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작가 찾기? 이젠 글로벌 IP 캔다"… 진화하는 웹툰·웹소설 공모전

김남석 2026. 4. 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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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메가 히트 IP의 산실
최신 트렌드·선순환 시너지
공모전 무대의 글로벌 확장
정부, 적극적인 지원망 가동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무명 작가의 등용문이었던 웹툰 공모전이 글로벌 지식재산(IP)의 산실로 변모하고 있다. 독자 반응과 전문가 평가를 모두 반영하는 공모전 특성상 당선작이 곧바로 인기작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콘텐츠 업계와 플랫폼 업계는 공모전 규모를 키우며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정부 역시 K-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웹소설·웹툰 작품들이 플랫폼 확장과 영상화 등 글로벌 IP로 성장하고 있다. 제미나이로 만든 이미지. 네이버웹툰·넷플릭스 제공


◇공모전서 나온 IP, 글로벌 시장 장악

양대 웹툰 플랫폼의 공모전을 통해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웹툰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2012년부터 공모전 '최강자전'을 운영했다. 2018년 최강자전 8강 진출작인 반지운 작가의 '친애하는X'는 영어, 스페인어 등 6개 언어로 글로벌 서비스됐다. 지난해에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된 뒤 HBO맥스 7개국 1위, 일본 디즈니플러스 3위 등 글로벌 차트를 휩쓸었다.

2015년 발굴된 기맹기 작가의 '내 ID는 강남미인!'은 국내 드라마 흥행에 이어 2024년 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돼 생명력을 입증했다.

네이버웹툰의 '지상최대공모전'에서도 걸출한 IP가 쏟아졌다. 2019년 장려상 수상작인 박지독 작가의 '닭강정'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돼 지난해 미국 '제53회 국제에미상' 코미디 부문 후보에 올랐다. 웹소설 공모전 입상작이 웹툰으로 제작돼 2차 성과를 내기도 한다. 웹소설 공모전 대상 출신인 한중월야 작가의 '나노마신'과 최우수상 '나 혼자 탑에서 농사' 등은 웹툰으로 제작돼 한번 더 사랑받았다. 현재 영어, 일본어 등 최대 10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웹툰이 영상화돼 히트하면 원작 웹툰이 다시 인기를 끈다. 친애하는X는 본 영상이 공개된 직후 원작 웹툰 조회수가 17배 이상 폭증하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카카오웹툰의 전신인 다음웹툰 시절부터 IP를 키웠다. 아마추어 연재 공간인 '웹툰리그'를 통해 발굴된 광진 작가의 '이태원 클라쓰', 장이 작가의 '경이로운 소문' 등은 신드롬급 인기를 끌며 드라마로 성공했다.

정식 공모전에서는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과 '캐셔로'가 돋보인다. 각각 tvN 드라마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영상화됐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제비전', '관찰인간', '살생부' 등과 웨이브 오리지널 '원'(ONE)의 원작자인 이은재 작가, tvN '메모리스트'의 재후 작가 등 굵직한 크리에이터들이 공모전을 통해 등단했다.

공모전은 신인 작가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만두 생활기록부'의 킹만두 작가는 "막연하게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무작정 이곳저곳에 투고해보는 것보다 접근성과 관심도가 높은 공모전이 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메모리스트, 원, 캐셔로 등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공모전에서 발굴됐다. 제미나이로 만든 이미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공모전은 트렌드 바로미터"

수만 편의 출품작 중 일반 독자의 투표, 전문가 심사를 거쳐 살아남는 공모전 당선작들은 현재 대중의 소비 트렌드를 가장 정확히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최근 공모전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괴물 신인들이 탄생하고 있다. 2023년 지상최대공모전 독자 인기상을 받은 고먕 작가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데뷔 2년 만에 '2025 대한민국 콘텐츠대상'의 만화 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과 국내 3대 만화상인 '오늘의 우리만화'에 선정됐다. 과거 공모전 출신 작가들이 작품들이 성좌물, 빙의물 등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것처럼 현재도 공모전은 독자들의 취향을 가장 먼저 흡수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무대로 통한다.

플랫폼들은 잠재력이 뛰어난 IP의 원천을 확보하기 위해 공모전을 전 세계 무대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아마추어 플랫폼 '캔버스'를 통해 영어권 웹툰 공모전을 진행했다. 총 상금 100만달러를 내건 공모전에는 4000여편의 작품이 몰렸고, 53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본의 '라인망가' 역시 상금 1000만엔을 걸고 공모전을 개최해 IP 발굴 무대를 글로벌로 넓혔다. 올해도 작품 발굴과 창작자 지원에 7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글로벌 공모전은 K-웹툰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하고, 지역 정서를 반영한 독창적인 해외 IP를 발굴해 다시 글로벌로 유통하는 창작 생태계 구축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전방 플랫폼 돕는 정부… 기초 체력 다지고 비즈매칭까지

민간 플랫폼들이 치열한 IP 쟁탈전과 글로벌 확장을 주도하는 동안 정부도 K-콘텐츠의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지원망을 가동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이달 현업 전문가의 일대일 지도를 통해 웹툰의 정식 연재 계약을 돕는 작가 양성 사업을 시작했다. 원천 IP 발굴의 등용문인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과 창작자에게 소재를 제공하는 '이야기 창작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특히 발굴된 IP가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기업간거래(B2B) 사업 '콘텐츠 IP 마켓'을 매년 개최해 웹툰 창작자와 영상 제작사, 소비재 기업 간의 2차 판권 비즈니스 매칭까지 지원한다.

김정환 고려대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 교수는 "네이버웹툰 등의 공모전은 체계적인 공모 시스템으로 작품의 다양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꾸준히 발굴하는 토대가 됐다"며 "특히 글로벌 창작 생태계가 더해지며 IP가 확장됐을 때 웹소설·웹툰 원작의 성과도 함께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모전과 아마추어 플랫폼 등으로 발굴된 참신한 이야기가 글로벌 시장과 영상화 기회를 얻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창작자와 독자를 유입시키는 건강한 순환 구조는 콘텐츠 산업이 주목할 만한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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