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개발업자, 기습 벌목으로 숲 훼손...용인시 부실 행정이 부른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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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신갈공원 입구.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던 정씨는 "도로도 못 내는 땅에 시가 허가를 내주니 사업자가 저렇게 당당하게 산을 깎는 것 아니냐"며 "시는 벌목 중지 협조 요청만 보냈다고 하는데, 산이 다 망가진 뒤에 허가를 취소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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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신갈공원 입구. 평소 주민들의 휴식처였던 이곳 산자락이 불과 며칠 만에 붉은 속살을 드러낸 채 처참히 파헤쳐졌다. 굴착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수십 년 된 나무들이 맥없이 쓰러져 산더미처럼 쌓였고, 잘려나간 밑동만이 이곳이 숲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건축 허가 취소를 앞두고 시작된 기습 벌목의 현장이다.
이 참극의 시작은 용인시의 석연치 않은 ‘조건부 허가’였다. 당초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시가 무리하게 허가를 내준 뒤, 뒤늦게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산림만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 탓이다. 21일 기흥구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구는 2024년 4월12일 신갈동 산 57-4 일대 5595㎡ 임야에 연면적 873㎡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건축을 허가했다.

하지만 해당 토지는 진입로 폭이 법적 기준인 6m에 미치지 못해 반려됐던 곳이다. 사업 토지가 신갈공원 용지 및 시유지인 신갈게이트볼장과 맞물려 있어 공원 훼손이 불가피하고, 게이트볼장 출입문 바로 앞으로 진출입로가 생겨 이용객 안전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는 당시 사업자가 게이트볼장 석축을 허물어 도로를 확장하고 공원 및 체육시설 이용객 안전 보행로를 조성하는 등의 ‘공공 기여’를 하는 조건으로 개선안을 제출하자 허가를 내줬다. 이는 탁상행정에 불과했다. 허가 이후 인근 주민 정아무개씨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측한 결과, 공원 용지를 침범하지 않고는 6m 도로 확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업자가 제출한 측량지점이 다른 데다, 게이트볼장 부속 시설인 석축을 허물어도 5.66m 수준에 불과했다.
구 관계자는 “당시에는 측량 지점 착오로 도로 폭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인지했다”며 행정 실책을 일부 인정했다. 구는 지난해 7월 “착공 전(2026년 4월12일)까지 진입로 문제를 해소하라”며 유예기간을 줬다. 그러나 사업자는 도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지난 4월12일로 착공 기한이 만료됐다.

구는 사업자의 착공 연기 신청을 지난 15일 거부(불수리)하고 허가 취소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 틈을 타 사업자가 벌목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건축허가 승인이 난 이후 벌목 행위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지난 13일부터 해당 용지의 수목을 대거 베어냈다. 허가가 취소되기 전 개발 행위를 기정사실로 하려는 ‘막판 뒤집기’식 훼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던 정씨는 “도로도 못 내는 땅에 시가 허가를 내주니 사업자가 저렇게 당당하게 산을 깎는 것 아니냐”며 “시는 벌목 중지 협조 요청만 보냈다고 하는데, 산이 다 망가진 뒤에 허가를 취소하면 무슨 소용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씨는 이상일 용인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및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한편, 해당 토지의 소유주 변동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 땅은 애초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회장의 소유였다가 아들 현식씨의 세 자녀에게 증여됐다. 이후 건축 허가가 떨어진 지 불과 넉 달 만인 지난 2024년 8월,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됐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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