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광주→대전…DB손보 덮친 '화마 리스크'

김남희 기자 2026. 4. 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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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서 발생한 대형화재·산불재난에 보험금 분쟁과 소송전
일반보험 손해율 급등…해외시장 대응전략 수정 필요성 제기
금감원 "재보험으로 위험 넘어갈 생각보다 인수 심사 강화해야"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출처=구글 ]

연쇄 대형 화재 리스크가 DB손해보험에 쌓이고 있다.

미국 LA와 국내 광주·대전 등 안팎에서 터진 거대 화마(火魔)가 쏟아낸 보험금 폭탄이 DB손보의 재무 건전성을 흔들고 있다. 국내 산업 현장에서도 화마가 덮쳐 DB손보의 리스크 대응 전략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잇따른 산업·화재 재난, 감당해야 할 막대한 보상 책임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사고들은 DB손보 화재보험에 가입돼 손해보험사 리스크 관리 능력을 정면으로 시험하고 있다. DB손보가 대형 사고의 원수사(原受社) 혹은 간사사로서 감당해야 할 보상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지난달 대형 화재가 발생했던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의 건물이 골격만 남아 있다. [출처=연합 ]

지난달 20일 터진 대전 안전공업 화재는 규모 면에서 충격적이다. 1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총 74명의 사상자를 낸 이 참사에서, DB손보는 686억원 규모의 화재보험을 책임지고 있다.

대부분의 위험은 재보험사(예: 코리안리)에서 맡고 있고 DB손보가 직접 보상하는 규모는 약 50억원~100억원 내외로 파악된다. 통상 보험사 실제 보험금 지급액은 손해사정 절차와 법적 분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최종 지급액은 수개월~수년 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에 야기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사고에서는 재산종합보험 간사사로서 전체 보장 금액의 47%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이외 △현대해상(24%:비간사사 중 최고) △삼성화재(10%) △한화손해보험(9%) △KB손해보험(5%) △메리츠화재(5%)가 참여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사고 현장 [출처=연합 ]

이 6개 보험사 컨소시엄 총 보상 한도가 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재보험을 통한 위험 분산에도 불구하고 재무적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DB손보는 대형 사고에 대비해 일정 금액(약 300억~500억원) 이상은 코리안리 등 재보험사가 대신 내도록 출재해뒀다. 따라서 이 금액을 넘는 손실은 재보험사가 부담하게 된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 배터리 화재 사고 역시 DB손보가 보상 책임의 중심에 서 있다. 국정자원은 화재 발생 전 건물 및 전기·설비 시설을 포함해 총 4557억원 규모의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 전산실 배터리 화재 사고 현장 [출처=연합 ]

총 709개 행정정보시스템 중 1·2등급 시스템(108개)만 화재보험 가입 대상이다. 나머지 85%에 달하는 3·4등급 시스템(601개)은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부분의 손해는 향후 제조사(LG에너지솔루션 등)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나 구상권 행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최종 보험금 지급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1·2등급 시스템의 피해 규모와 재조달가액 산정 결과에 따라 수백억 원대 이상의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손보사들은 개별 사고당 자기부담금(Retention) 한도를 설정해 두고 있어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재보험사가 지급한다.

◆LA 산불 재보험으로 일부 방어…법정전으로 번진 보험금 분쟁

DB손보가 맞닥뜨린 대형 화재사고는 이미 해외에서 있었다. 지난 2025년 발생한 LA 산불 피해다. 사고 초기 보험업계와 증권가는 DB손보의 손실 규모를 600억원대로 추산했으나, 한화투자증권 등 일부에서는 최대 1000억원대 초반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발생한 LA 산불 현장 [출처=연합 ]

당시 총 손실액은 1000억원에 육박했으나, DB손보가 설정한 자기부담금 한도를 넘어서는 초과분에 대해 글로벌 재보험사가 책임을 분담하면서 DB손보는 최종 손실액을 500억~600억 원 수준으로 방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리스크 방어가 사고 이후 피해자들과의 갈등까지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보험금 지급 규모를 놓고 계약자들과 소송전을 벌여야해서다. 이 때문에 기술적인 재무 관리는 성공적일지라도, 보험의 핵심인 '신뢰'는 훼손하게 된 셈이다.

