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광장시장은 물도 돈내고 먹는다? 상술이냐 위생이냐, 거세지는 생수 논란 [세상&]

이영기 2026. 4. 2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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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 생수 유상판매 갑론을박
시장 둘러보니 몇몇 노점 생수 팔아
“시장 다 욕먹게 한다” 비판의견도
상인회 측 “조치 위한 내부 점검 중”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노점에 앉은 외국인 관광객 앞으로 생수병이 놓여있다.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바가지요금’ 악명을 갖던 광장시장이 또 한 번 몸살을 앓고 있다. 음식을 판매하는 일부 노점에서 한국 문화에 어두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생수를 판매한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노점 상인들 입장은 엇갈린다.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만 욕 먹는다”는 입장과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들도 있다“는 의견이 뒤섞여 나온다.

그러나 광장시장 내 노점 판매 물품은 메뉴판에 기재하게 돼 있다. 메뉴판에 물품과 공식 가격을 써넣어놓지 않고 따로 판매하는 것은 사실상 규칙 위반이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노점에 쌓인 500㎖ 생수를 보고 기자가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상인은 “왜요”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상인은 그러면서 “생수를 찾는 손님들이 있으면 냉장고에 있던 시원한 물을 따로 꺼내서 판매한다”며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유튜버 ‘카잉’이 광장시장 노점에서 생수를 구매하는 내용이 담긴 유튜브 영상. [유튜브 ‘카잉’ 캡처]

광장시장 내 노점 상인들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유튜브에 올라온 ‘광장시장 생수 판매’ 영상 때문으로 보인다. 유튜브 채널 ‘카잉’을 운영하는 미얀마 출신 서예은 씨는 최근 광장시장의 한 노점 식당에서 2000원을 받고 물을 판매하는 상인을 만났다.

이 상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서씨는 “한국(식당)에서 물을 파는 건 처음”이라고 말하자 노점 상인은 “(광장시장에) 외국인이 많아서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이어 서씨가 “저희도 한국인”이라고 말하자 상인은 “한국 사람도 외국 체험하고 간다”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기자가 시장을 둘러보니 물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고 병에 든 생수를 유상으로 판매하는 노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가격은 1000원. 기자가 가격을 물으며 몇 차례 노점 골목을 돌자, 흰 종이에 ‘생수 1000원’이라고 적힌 안내문을 치우기도 했다. 노점 매대에 앉아 물을 사 먹는 외국인 관광객도 볼 수 있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모습. 이영기 기자.

일부 노점들은 “추잡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광장시장 노점에서 15년 이상 근무한 김모 씨는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더 받아야 하느냐”며 “같은 상인으로서 보기에도 추잡하다. 양심적으로 파는 상인들까지 싸잡아 욕 먹는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상인은 “사실 바로 옆자리에서 장사를 해도 어떻게 운영하는지는 잘 모른다”며 “생수를 돈 주고 파는 곳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고 말했다.

생수 판매가 필요하다는 상인도 있었다. 500㎖ 생수를 팔던 한 노점 상인은 “시원한 물을 찾는 손님들도 있다”며 “1.5ℓ 생수병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아서 작은 생수병만 넣어놓고 필요하다면 꺼내 판다”고 말했다.

다른 분식집 상인은 이모 씨는 “외국인들은 밀봉된 생수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런 관광객을 위한 생수는 좀 준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문제가 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설명을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됐다. 단순히 외국인이 많다는 이유로 생수를 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노점의 생수병 더미. 이영기 기자.

이처럼 논란이 불거지자, 광장시장 상인회도 내부 점검을 하고 나섰다. 노점 중심으로 구성된 ‘광장전통시장 상인총연합회’ 관계자는 “메뉴판에 없는 물품이나 가격 표시가 없는 물품을 파는 건 안 된다”며 “또 한국 정서상 식당에서 돈을 받고 물을 판다는 게 낯선 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상인회도 처음 알았는데 내부적으로 상인 얘기를 듣고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이 즐겨 찾는 곳인 광장시장은 잊을 만하면 불친절, 바가지 논란이 일었다. 그 때문에 상인회도 자율규제 형태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일부 상인이 의도적으로 더 비싼 순대를 판매했단 논란이 불거지자 상인회는 자체 징계 결정을 내려 해당 노점에 영업정지 10일을 결정했다. 당시 상인회 측은 종로구청과 면담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징계 수위를 정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상인회는 가격표시, 서비스 응대, 시장 질서 개선 등을 약속했다.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부는 서울시,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장시장 상인회, 광장전통시장 상인회와 함께 후속 조치에 대한 현장 점검을 했다.

종로구청도 생수 판매에 대한 현황조사에 나섰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모든 판매 물품을 메뉴판에 표시하고 표시한 가격대로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생수 판매 노점 현황조사를 하고 있으며 판매하는 노점은 메뉴판 반영 계획 및 가격조정, 무상판매로의 전환 등 노점별 영업계획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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