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일교차가 돌연사 부른다 … 몸속 시한폭탄 '대동맥박리'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6. 4. 2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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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만물이 소생하는 봄, 따뜻한 햇살에 마음이 설레지만 우리 몸의 혈관은 오히려 비상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일교차가 크면 급격한 기온 변화로 혈관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돌연사(급사)' 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다. 2024년 기준 119구급대가 의료기관에 이송한 급성 심정지 환자는 3만3000여 명, 인구 10만명당 65명꼴이다.

돌연사는 질병 또는 외부 충격(사고)에 의해 발생한다. 질병은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등 심장 기능 부전이 주요 원인이다. 돌연사 발생 장소는 의외로 집 안이 약 절반(44.8%)을 차지한다. 공공장소(18.1%)보다 비공공장소(63.8%)에서 발생 빈도가 훨씬 높아 가족들의 심폐소생술(CPR) 숙지가 매우 중요하다.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을 때 생존율은 14.4%로, 시행하지 않았을 때(6.1%)보다 2.4배나 높다. 주변에서 돌연사 징후를 보이며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119 신고와 함께 가슴 압박을 시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돌연사란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내에 예기치 않게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식생활 서구화와 고령화로 인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 환자가 늘면서 동맥경화가 심화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박진식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이사장은 "심장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심장근육에 이상이 생겨 치명적인 부정맥인 심실세동을 유발한다"면서 "심실세동이 일어나면 심장이 미친 듯이 떨리며 펌프 기능을 상실하고, 뇌와 전신에 혈액 공급이 중단돼 순식간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초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면서 돌연사의 또 다른 원인으로 '대동맥박리(大動脈剝離)'가 주목받고 있다. 대동맥박리는 심근경색보다 발생 빈도가 낮지만 '발생 즉시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매우 높아 심장마비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돌연사 주범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돌연사의 5~10%가 대동맥박리나 파열로 추정된다. 일본의 한 연구에서 약 7.9%에 달한다는 결과도 있다. 미국, 유럽은 2~5%로 보고된다. 일본에서 대동맥박리에 의한 돌연사가 높은 것은 최대 위험인자인 고혈압 및 초고령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대동맥, 심장에서 혈액 내보내는 가장 큰 혈관

대동맥박리는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내벽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치료할 골든타임을 놓치면 48시간 이내 치사율이 50%를 웃돈다.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의 약 60%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심정지 상태이거나 사망한다. 우리 몸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이때 혈압이 급상승한다. 이미 고혈압을 앓고 있거나 혈관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은 대동맥 내벽에 강력한 '수압(水壓)'을 가해 혈관을 찢는 기폭제가 된다. 봄철 서늘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갑자기 힘을 쓰는 골프샷과 마라톤의 전력 질주는 대동맥에 가해지는 압력을 순식간에 높여 대동맥박리로 이어질 수 있다. 대동맥박리는 심근경색과 달리 '혈압 관리'가 예방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대동맥은 직경이 2.5~3㎝의 굵은 혈관이다. 심장과 직접 연결돼 산소와 영양분이 포함된 혈액을 전신의 조직과 장기로 전달한다. 대동맥 혈관벽은 내막, 중막, 외막 등 삼층 구조로 이뤄져 있고 내부의 빈 공간인 내강을 혈액이 흐르고 있다. 우리 심장은 하루 약 10만번 박동을 반복하며 전신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매우 강한 압력으로 혈액을 밀어낸다. 가장 큰 압력을 가장 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대동맥이다. 대동맥박리는 혈관벽 가장 안쪽에 있는 내막에 균열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한 번 균열이 생기면, 그곳에서 강한 압력이 가해진 혈액이 원래 통로가 아닌 중막 안으로 빠르게 흘러들어간다. 그러면 혈액 힘에 의해 중막이 바삭바삭 벗겨지면서 원래의 통로인 '진강(眞腔)'외에 '위강(僞腔)'이라는 이중 통로가 생기게 된다. 이 가성강(假性腔·가짜 성질의 공간)이 형성된 상태가 대동맥박리다. 한 번 균열이 시작되면 도미노처럼 연속적으로 균열이 이어져 언제 대동맥이 파열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일본은 대동맥박리와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를 합친 연간 사망자가 2만명이며, 이는 전체 사망자의 1.2~1.3%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초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대동맥박리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동맥류는 부풀어 오른 대동맥이 파열되면 체내에서 대량 출혈이 발생해 환자의 80~90%가 사망한다. 대동맥류는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팽창하고,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용한 시한폭탄'이라고 불린다. 복부 대동맥류는 직경이 5.25~6㎝를 초과하면 파열 위험이 높아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대동맥박리 특징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이다. 그 통증은 실제로 대동맥이 파열될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혈관벽이 벗겨져 가성강이 형성된 단계부터 이미 발생한다. 이는 혈관 외막이 안쪽에서 억지로 늘어나면서 주변의 감각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고통"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이라고 표현한다. 대동맥박리는 통증이 이동한다. 혈관벽 균열이 시간이 지나면서 넓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시미즈 히데유키 일본 게이오대 의학부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NHK '오늘의 건강'에서 "대동맥에 가해지는 강한 혈압 때문에 혈관 균열이 심장에 가까운 부위에서 발 방향으로, 가슴에서 등, 그리고 복부와 다리까지 이어진다"면서 "그러나 '통증 이동'을 실제로 인지하는 사람은 약 2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제때 수술 받는다면 90%는 생존

대동맥박리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적절한 대처 및 수술이 제때 이뤄진다면 90%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수술은 크게 두 가지로 '인조혈관 치환술'과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EVAR:복부·TEVAR:흉부)'이다. 인조혈관 치환술은 박리돼 약해진 대동맥의 일부를 제거하고, 대신 인조(인공)혈관을 봉합하는 수술이다. 위험한 부위를 제거하고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슴을 크게 절개하기 때문에 신체 부담이 크고 수술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스텐트 그라프트 삽입술'은 카테터를 이용해 혈관 내부에 스프링이 달린 인조혈관(스텐트 그라프트)을 삽입하고, 그 안에서 혈관을 보강해 가공강(가공된 구멍)으로 가는 혈액 입구를 차단하는 시술이다. 다리 고관절 등 작은 절개만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신체 부담이 매우 작고,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다만 파열된 부위나 형태에 따라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 보면 재치료가 필요할 가능성도 있다. 수술 방법은 병변 위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치료에 앞서 중요한 것은 의료진에게 환자 관련 정보 제공이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경험해보지 못한 강렬한 통증이 시작됐다고 얘기하면 가장 먼저 대동맥박리를 의심할 수있다. 가족력, 통증 이동, 환자 본인의 병력(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흡연 습관 등)을 알려주면 보다 신속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 대동맥박리는 유전적 요인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가족 중에 같은 병을 겪은 사람이 있다면 중요한 정보가 된다.

대동맥박리를 예방하려면 가장 큰 위험 요인인 고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급격한 혈압 상승을 막기 위해 따뜻한 방에서 차가운 탈의실이나 화장실로 이동할 때 '온도 차이'에 주의가 필요하다. 화장실이나 욕실을 미리 따뜻하게 해두거나, 겨울에는 외출 때 방한을 철저히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거운 짐을 갑자기 들어올리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 역시 혈압 급상승을 막는 중요한 방법이다. 특히 위험 요인이 많은 사람일수록 일상 속 사소한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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