◆2023년 괌 태풍과 하와이 산불 발생으로 1500원대 손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3월 제기된 미국 괌 호텔들의 81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다. DB손보는 2023년 5월 괌을 강타한 슈퍼 태풍 '마와르' 피해 보상을 두고 현지 대형 호텔사들과 현재 본안 심리 단계에 진입했다. 이 태풍 뒤 3개월 후에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 산불은 DB손해보험 해외 사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며 손해율 급등의 주된 원인이 됐다.
2023년 5월 괌을 강타한 슈퍼 태풍 '마와르' 피해 현장 [출처=연합 ]

괌 태풍과 하와이 산불을 합쳐 당시 DB손보는 약 1억6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365억~145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분석에 따르면, 괌 태풍 관련 보험금 지급 등으로만 약 1800억 원 수준의 손실을 기록했다는 집계도 있다.

이같은 잇단 해외 재해 여파로 2023년 DB손보 일반보험 손해율은 전년 대비 19.6%p 상승한 85.6%를 기록하며 크게 악화됐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복되는 기후 재난으로 인해 DB손보의 해외 현지 보험료 인상 및 미국 시장 대응 전략 수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2023년 하외이 산불 [출처=연합 ]

또 다른 관계자는 "LA 산불로 인한 1000억대 예상 손실과 괌에서의 800억대 소송전은 뼈아픈 대목"이라면서 "2023년 괌 태풍과 하와이 산불로 이미 1800억 원 규모의 '트라우마'를 겪은 상황에서, 또다시 해외발 화마가 덮쳤다는 점은 해외 지점의 언더라이팅(인수 심사)과 재보험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로 전개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2024년 11월에는 2019년에 발생한 독도 소방헬기 추락 사고에서 7명이 희생된 부분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미룬 뒤 지연이자 100억원 지급을 거부한 DB손보가 소방당국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025년 DB손보에 78억원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분쟁조정안을 통보했으나, DB손보는 이를 불수용했고 소송전은 진행형이다. DB손보의 기업 이미지와 리스크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출처=구글]

그에 앞서 2023년 6월에는 정당한 사유 없는 보험금 미지급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 1400만원의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DB손보는 2019년 8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26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약관과 다르게 약 2억6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는 기초서류 준수 의무 위반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분쟁은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모습이다.

◆금감원 "재보험으로 위험 넘길 생각보다 인수 심사 강화해야"

상황을 종합했을 때 DB손보 일반보험 부문은 2025년 누적 기준 약 500억원 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외에서 발생한 잇따른 대형 사고가 적자에 결정적이었다.

DB손보가 맞이한 '화재보험의 잿무덤'은 단순한 대형 사고의 결과물이 아니다. 특히 보험금 지급 여부와 규모를 두고 소송전까지 벌이는 모습은 기술적 리스크 관리를 넘어, 보험업의 본질인 신뢰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LA발 화마와 국내 대형 참사의 잿더미 위에서, DB손보가 7년 전 독도 참사의 매듭조차 풀지 못한 채 '화재보험의 잿무덤'이라는 사면초가 국면에 놓인 셈이다.

사법부의 최근 판단 또한 보험사에 엄격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아파트 단체보험이 화재 발생 세대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은 이웃 세대까지 보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보험사는 이제 사고의 물리적 피해 보상을 넘어, 법적 해석의 범위 안에서 책임의 한계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B손보를 둘러싼 재난과 사고 상황은 마치 지속적인 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라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불운을 넘어, DB손보가 쌓아온 글로벌 리스크 관리 역량의 진면목을 가늠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를 재보험으로 넘어갈 생각보다 인수 심사를 강화하는 등 내부 리스크 통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E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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