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입은 크롬, 韓 상륙⋯빅테크 ‘AI 브라우저’ 전쟁 막 올랐다

구글이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 크롬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APEC) 지역으로 확대 출시했다. AI 브라우저가 차세대 인터넷 패권의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빅테크 간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예고됐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이날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1’을 탑재한 ‘제미나이 인 크롬’을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APEC) 7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9월 미국에 이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뒤 단계적으로 출시 지역을 확대해왔다.
제미나이 인 크롬은 브라우저 안에 AI를 내장해 탭을 전환하지 않고도 웹에서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크롬 우측 상단 버튼을 누르면 측면 패널이 열리고, 웹페이지 요약부터 여러 탭에 흩어진 정보를 한 화면에서 비교·정리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지메일·캘린더·지도·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와도 연동됐다. 현재 보고 있는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고도 이메일 초안 작성·발송, 일정 추가, 지도에서의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여기에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 2’도 탑재해 별도 파일 업로드 없이 브라우저 안에서 바로 이미지를 변환할 수 있다.

앞서 퍼플렉시티는 지난해 7월 AI 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하며 이 시장에 불을 붙였다. 코멧은 퍼플렉시티 AI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했으며, 내장 AI 에이전트 ‘코멧 어시스턴트’가 웹페이지 요약·이메일 전송·여행 경로 설계 등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출시 초기에는 유료 구독자 전용이었으나 지난해 무료로 전환하며 이용자 기반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오픈AI가 챗GPT를 탑재한 ‘아틀라스’를 출시하며 가세했다. 아틀라스는 어떤 웹사이트에서든 측면 채팅창으로 챗GPT를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이용자의 대화 이력과 탐색 기록을 기억하는 메모리 기능도 탑재해 복합적인 업무 명령도 수행할 수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AI는 브라우저를 재정의할 1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 허브로 부상한 브라우저⋯보안은 과제
AI 기업들이 브라우저 시장에 공 들이는 이유는 이용자 데이터 확보다. 브라우저는 검색 이력과 탐색 패턴이 실시간 쌓이는 최전선 창구다. 축적된 데이터는 고스란히 AI 고도화와 에이전트 개발에 활용된다. 나아가 이용자를 자사 생태계에 묶어두는 락인 수단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닷어스가 AI 브라우저 시장이 2034년까지 연평균 32.8%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것도 이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봐서다.
경쟁자들이 몰리면서 구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크롬의 글로벌 점유율은 70% 이상으로 1위지만, AI로 무장한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미 법원이 지난해 9월 반독점 소송에서 크롬 매각 불필요 결정을 내리자, 사업 분할 리스크를 털어낸 구글은 곧바로 제미나이와 크롬의 통합에 나섰다.
다만, 최대 변수는 보안이다. 오픈AI는 아틀라스 출시 직후부터 제기된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을 ‘장기 AI 보안 과제’로 인정했다. 가트너도 기업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장치 마련 전까지 AI 브라우저 사용 차단을 권고했다. 구글은 이번 출시에서 프롬프트 인젝션 식별 모델 훈련과 민감 작업 전 이용자 확인 절차 등 보안 설계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업계는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