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스페인 제안으로 이스라엘과 협정 중단 논의…전쟁범죄 비판 ‘행동’으로도 보여줄까
무역협력 등 일부 조항 유예로 논쟁 예상
협정 중단 시민 청원에는 100만명 서명

유럽연합(EU)이 21일(현지시간)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과 맺은 협력 협정을 중단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한다. 협정 전면 중단은 27개 회원국 만장일치의 동의가 필요해 가능성 없다고 평가받지만 EU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범죄를 막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설지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유로뉴스와 프랑스24 등은 EU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회의를 열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제안한 EU·이스라엘 간 협력 협정 중단 문제를 논의한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19일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협정 전체를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일랜드와 슬로베니아도 앞서 스페인과 함께 이스라엘이 가자·서안지구와 레바논에서 민간인을 공격하고 팔레스타인인 대상 사형제를 신설하는 등 “인권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며 협정 검토를 요청했다.
EU·이스라엘 협력 협정은 2000년에 발효됐으며 양자 간 정치·경제 협력의 기반이 되는 문서다. 유럽좌파연합(ELA)과 친팔레스타인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15일 EU 회원국 전체에서 100만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 유럽시민발의(ECI)에 제출했다. EU 규정에 따라 EU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는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EU는 회원국들의 이스라엘을 상대로 조치를 취할 의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정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된다. 프랑스24는 “주요 EU회원국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는 가자전쟁 이후 강경해졌으며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과 서안지구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한 사형제 신설 이후 더욱 악화됐다”면서도 “스페인이 추진하는 협력 협정 중단은 27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스라엘 동맹국의 반대로 저지될 것이 확실하다”고 전했다.
유로뉴스는 한 외교관을 인용해 “회원국 사이에 협정 중단에 대한 폭넓은 합의가 없다”고 전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가 협정 중단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페드로 총리의 제안에 “이스라엘 민간인에게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고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협정 가운데 이스라엘관의 무역관계 강화를 촉진하는 합의 조항을 유예하는 것은 보다 현실적 방안으로 평가된다. 이는 인구 등을 반영한 가중다수결에서 지지를 얻으면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주요국들의 입장이 중요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EU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무역 제재나 정부 인사 제재안 등이 제안됐지만 모든 조치가 회원국들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해 실행되지 못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가 계속되자 ‘인위적 기근 유발’과 ‘두 국가 해법을 훼손하려는 명백한 시도’를 이유로 협정 일부 합의 중단을 제안했지만 이 역시 독일, 헝가리, 체코 등이 무역 제재안에 반대해 추진하지 못했다. EU는 이스라엘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며 2024년 양국 간 상품 교역액은 총426억 유로(약7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극단주의 성향의 이스라엘 정작민에 대한 제재안은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방안은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끌던 헝가리의 반대로 통과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 헝가리에서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다만 EU 외교관들은 5월 헝가리 새 정부 출범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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