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학부모단체 압박에···교내 휴대전화 금지 법제화 약속한 영국

영국 정부가 교내 휴대전화 금지를 법제화하라는 학부모단체들과 야당의 요구를 수용해 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그간 대부분의 학교가 휴대전화 사용을 자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야당과 학부모단체 등의 법제화 요구를 거부해 왔으나 압박이 거세지자 방침을 바꿨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기존에 영국 학교들은 휴대전화를 교내에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법적 지침”을 발표해 왔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는 규정돼 있지 않았다. 더타임스는 학교들은 ‘교내 반입 전면 금지’, ‘학교 도착시 기기 제출’, ‘별도 장소 기기 보관’, ‘휴대는 허용하되 사용은 하지 말라는 사용되거나, 보이거나, 들려서는 안 된다’는 ‘미사용·미노출·무소음’ 방식 등 4가지 방침 중 하나를 선택해 시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아동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영국 학교들 중 약 80%는 가장 덜 엄격한 ‘미사용·미노출·무소음’ 정책을 따르고 있었다. 휴대전화 반입을 전면 금지하거나 별도 장소 보관을 의무화하는 등 엄격한 방침을 세운 경우는 약 15% 정도였다.
영국 정부의 이번 정책 급선회는 20일 보수당 소속 상원의원인 배런 여남작이 발의한 학교법 수정안에 대한 상원 투표가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이뤄졌다. 학교법 수정안은 학교 내 휴대전화 소지와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근 영국 의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하원과 상원 사이를 오가며 내용상 이견과 문구를 조율하는 ‘핑퐁’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법안들 중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자는 내용도 상원에서는 지지를 받았지만 하원은 ‘핑퐁’ 과정에서 이 내용을 두 차례 삭제한 바 있다. ‘핑퐁’이 마무리되려면 상원과 하원이 법안의 최종 문구까지 완벽하게 합의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부 장관인 맬번의 스미스 여남작은 정부 수정안에 ”법적으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가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명확한 법적 요건을 넣겠다”고 상원에서 말했다.
교내 휴대전화 금지 법제화를 요구해온 단체들은 정부 정책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장관들에게 ‘미사용·미노출·무소음’ 정책은 제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학교 내 휴대전화 전면 금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제너레이션 포커스’의 공동창립자 샬럿 애슈턴은 “정부가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진정으로 없애려면 명확한 법적 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어 기쁘다”면서 “그러나 오늘 장관이 발표한 것처럼 결함이 있는 지침을 그대로 두는 것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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