 활동만 진행했다'는 응답은 10.8%였다. '모든 형태의 체험학습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응답도 7.2%에 달했다. 이는 지난 3월 23~30일 초등학교(41.95%), 중학교(27.76%), 고등학교(23.07%)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다.
현장체험학습 운영 여부는 대부분 해당 학교 교사들의 재량에 따라 이뤄졌다. 설문 대상자의 72.2%는 현장체험학습 진행과 관련해 '교사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답했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참여를 요구받거나 부담을 느낀 경우도 35.5%에 이르렀다.
수학여행 감소 현상은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교사의 불안감과 행정 부담이 작용한 탓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89.6%는 '사고 발생 시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그중 54.8%는 '매우 크다'고 답했다. 체험학습 준비 과정에서 '행정 업무가 과중하다'고 느낀다는 응답률도 84%나 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교조는 "현재의 제도 및 환경에선 교사들에게 현장체험학습이 '교육 활동'이라기보다 '고위험·고부담 업무'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교육적 효과나 학생 경험의 확대보다, 사고 발생 시 책임의 귀속과 사전 준비·행정 처리의 부담이 현장에선 더 크게 체감돼 현장체험학습 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수학여행 안내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갑론을박과도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강원도 2박 3일 일정 수학여행 비용이 1인당 60만6,000원에 달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지나치게 비싸다"는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학교는 결국 수학여행 자체를 취소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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